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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취한 손님 - 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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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우깡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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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야행성 기질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보통 사람들과 정반대의 생활을 하고 있었다. 낮에는 자고, 밤에는 택시운전하고. 이런 식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오늘도 마찬가지. 지금 새벽 3시이지만 낮에 충분히 잠을 자둬나서 하나도 피곤하지가 않다. 그렇기 때문에 매우 지루하고 심심했다.

역시 지구상에서는 밤보다 낮에 사람이 많이 돌아다니는가 보다. 그 점을 보며 나도 낮 시간을 노려볼까, 하고 생각해보았지만 낮에는 교통이 잘 막히고, 시끄러워서 싫다. 그래서 계속 밤에만 일하는 거지.

물론 수입은 짜다.



“오늘 손님은 없으려나?”



나의 밥벌이 도구, 자가용 택시를 몰고, 유흥업소나 24시 전문 가게를 돌아다닌 지 고작 30분밖에 지나지 않았다. 태울 손님이 있을까 하고 나름대로 기대하며 택시를 몰았는데, 결과는 영 실망이다. 모두들 아직 더 놀 거리가 있는지 거리를 질주하는 나의 택시를 불러주는 이가 없었다.



“아, 정말인지 너무하네. 집에 돌아갈 사람 없는 거야?”



진짜로 낮 시간에 일해야 하는 건가? 아무래도 이대로 가다간 궁핍한 생활에 푹 쓰러질 것 같았다.

그런 푸념을 하며 장소를 옮긴지 여러 차례. 버스 정류장에서 멀지 않은 곳에 손을 흔드는 손님 한 분이 보였다.



“앗싸리! 손님이다!!”



저 손은 분명히 이 택시를 타기 위해서 흔드는 것! 나는 그 기대에 힘껏 보답하고자 시원하게 택시를 몰며 손님 앞에 정지시켰다. 그러자 반가운 효과음.



달칵-



내 옆의 문이 열리며 여자 한 명이 얼굴을 들어 내밀었다. 예쁘진 않지만 이목구비가 시원하기 때문에 그다지 못생기진 않은 여자였다.



‘후후, 오늘 첫 손님이 여자라니…. 꽤 멀리 있는 곳에 불렀으면 좋겠구먼.’



장거리 운행에 나름대로 기대를 하며 난 여자를 바라보았다. 그런데 이 여자는 나의 애마(?)에 탈 생각을 하지 않은 채 내 얼굴을 빤히 주시하는 게 아닌가?

난 저도 모르게 나의 턱을 쓰다듬었다.



‘훗, 이 몸의 미모에 넋이 나간거냐?’



속으로 그런 생각을 했지만 여자 쪽은 그런 것 같지 않았다.



“여기에서 맛있는 갈비집이 어디에요?”



“…….”



시, 시방! 지금 내 인내심을 시험하려고 하는 게냐?

기대감에 잔뜩 좋아했던 택시기사를 붙잡고 하는 말이 갈비집이 어디에요?라니!!

나는 분노했다.



“즐이나 쳐드셈!”



유치하게 보일 법한 멘트 한 번 날려주고, 가운데 손가락을 보여주었다. 그런 다음, 여자가 뭐라고 말하기 전에 그녀의 면상을 잡아 뒤로 민 다음, 문을 닫고 재빨리 도망쳤다.

백미러를 보니 갈갈이 날뛰는 여자의 모습이 보였다. 그걸 보며 난 신나게 킨(KIN)~이라고 외쳤다.



“택시기사를 우습게보지 말라고!!”



그래! 그런 질문은 인터넷 검색 사이트에 찾아보란 말이다!

하여간 요즘 여자들은 개념이 부족해. 저런 몇몇 여자들 때문에 죄도 없는 여자들이 무식하다고 욕먹는 거다. 저런 여자는 내 쪽에서부터 거절이다.

아무튼 그렇게 몇 분 동안 손님을 안태운 채, 계속 질주했다. 다리를 건너고, 도시를 빠져나와도 계속 질주했다.

그리고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옆구리가 산악인 도로를 질주하며 디지털 시계를 보니 새벽 5시다. 이제 슬슬 아침 해가 뜰 시간인 것이다.



‘벌써 이렇게나….’



이야~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손님이 없는 날은 이번이 22번째다. 정말 장하구나, 나여!



‘응? 저건?’



그렇게 내가 혼자서 자화자찬을 하고 있을 때, 저 멀리서 누군가가 보였다. 택시 몰던 속도를 줄이고 천천히 그 사람을 훑어보니 그 사람은 이 추운 날에 짧은 치마를 입고 있는 여자였다.

난 그 여자를 보며 감탄했다.



“이야~ 저런 자세에도 잘만 자는구나!”



여자는 가드레일에 앉아서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잘못하다간 뒤로 넘어져 꼴사나운 모습을 보일 그 위태한 자세를 그 여자가 지금 펼쳐 보이고 있는 것이다.



“에구, 그런데 춥지 않으려나?”



여자는 짧은 치마도 모자라 상당히 얇은 상의를 입고 있었다.

지금은 11월 중수. 그것도 막 아침이 되려는 시간. 한참 겨울바람이 불 때에 저런 옷을 입고도 잠만 잘 자는 꼴을 보니 난 속으로 ‘저 여자는 분명히 기인일거야!’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기인은 기인이고, 사람은 사람이다. 저런 불쌍한 꼴을 보았으니 냉정하게 지나갈 수 없었다.

왜냐!



‘사실 난 다정한 놈이거든.’



실제로 내가 한 여린 성격 좀 한다. 그래서 불쌍한 사람을 보면 지나가지 못할 정도로 참 여리다. 이것은 나의 절친한 친구이자 진지함이 넘치는 양모모 씨가 말해준 것이니 확실하다.

물론 싸가지 없는 사람에게는 매우 냉정하지만.



‘크으! 내가 생각했어도 정말 닭살 돋네.’



한쪽 팔뚝을 문지르며 난 그 여자 앞에 차를 정지시켰다. 그리고 창문을 열어 그 여자에게 외쳤다.



“이봐요! 괜찮아요?”



“…….”



꾸벅꾸벅-

제, 젠장! 씹혔다!



“이봐요, 아가씨! 괜찮냐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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