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5억-100억-56억 트리오 전격 해체…"팀 컬러 문화 유지" 끝났다, 두산 새 판 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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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산 베어스 허경민 ⓒ 두산 베어스
▲ 2019년 통합 우승 뒤 함께 기념 사진을 찍은 1990년생 트리오 박건우, 허경민, 정수빈 ⓒ 두산 베어스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우리 팀에서 오래 프랜차이즈 선수로 남았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다. 팀 컬러와 문화를 잘 아는 선수들이니까."
두산 베어스는 2021년 시즌을 앞두고 FA 시장에 나온 3루수 허경민(34)과 중견수 정수빈(34)을 동시에 붙잡는 데 성공했다. 허경민과 정수빈은 외야수 박건우(34, 현 NC 다이노스)와 함께 두산의 황금기를 이끈 주역이자 '1990년생 트리오'로 팀의 마스코트와도 같은 선수들이었다. 두산이 2015년부터 2021년까지 KBO 역대 최초로 7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하는 역사를 쓴 장본인이기도 하기에 세 선수를 향한 팬들의 애정은 더더욱 컸다.
두산은 4년 전 허경민에게 4+3년 총액 85억원, 정수빈에게 6년 56억원 계약을 안기면서 1990년생 트리오 유지에 성공했다. 두산 관계자는 당시 "허경민과 정수빈에게 다년 계약을 제안한 것은 젊은 선수들이기도 하고, 우리 팀에서 오래 프랜차이즈 선수로 남았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다. 팀 컬러와 문화를 잘 아는 선수들이니까 이 선수들이 유지해 줬으면 하는 바람이었고 선수들도 동의했다"고 밝혔다.
이어 "우승 전력을 늘 유지할 수는 없지만, 이 선수들이 후배들에게 잘 전달했으면 했다. 지금 더 선배 선수들도 있지만, (허)경민이 혼자는 부담이 되니 (정)수빈이가 경민이와 같이 팀을 이끌어줬으면 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프로의 세계에서 영원한 것은 없었다. 2021년 시즌을 끝으로 두산의 황금기도 막을 내렸고, 1990년생 트리오도 해체됐다. 2022년 시즌을 앞두고 FA 자격을 얻은 박건우가 NC와 6년 100억원에 사인하면서 먼저 팀을 떠났다. 두산은 NC가 제안한 100억원에 못 미치는 금액을 제시하면서 적극적으로 붙잡지 못했다. 당시 함께 시장에 나왔던 4번타자 김재환(36)에게 4년 115억원을 투자한 여파도 있었다.
지난 4년 동안 허경민과 정수빈은 각자의 자리를 지켰다. 이 둘을 위협할 후배들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 그렇다고 두 선수가 황금기를 이끈 전성기 때처럼 리그에서 각 포지션에서 가장 빼어났다고 말할 수 있는 성적을 내진 못했다. 최근 4시즌 통산 허경민은 502경기, 타율 0.286(1746타수 499안타), 27홈런, 228타점, 233득점, OPS 0.743, 정수빈은 504경기 타율 0.275(1726타수 474안타), 12홈런, 118도루, 158타점, 278득점, OPS 0.714를 기록했다.
▲ 1990년생 트리오에서 정수빈만 두산 베어스에 남았다. ⓒ곽혜미 기자
▲ NC 다이노스로 먼저 이적한 박건우 ⓒ곽혜미 기자
두산은 올겨울 허경민이 남은 3년 20억원 계약을 포기하고 FA 시장에 나왔을 때 구단이 정한 합리적인 금액 이상을 제시하지 않았다. 두산은 3+1년 30억원 수준의 계약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클럽맨에 의미를 부여해 은퇴식, 지도자 연수 등 부가적인 조건으로 설득하려 했다. 두산은 양의지, 양석환, 정수빈, 김재환 등 이미 고액 FA 계약자가 많은 팀인데 계속 중위권을 전전하고 있으니 허경민에게 아주 큰돈을 쓸 명분도 마련하기 어려웠다.
허경민은 올 시즌 도중 팬들에게 '돈에 미쳤다'는 말까지 들으면서도 "앞으로도 두산에서 뛸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던 선수다. 진심이 아니면 할 수 없는 말이고, 두산에 그만큼 애정이 있는 선수인 것도 분명하다.
하지만 kt의 적극적인 제안에 결국 허경민은 새로운 도전을 하는 쪽으로 마음을 움직였다. 허경민은 8일 kt와 4년 총액 40억원 계약에 도장을 찍었다. 이번 계약으로 허경민의 FA 계약 누적 총액은 105억원으로 올랐다. kt는 핵심 내부 FA 였던 내야수 심우준과 투수 엄상백을 모두 한화 이글스에 뺏기면서 전력 보강이 절실했다. 심우준은 한화와 4년 50억원, 엄상백은 4년 78억원 조건에 사인했다. 128억원의 후폭풍은 허경민에게 몰아쳤고, kt는 심우준을 잡기 위해 마련했던 실탄을 허경민에게 쓰면서 급한 불을 껐다.
두산은 이제 황금기의 추억에서 벗어나 완전한 세대교체로 가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황금기 주역 가운데 남아 있는 양의지, 김재환, 정수빈 등은 이제 나이 30대 후반을 바라보고 있다. 조금 더 어린 세대에서 더그아웃 분위기를 이끌어야 할 리더가 나와야 하고, 그러려면 강승호 외에도 젊은 야수들의 분발이 절실하다. 허경민이 빠진 3루수 유망주로는 박지훈이 있고, 올해 주전 유격수로 시즌을 준비하게 했으나 박준영은 3루수를 더 편하게 생각하는 선수기도 하다. 허경민이 터주고 나간 길을 바로 뒤따라 걸을 수 있는 선수가 이제는 나와야 할 때다.
허경민은 8일 수원에서 계약을 마치자마자 잠실야구장에 있는 두산 사무실을 찾았다. 사무실에 있는 관계자들과 다 인사를 나누며 서로의 앞날을 응원했다는 후문이다. 두산도 허경민도 각자의 자리에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게 됐다.
▲ 두산 베어스 프랜차이즈 스타였던 허경민이 두 번째 FA 기회를 활용해 kt 위즈로 이적했다. 허경민은 첫 FA 때 두산과 4+3년 최대 85억 원에 사인했다. 옵션인 3년 20억 원을 포기하고 옵트아웃을 선언해 두 번째 FA 기회를 잡았고, kt와 4년 40억 원에 계약했다. ⓒ kt 위즈
▲ 두산에서 kt로 이적한 허경민은 \"정말 힘든 결정이었다\"고 밝혔다.ⓒ kt 위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