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과외선생 - 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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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돌이를 쓰면서 떠오른 생각을 정리하여 쓴 단편입니다.
가금씩 떠오른 생각들을 단편으로 써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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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의 과외선생
“운아!”
아들이 방문을 열고 쟁반을 받아간다. 짧은 순간 내 눈은 아들 옆자리에 앉아서 열심히 아들을 가르치는 여선생의 다리를 훑어본다. 뚱뚱하지도 빼빼하지도 않은 적당히 날씬한 다리가 스타킹에 가린 채 내 눈을 어지럽힌다. 무심한 아들 녀석은 재빨리 문을 닫아버린다.
“휴-”
아파트 베란다에서 담배를 피우기가 어렵다. 이렇게 엘리베이터를 타고 주차장까지 내려와 담배를 피워야하는 번거로움이 싫어서 끊으려 했지만 쉽지 않다.
“띡띡띡 띠리릭”
문을 열고 다시 현관문으로 들어서자 그녀의 앙증맞은 구두가 눈에 들어온다. 그녀의 구두에 비하면 아들 녀석의 운동화는 항공모함이다. 구두에 겹쳐 떠오르는 그녀의 날씬한 다리를 애써 외면한 채 안방으로 들어가 TV를 켰다. 밤 9시 뉴스를 하고 있다. 전직 대통령의 죽음으로 인해 온 나라가 들끓고 있다. 대통령 재임시절 비방을 서슴지 않았던 사람들까지도 시민분향소에 설치된 전직대통령의 영정에 꽃을 바치며 애도하고 있다. 앵커와 기자들은 거의 하루 종일 전직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고 간 정국을 비난한다. ‘용서하라’는 마지막 메모를 보면서도 전 국민이 분노하는 모습들을 마치 중계방송 하듯이 보여주고 있다.
“아빠, 저 독서실 가요.”
과외가 끝났는지 아들 녀석이 안방 문을 열고 얼굴만 보인 채 말한다. 현관에는 이미 여선생이 신발을 신고 갈 준비를 하고 있다.
“선생님. 잠간만 시간 좀 내주세요.”
성적문제를 가지고 의논하는 동안 아들 녀석은 재빨리 나가버린다.
“아버님. 성운이 성적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성운이가 워낙 열심히 하고 있으니까 아마 한두 달 정도 지나면 성적이 쑥쑥 올라갈 거예요.”
“선생님이 워낙 잘 가르쳐 주시니 영어에 재미를 붙이는 것 같아요. 무엇보다 공부하려는 마음을 갖게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저도 처음에 싸움만 한다는 아버님 말씀을 듣고 많이 힘들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의외로 성운이가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다 뿌듯해져요. 아마 내년에 고등학교 들어가면 훨씬 나아질 거예요.”
“삼년 전에 저 녀석 엄마 죽고는 마음을 잡지 못하던데, 선생님 덕분에 마음을 잡고 공부하는 것을 보니 십년 체증이 다 가라앉은 것 같습니다. 오죽하면 하루 종일 문자를 주고받던 핸드폰마저 스스로 없애버렸겠어요. 녀석이 선생님을 많이 따르는 것 같으니 앞으로 선생님이 잘 지도해 주세요.”
“저 보다 아버님께서 잘 지도해 주셔서 성운이가 착한 것 같아요. 외아들이라 외로움을 더 많이 느꼈던가 봐요. 잠시 방황을 했다고 생각하시고 지금 하는 그대로 잘 할 수 있도록 살펴만 주시면 될 것 같아요. 잘 다독여주시면 지금보다 더 열심히 할 거예요.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잖아요?”
“네. 아무쪼록 선생님이 잘 지도해 주세요. 부탁합니다.”
“네. 열심히 최선을 다해볼게요.”
현관문을 나서는 그녀의 뒷모습에 넋을 잃을 뻔했다. 블라우스 너머 은근히 보이는 그녀의 가는 허리가 눈에 들어온다. 치마에 가린 풍만한 엉덩이 선이 어느덧 무릎 아래로 드러난 날씬한 종아리로 이어졌다. 다리를 감싼 스타킹이 앙증맞은 발과 구두로 이어진 부분을 보면서 하마터면 침을 꿀꺽 삼킬 뻔했다. 그녀가 빠져나간 현관문을 아쉬운 마음으로 한참동안 바라보았다.
“아차! 수련회 가는 걸 깜빡 잊고 얘기 안했네. 아빠가 오늘 얘기해 주세요.”
“내일 토요일이라 일찍 온다고 했잖아. 선생님이 4시에 오시니까 그 안에 올 수 있잖아?”
“갑자기 일정이 바뀌어서 내일 늦게 끝난대요. 저녁 7시쯤에나 도착한데요. 저 선생님 전화번호 모르니까 아빠가 연락해 주세요.”
“그래 알았다. 걱정하지 말고 잘 다녀와.”
“네. 다녀오겠습니다.”
중학교 3학년이 핸드폰도 없애더니 아예 전화번호에 관심이 없다. 오로지 집 전화하고 아버지인 내 핸드폰 번호만 외우고 다닌다. 필요하면 집에 와서 찾아본다고 수첩에 적어두기는 했지만 거의 직접 전화하는 일이 없다. 덕분에 과외선생님과 내가 통화할 일이 많다. 처음에는 조금 귀찮고 어색했지만 지금은 자연스럽게 통화한다.
“여보세요. 상호? 응 나 정철이다.”
그녀에게 전화를 해야 했다. 토요일 오후 성운이 녀석이 과외를 못하게 되었다고 연락을 해야 했다. 그러나 나는 갑자기 가까운 N시에서 돼지를 키우는 친구에게 전화를 했다.
“돼지새끼들 잘 크고 있지? 이번에도 모돈들 임신 많이 시켰어? 그래? 발정제 효과가 좋긴 좋나보다? 뭐? 자식이 뭔 말을 못하게 하네. 홀아비가 뭐하는데 발정제가 필요하냐? 임마 형은 괜찮으니까 너나 많이 써먹어. 참! 그리고 오늘 저녁 동창회 있는 것 알지? 그래. **동 누룩식당. 7시까지 와라. 그래 임마 알았다. 알았어. 어디 노래방 가서 한 번 써보자. 가져와라. 가져와. 그래 저녁에 보자고...”
지난 3년간 죽은 마누라 생각에 여자를 멀리했었다. 그렇다고 계속 혼자 살 생각은 없지만 아직까지 눈에 들어 온 여자가 없었다. 그런데 최근에 아들 녀석 과외를 한다고 자주 통화하다보니 과외선생에게 자주 눈길이 같다. 덕분에 얼마 전에는 3년 만에 여자생각이 나서 자위를 했다. 친구들은 벌써 1주일에 한 번 정도 마누라를 볼까 말까 한다는데 그날 나는 무려 세 번이나 사정을 하고 잠이 들 수 있었다. 아들의 과외선생을 대상으로 자위를 하고 잠이 들었다.
‘참. 나도 별스런 녀석이다. 아들이 과외에 빠진다고 하니 기회란 듯이 엉큼한 생각을 하고...’
왜 그런 생각을 했는지는 모르겠으나 갑자기 그녀의 엉덩이와 종아리가 떠오르며 난 엉뚱한 생각을 하게 되었고, 실행을 위한 준비단계로 상호라는 친구에게 전화를 했다.
“아 글쎄 오늘은 정말 빠지고 싶다니까?”
감기 기운이 있다는 핑계로 2차로 노래방엘 가자는 친구들을 뿌리치고 있다.
“아이 자석이 성이 하는 말을 통 안 들어부네. 야 자석아. 양정철이 이 개새끼야.”
“왜 또?”
“성아가 준 발정제 그거이 솔찬히 잘 들은당께. 니 오늘 꼭 써봐야 쓸 껏 아녀?”
“됐어. 사용할 일 없어. 그냥 집에다 두지 뭐.”
“아따 그거이 뭔 보물단지도 아니고 뭣한디 잘 모셔둘라고 그라냐? 그냥 오늘 화-ㄱ 써부러. 성아가 담에 또 가따주께.”
“됐어. 성호야 다음에 같이 가자.”
“오메 차말로 천불이네 천불. 준호야 씨발 나 정철이 이 자석 땜시 답답해 디져불겄다야. 어째서 요란지 모르껏응께 니가 한 번 꼬셔봐라. 아이 자석이 징그랍게 말을 안 들어 쳐묵어야....”
“정철아 웬만하면 같이 가자.”
회장인 정철이까지 나서며 2차를 가자고 한다. 오늘은 꼭 그냥 들어가야 한다. 내일을 위해서 오늘은 휴식을 취해야 하기 때문이다. 준호가 붙잡는 손을 어쩔 수 없이 뿌리쳐야만 했다. 아들 핑계를 댈 수밖에 없다.
“준호야. 나 오늘은 꼭 들어가야 해. 운이 녀석 챙겨줄 게 있어서 먼저 들어갈게.”
“그럼 그렇게 하고 다음에 꼭 나와라.”
“그래 먼저 들어갈게. 연락해라.”
“그래. 잘 들어 가그라.”
“씨발놈. 염병하고 자빠졌네. 좆 뒀다가 뭣 할라고 그라고 애끼는 지 모르겄네. 보지를 같다가 쳐바친다고 해도 내빼고 지랄이네. 에이 자껏 니 맘대로 해부러라.”
성호는 동창들만 만나면 걸쭉한 전라도 사투리로 말을 한다. 성호가 끝내 2차로 노래방을 같이 가자는 것을 간신히 뿌리쳤다. 유난히 동창회에서 이런저런 여자랑 잔 이야기를 자주하는 바람에 이미 난봉꾼으로 소문이 난 성호였다. 사실 조금은 내성적인 성격이라 동창회에서 말을 잘 하지 않는 나는 은근히 성호가 부러울 때도 있었다. 특히나 그의 자유롭고 화려한 성 생활에 대한 얘기를 들을 때는 따라다니며 같이 즐기고 싶을 때도 있었다.
‘이게 과연 효과가 있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