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배에 젖은 푸른 코트, 이 남자는 바꿀까…삼성, 최하위 탈출 고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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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경기를 지다니.”
지난 27일 서울 송파구 잠실체육관에서 있은 2024~2025시즌 남자프로농구(KBL). 서울 삼성은 서울 에스케이(SK)를 상대로 다잡은 경기를 놓쳤다. 3쿼터 중반까지 19점이나 앞서놓고는 4쿼터 막판 역전을 허용하며 73-76으로 졌다. 엎치락뒤치락 한 것도 아니고 내내 큰 점수 차로 이기던 경기를 놓치자 현장에선 “삼성은 ‘1승’이 중요한데, 이런 경기에서 안 이기면 언제 이기냐”는 푸념이 쏟아졌다.
안방 개막전에서 패한 삼성은 이번 시즌 4연패를 찍었다. 개막 이후 한 차례 승리도 거두지 못한 팀은 삼성뿐이다. 시즌 초반이라고 위안 삼기에는 삼성의 ‘과거’가 좋지 않다. 삼성은 2021~2022시즌부터 3시즌 연속 정규리그 최하위(10위)였다. 10개 팀 중 6개 팀이 오르는 플레이오프에는 2016~2017시즌 이후 7시즌 동안 진출하지 못했다.
삼성은 이번 시즌 김효범 체제로 새롭게 출발하면서 플레이오프 진출에 기대를 걸었다. 그러나 키맨이 될 줄 알았던 이대성이 부상으로 빠진 것이 대형 악재가 됐다. 선수층이 너무 얕기 때문이다.
삼성은 일본 B리그에서 한 시즌 뛴 이대성과 지난 5월 보수 총액 총 6억원(연봉 4억2천만원, 인센티브 1억8천만원)에 2년 계약을 체결했다. 삼성으로서는 2022년 자유계약선수(FA) 대어였던 이정현을 데려온 이후 가장 과감한 투자였다. 한 농구 관계자는 “삼성은 평소 선수에 투자하지 않는 구단으로 유명하다. 그래서 승부처에서 경기를 이끌어 나갈 선수 자원이 부족하다. 그나마 이번 시즌에는 잘 해보겠다며 공수 다 되는 이대성을 데려왔는데 부상으로 빠지니 전력 손실이 커진 것”이라고 했다.
볼을 운반하여 공격을 전개할 줄 아는 ‘볼 핸들러’가 채워지지 않으면서 2024 컵대회부터 정규리그 4경기 내내 턴오버가 쏟아졌다. 올 시즌 삼성은 턴오버 총 68개(경기당 평균 17개)로 10개 구단 중 가장 많다. 또 다른 농구 관계자는 “삼성에는 수비가 되는 선수가 많지 않다. 상대 팀에서 압박 수비를 해오면 공을 쉽게 빼앗긴다”고 했다. 삼성은 코피 코번 등을 앞세워 골 밑을 지키고 외곽슛 등을 활용하고 있으나 이번 시즌 도입된 하드콜의 영향 등으로 여의치가 않다.
3시즌 동안 감독이 대행 포함 4번이나 바뀌면서 팀 색깔이 흐릿해진 것도 경기력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은 2021~2022시즌 도중 이상민 감독이 사임한 이후, 이규섭 감독 대행(2021~2022시즌), 은희석 감독(2022~2023시즌, 2023~2024시즌 중 사임), 김효범 감독 대행(2023~2024시즌)체제가 이어졌다. 또 다른 농구 관계자는 “농구는 팀 스포츠여서 팀 컬러가 명확할수록 응집력이 강해지고 선수들이 코트에서 뭘 해야 하는지 안다. 짧은 기간에 감독이 4번이나 바뀌면서 팀 컬러가 흐릿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나 감독 취임 첫해인 만큼 김효범 감독의 경험치가 쌓이고 삼성의 자원인 신예들이 성장하면 달라질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선수 개개인의 능력을 극대화하는 김 감독의 섬세한 전략이 빛나는 순간 힘을 받을 것이라는 얘기다. 이 관계자는 “‘경기 흐름 파악’과 ‘유연한 대처’에서 아쉬운 부분은 경기가 진행되다 보면 자연스럽게 좋아질 부분”이라며 “삼성에는 잠재력 있는 선수가 많은데, 이원석처럼 박승재 등 신예들이 성장하고 코번의 위력이 확대되면 자연스럽게 경기력도 올라갈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