“정말 힘든 결정이었다”…종신 베어스 포기→4년 40억 수원행, 16년 두산맨 마음 왜 바뀌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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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강승호가 지난 6일 마무리 캠프 현장에서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안호근 기자두산 베어스가 크나 큰 전력 이탈을 겪었다. 이승엽(48) 감독이 의미심장하게 말한 세대교체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핵심 내야수 허경민(34)이 8일 3년 20억원 잔류 대신 KT 위즈의 4년 40억원 이적 제안을 받아들였다. 두산은 하루 아침에 국가대표 3루수이자 골든글러브 수상자, 지난해 신설된 KBO 수비상 3루수 주인공을 잃게 됐다.
이승엽 감독은 부임 후 2년 내내 유격수 찾기에 몰두했지만 결국 마땅한 답을 아직도 얻어내지 못했다. 그 와중에 3루에도 구멍이 뚫렸다.
"팀에 남겠다"고 공언했던 허경민이 자유계약선수(FA)를 신청하는 순간 이미 운명을 알고 있었던 것일까. 이승엽 감독은 지난 6일 경기도 이천 베어스파크에서 열린 팀 마무리 캠프 현장에서 "FA 선수들은 전혀 전적으로 구단에 일임했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지 현재는 제가 드릴 수 있는 말을 없다"며 "고 "저는 그저 여기서 내년에 어떻게 더 좋은 팀을 만들지, 어린 선수들을 한 명이라도 더 1군 무대에서 많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통산 타율 0.293, 올 시즌 0.309로 반등한 허경민의 진짜 가치는 수비다. 리그 최고 수준의 수비를 자랑하며 두산의 핫코너를 13시즌 동안 지켰다. 그렇기에 그 공백은 더욱 크게 느껴진다.
8일 KT와 FA 계약을 체결한 허경민. /사진=KT 위즈 제공이 감독은 마치 허경민의 이적을 예상하고 있다는 듯이 세대교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시즌을 끝마친 지 한 달이 조금 더 지났다. 이 한 달 동안 어떻게 보면 가장 긴 시간을 보냈던 것 같다. 한 달이었지만 거의 1년 같은 시간을 보냈다"면서도 "이제 정리가 됐다. 지난 1일부터 여기 모여서 젊은 선수들을 보면서 많은 희망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어 "내년 구상을 하면서 이 선수들 중 '충분히 1군 무대에서 뛸 선수들이 있구나' 하는 확신도 생겼다"며 "여기 있는 젊은 선수들을 처음에 만났을 때 '베테랑을 이겨라'고 이야기했다.
그래야만 1군 무대에서 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어린 선수들이 1군 무대에서 활약을 펼친다면 두산은 더 강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자율 훈련을 하고 있는 선배들도 자리를 놓치지 않으려고 충분히 노력을 해야 될 것 같다. 생각보다 좋은 어린 선수들이 있기 때문에 베테랑 선수들이 안심을 하면 안 될 것 같다"고 전했다.
다만 바람과 현실은 다를 수 있다. 2년 동안 유격수 새 주인을 찾기 위해 무한 경쟁을 시켰음에도 여전히 시즌 막판과 가을야구에서 중용된 건 39세 김재호였다는 게 현실이다.
유격수와 3루 자리가 비었지만 아이너리하게도 강승호(30)의 어깨가 더 무거워진다. 2013년 LG 트윈스 1라운드 3순위로 데뷔해 SK 와이번스를 거쳐 2021년 강승호는 FA 보상선수로 두산 유니폼을 입고서도 4번째 시즌인 올해에서야 완벽한 주전으로 도약했다. 지난 3시즌 모두 100경기 이상 충분한 기회를 받았지만 아쉬움을 남겼던 그는 올 시즌 타율 0.280 18홈런 81타점 81득점, 출루율 0.328, 장타율 0.476, OPS(출루율+장타율) 0.804로 데뷔 후 가장 좋은 성적을 냈다.
이승엽 감독이 6일 마무리 캠프 현장에서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안호근 기자그럼에도 자발적으로 마무리 캠프에 합류했다. 강승호는 "시즌 후 체력적으로 힘들었지만 마냥 쉬는 것보다는 훈련을 하면서 올 시즌 뭐가 부족했는지 체크도 해보고 내년 어떻게 해야 할지도 방향성도 잡아볼 겸 참석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승엽 감독은 "강승호는 올해 커리어 하이였는데 시즌 초중반에 비해서는 마무리가 그렇게 좋지 않았다. 5월달까지는 거의 김도영 선수 이상급이 되지 않을까라고 생각할 정도로 정말 놀랄 만한 타격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5월 14일까지 강승호는 타율 0.339에 10홈런 36타점을 몰아치며 리그 최고 수준 타자로 활약했다. 이 기간 김도영은 타율 0.335 12홈런 27타점. 이 감독의 말이 과장된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이후 극심한 부침을 겪었다. 이 감독은 "6,7월 지나면서 부진했던 시간이 길었다. 부진한 시간을 줄이고 좋은 타격감을 올리기 위해서는 조금은 변화를 줘야 된다고 생각을 했고 그 부분을 이야기하면서 스스로도 문제점 개선을 위해 노력할 의지가 많이 보이더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확실한 스텝업을 한 것만큼은 분명한 사실이다. 이 감독은 "승호가 지금 약간 문제있는 부분을 잘 체크해서 내년에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꾸준할 수 있도록 지금 열심히 연습을 하고 있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수비에서도 많은 향상을 이뤘다. 공교롭게도 타격에서 불타올랐던 시기 수비에선 큰 문제를 야기했다. 5월 14일까지 무려 실책 9개를 범했다. 그러나 올 시즌 총 실책은 13개로 막아냈다. 이후 4개월 보름 가까이 실책은 4개에 불과했다.
두산 강승호.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강승호는 "지금 생각해 보면 초반에 정말 힘든 시기를 겪었는데 조성환 코치님께서 엄청 도움을 주셨다. 초반 20~30경기까지 실책이 8개 정도 됐던 걸로 기억한다. (실책을) 30~40개 정도 할 줄 알았는데 그래도 13개로 끝났다"며 "조성환 코치님께 너무 감사드린다. 기술적인 부분보다도 또 심리적으로 편하게 해주셨고 훈련도 많이 시켜주시고 멘탈적으로 많이 관리를 많이 해주셔서 편하게 하다 보니까 잘 됐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젠 팀 내 역할이 더 중요해졌다. 특히나 허경민이 빠진 내야에선 후배 선수들을 진두지휘해야 하는 입장이 됐다.
"워낙 잘하는 후배들이 많기 때문에 열심히 해야 될 것 같다"고 아직 스스로 주전 2루수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강승호는 두산이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세대교체에 대해 "열심히 하고 있지만 후배들을 보면서 저 또한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고 말했다.
18이닝 무득점으로 마친 와일드카드, 그로 인해 사상 최초 4위팀 업셋패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강승호다. 그는 "많이 답답했다. 물론 선수들도 다 안타를 치고 싶은데 점수가 안 나오다 보니까 너무 답답했고 아쉬웠다"며 "작년 와일드카드 때나 올해나 무기력하게 끝이 났는데 형들 말씀대로 이런 아픔을 기억하고 내년 시즌에는 두 번 다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열심히 준비를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각오를 다졌다.
중심 타선에서의 역할은 물론이고 중고참으로서 해내야 할 몫이 크다. 강승호는 "선배들도 많이 계시고 후배들도 있는데 제가 중간에서 역할을 잘 해야 될 것 같다"며 "어린 후배들은 형들에게 다가가기가 힘들텐데 제가 중간에서 역할을 잘하면 지금도 분위기가 좋지만 더 좋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책임감을 나타냈다.
강승호 타격 모습.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