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인터뷰]'96일→K리그 3연패 환희의 우승 눈물' 김판곤 감독 "울산 지휘봉, 후회한 적 있다" 고충 토로(전문)
작성자 정보
- 새우깡 작성
- 작성일
컨텐츠 정보
- 67 조회
- 목록
본문
[울산=스포츠조선 김성원 기자]"27년이 걸렸다." 그의 첫 일성이었다. K리그를 동경했다. 그러나 K리그 통산 53경기에 출전한 그저 그런 선수였던 그를 원하는 자리는 없었다. 결국 홍콩, 말레이시아 등 외국에서 실타래를 풀었다.
김판곤 울산 HD 감독이 K리그에 둥지를 튼 지 3개월여 만에 최고봉에 올랐다. 그는 홍명보 감독이 A대표팀 사령탑으로 말을 갈아타면서 7월 28일 울산의 지휘봉을 잡았다. "모두 기대보다 우려가 많은 상황이었다. 모든 것을 극복하고 이 자리에 왔다.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번에도 도장깨기 한다는 생각으로 자신있게, 책임감있게 최선을 다하겠다. 기대하는 모든 것들 잘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그는 첫 시즌에 약속을 지켰다. 부산 아이파크에서 코치 생활한 김 감독이 지도자로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것은 홍콩대표팀 사령탑 시절이었다. 그는 '홍콩의 히딩크'라는 별명을 얻을 수 정도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2018년에는 행정가로 변신해 대한축구협회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장을 지냈다. 파울루 벤투 감독 영입이 그의 작품이다.
김 감독은 2021년 말레이시아 축구와 손을 잡으며 그라운드로 돌아왔고, 여정은 K리그 첫 지휘봉으로 이어졌다. 그는 "K리그에 대한 배고픔과 갈증이 있었다. 그러나 오고싶다고 먼저 말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 때를 기다리고 있었다. 때가 왔을 때 응답했다"고 했다.
하지만 막상 현실은 달랐다. 울산의 K리그1 3연패는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일단 홍 감독이 떠난 후 어수선한 분위기를 다잡아야 했다. 홍 감독은 22라운드까지 지휘한 후 물러났다. 11승6무5패였다. 홍 감독은 1위와 승점 2점 차의 3위로 떠났다. 감독대행을 거쳐 김 감독이 사령탑에 선임될 때는 울산은 4위였다. 다만 선두 김천 상무와의 승점 차는 4점이었다.
김 감독은 K리그1에서 11경기를 지휘했고, 패전을 잊었다. 성적은 8승2무1패였다. 그는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코리아컵과 병행하면서 힘겨운 여정을 소화한 끝에 정상의 기쁨을 누렸다. 코리아컵에선 결승에 올랐지만, ACLE에선 3전 전패를 기록했다.
그래서 울산이다. K리그1에 '울산 왕조'가 드디어 열렸다. 2024년 한국 프로축구는 울산 HD의 천하였다. 울산이 1983년 출범한 K리그에서 '왕조의 시작'인 3연패를 달성한 세 번째 구단으로 등극했다. 성남FC가 기업구단인 일화 시절 1993년~1995년, 2001년~2003년, 두 차례 3년 연속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전북 현대가 2017년부터 2021년까지 5년 연속 K리그1을 제패했다.
울산은 1일 울산종합운동장에서 열린 강원FC와의 '하나원큐 K리그1 2024' 파이널 3라운드에서 루빅손과 주민규의 연속골을 앞세워 2대1로 승리했다. '우승 매직넘버'의 마법이 풀렸다.
승점 68점을 기록한 울산은 2위 강원(승점 61)과의 승점 차를 7점으로 벌렸고, 남은 두 경기 결과와 관계없이 3년 연속 우승을 확정지었다. 울산은 2022년, 17년 만의 K리그1 정상에 올랐고, 지난해에는 창단 후 첫 2연패를 달성했다. 3연패도 최초다. 1996년, 2005년과 더불어 통산 다섯 번째 별을 가슴에 달게 됐다.
김 감독은 현역 시절인 1992년 울산에서 프로에 데뷔해 1996년까지 5시즌 몸담았다. 울산은 1996년 우승했고, 김 감독은 K리그 역대 다섯 번째로 선수와 감독으로 모두 우승하는 영광을 안았다. 또 울산 구단 역사상 최초의 선수 출신 감독이자, 선수와 감독으로 모두 우승을 경험하는 경사를 누렸다. 김 감독은 강원전 후 소회를 밝혔다.
◇다음은 김판곤 감독 기자회견 전문
-경기 총평은.
▶오늘 좋은 경기력을 보여준 선수들에게 고맙게 생각하고, 축하한다. 여러 경험을 가진 선수들이 침착하게 결단력 있는 모습을 보여줬다. 선수들에게 감사하다.
-울산 구단 역사상 최초의 울산 선수 출신 감독이자, 울산에서 선수와 감독으로 모두 우승 경험을 했다.
▶개인적으로 영광스럽다. 26년간 지도자 생활하면서 지하 10층에서 시작했다. 늘 이런 기회를 잡으려고 했다. 이런 기회가 오지 않았지만 울산이 불러줘 감사하게 생각한다. 좋은 선수들과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영광이다. 반드시 우승을 해야한다는 생각을 했다. 두 번을 했고, 3년 연속 우승 바라는 팀이라 부담감이 많았다. 너무 기쁘고, 선수, 코칭, 지원스태프 그리고 구단에 감사한다.
-부임 시기에 4위 처져있었다.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3연패의 위업을 달성했다. 기분이 어떤가.
▶27년간 기회를 바꾸려고 할 때 이런 케이스가 많았다. 소방수로 많이 들어갔다. 대표팀을 하면서도 훈련과 준비를 많이 못하는 케이스가 많았다. 자신감을 갖고 왔다. 처음에는 기대가 되고, 자신감도 넘치고 좋은 면이 많았다. 하지만 중간에는 쉽지 않았고, 우승 경쟁은 4위에서 시작해서 4점 차이 난 것을 뒤집고, 이후 선두 유지가 힘들었다. 어려운 경험을 했다. 처음 아침에 일어났을 때 감사했다. 그러나 지난 한 달간은 잘못된, 어려운 선택을 한 것에 후회한 적도 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많이 없었다. 스스로 이겨야 했고, 운다고 되는 것이 아니었다. 선수들이 감독을 신뢰하고 따라준 것이 큰 힘이 됐다.
-대표팀 사령탑을 오래했고, 과도기가 있었다. 어떤 것이 힘들었고, 어떻게 극복했나.
▶사실 대표팀은 너무너무 매력적이고 사랑하는 자리다. 준비를 잘하고, 치르고 나면 충분히 회복하고 충전할 시간이 있었다. 하지만 여기는 일의 양이 너무 많았다. 아침부터 13시간 일을 했다. 매주 경기를 해야하고, 결과도 곧바로 온다. ACLE(아시아챔피언스리그 엘리트) 병행하면서 힘들었다. 우승 부담도 많았고, ACLE의 성적이 안좋으면서 팬들이 실망했다. 그런 것들이 가장 힘들었다.
-중간에 투입됐다. 어떤 리더십을 이식했나.
▶특별한 리더십을 발휘하지 않았다. 처음 와보니 전임 감독님이 팀을 잘 만들었다. 선수들 성품이 좋았고, 지극정신과 팀정신이 뛰어났다. 흔들리는 모습이 없었다. 손댈 부분이 없었다. 다만 전술적으로 이대로 가야하나, 아니면 내 색깔로 가야하나 고민을 했다. 안되겠다 싶어서 내 생각대로 가겠다는 결단을 내렸고, 힘들었다. 그 과정에서 선수들이 혼란스러웠을 것이다. 경기 접근 방식이 달랐다. 선수들도 의심에서 시작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확신이 섰고, 흥미를 느꼈다. 어떤 선수의 재밌다는 반응에 흥분이 됐다. 여러가지 스트레스가 있었고, 기도도 많이 했다.
-우승하는데 특히 기여한 선수는.
▶잘한 선수가 많다. 골피커대로, 주장대로, 노장대로, 공격수대로 역할을 잘해줬다. 다 잘해줘서 결과가 나왔다. 모든 분들에게 감사하다
-올 시즌 우승으로 FIFA 클럽월드컵 느낌이 더 남다를 것 같다.
▶내년에 클럽월드컵 나가는 것이 이 팀에 오는 동기부여가 됐다. ACLE도 마찬가지다. 준비를 잘 해야겠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ACLE 포맷이 바뀌었는데 외국인 선수 쿼터는 준비가 덜 됐다는 생각한다. 클럽월드컵도 포맷이나 전력이 될지 고민을 해봐야 될 거 같다. 들뜨지말고 준비가 돼야 될 것 같다. 그것이 더 중요하다.
-구단의 장기적인 비전이 있을 것 같다. 선수들의 평균 연령이 높은데.
▶구단의 계획이 있다. 개인적으로 나이가 많은 선수대로 장점과 역할이 있다. 하지만 구단은 미래를 준비한다. 연령이 높다고 생각이 안된다. 노쇠화도 느끼지 못했다. 기동력이 좋고, 선수들도 11km 뛴다. 하이 러닝 스피드도 보니까 상당히 높다. K리그에서 높은 수준의 체력을 보여준다. 연령보다는 생각이나 정신이 젊고, 뜨거운 열정이 있다면 팀 캐릭터에 맞다고 생각된다.
-조현우 얻어준 승점이 많다. 팬들도 느낀다. 강력한 MVP 후보인데.
▶충분히 자격이 있다. 조현우의 선방은 일상이다. 특별한 일이 아니다. 모든 경기에서 어려움이 왔을 때 훌륭한 선방을 해 팀에 큰 힘이 됐다. 팀에 해준 것이 많다. 전체 수비도 숫자를 줄이기 위해 노력했다. 전체 수비수들이 애를 써준 것 고맙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