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A 직행+연봉 5억 엔 선수의 등장’ 한국선수들도 동경하는 일본프로농구 [일본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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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센다이(일본), 서정환 기자] 일본프로농구 B리그의 발전이 놀라운 수준이다. 이제 한국선수들도 동경하는 리그가 됐다.
B리그는 리그규모와 기량에서 KBL을 뛰어넘었다. 인정하기 싫어도 인정해야 하는 부분이다. 일본전지훈련을 실시한 KBL 구단들이 먼저 피부로 느끼고 있다.
A구단 관계자는 “과거에는 일본프로구단이 KBL에 한 수 배운다는 자세였다. 하지만 지금은 한국팀이 일본에 전지훈련을 가도 연습경기를 잡기가 쉽지 않다. 우리가 간다고 해도 오지 말라는 팀도 있다. 경기에서도 KBL팀이 크게 지고 오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전했다.
서울 SK 나이츠는 지난 9월 자매구단 치바 제츠와 일본에서 친선전을 치러 82-95로 졌다. SK는 B리그 룰에 따라 자밀 워니와 아이재아 힉스가 동시에 출전했음에도 졌다. NBA에서 돌아온 와타나베 유타, 일본을 대표하는 토가시 유키가 모두 뛰었다.
한국선수들은 기량도 기량이지만 일본의 시설과 시스템에 압도됐다. 이날 치바의 새구장 라라 아레나의 개장기념 경기였다. 1만 1000명을 수용하는 경기장에 빈자리가 없었다. 평균 입장권 가격이 10만원 수준이었다. KBL 최고 인기구단 SK의 두 배가 넘는 규모다. SK 선수들이 주눅이 들수 밖에 없는 환경차이다.
실제로 NBA에서 B리그에 바로 입단한 최초의 선수 와타나베 유타는 올 시즌 연봉이 무려 5억 엔(추정액)으로 알려졌다. B리그 관계자는 “일본은 선수들 연봉이 비공개가 원칙이다. 와타나베의 경우 최소 5억 엔(약 45억 원)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프로농구 역사상 최고액이다. 그가 NBA에서 연봉 197만 달러(약 27억 원)를 받았음을 고려해도 많은 금액이다. 심지어 앞으로 몇년간 연봉이 보장돼 있다”고 전했다. 와타나베가 NBA 꿈을 포기했지만 그만큼 충분한 금전적 보상이 있는 것이다.
반대로 B리그에서 NBA로 직행한 선수도 나왔다. 가와무라 유키(23, 멤피스)다. 가와무라는 NBA 개막 로스터에 포함된 역대 네 번째 일본인 선수가 됐다. 그는 25일 유타전에는 결장했지만 27일 휴스턴전에서 4분을 뛰며 역사적인 데뷔전을 치르며 첫 어시스트까지 기록했다. 가와무라는 28일 올랜도와 홈경기서 홈 데뷔전을 치렀다. 경기막판 멤피스 팬들이 “We want Yuki”를 합창하는 진풍경까지 펼쳐졌다.
일본에는 가와무라처럼 170cm대의 단신가드들이 수없이 많다. 이들에게 가와무라는 더 높은 레벨로 성장할 수 있는 성공모델을 제시했다. 일본가드 치고 드리블과 슈팅능력이 없는 선수가 없다. 가와무라는 일본에서 스테판 커리같은 상징적 존재가 됐다.
안준호 감독이 이끄는 남자농구대표팀은 지난 7월 1만 5천석이 매진된 도쿄 아리아케 아레나에서 개최된 ‘2024 소프트뱅크컵 친선전’에서 일본대표팀과 1승 1패를 거두고 귀국했다. 1차전에서 한국은 하윤기의 결승 자유투로 85-84로 일본을 잡았다. 2차전서 한국은 원정의 어려움을 극복하지 못하고 80-88로 무릎을 꿇었다.
경기 후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일본 언론과 B리그 구단관계자들이 도쿄에 현장 취재를 간 본 기자에게 맹활약한 한국선수에 대해 계속 질문했다. 이들은 “A선수가 현재 연봉이 얼마냐? B선수를 당장 영입할 수 있냐? 계약이 언제 끝나나?”라며 큰 관심을 보였다.
한국선수들도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1만 5천명을 수용하는 최신식 구장에서 가득찬 팬들 앞에 일본선수들과 맞대결을 펼친 것은 한국에서 느낄 수 없는 경험이다. “연봉은 적어도 좋다. 주전으로 뛰지 못해도 이런 환경에서 한 번 뛰어보고 싶다. 외국선수들과 부딪치며 내 실력을 끌어올리고 싶다. KBL을 벗어나 이런 시스템에서 한 번 뛰고 싶다”는 선수들도 나왔다. 우물안 개구리였던 한국선수들의 눈이 번쩍 뜨인 셈이다.
일본프로농구에는 미국과 유럽 등에서 온 지도자들이 많다. 이들도 성적을 내지 못하면 1년 만에 바로 잘린다. 그래서 NBA와 유럽에서 최신 유행하는 전술을 일본에서 다음주면 바로 볼 수 있다. 선수들은 이런 환경에 큰 매력을 느끼고 있다. 한국선수들이 KBL에 계속 남는다면 더 큰 돈을 벌 수 있다. 하지만 선수들은 더 높은 수준의 선수들과 싸우고 싶다는 근본적인 욕구에 대해 갈증을 느끼고 있다.
B리그 사무국의 향후 목표는 ‘NBA 다음 가는 세계 2위 리그’다. 다소 허무맹랑하게 들릴 수 있지만 실제로 단계적 목표를 차근차근 달성하고 있다. 일본에서 2년 연속 평균관중 4천명과 수익 12억 엔(약 109억 원) 이상을 달성하고 5천석 이상 규모의 최신구장을 새로 짓는 팀에게 ‘프리미어리그 라이센스’가 주어진다.
현재까지 프리미어리그 라이센스를 획득한 일본프로농구 구단이 무려 22팀이다. 당초 예상한 10-12팀을 훌쩍 뛰어넘었다. 일본은 2026-27시즌부터 라이센스를 가진 팀들만 모아서 새로운 프리미어리그를 운영할 계획이다.
한국에서는 꿈도 못 꾸는 일들이 일본에서는 이미 현실로 이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