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3연패' 페퍼저축은행, 하지만 예전과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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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3연패' 페퍼저축은행, 하지만 예전과 달랐다
[여자배구] 박정아 부활-장위 높이 위력 확인하며 컵대회 마감한 페퍼저축은행2009년 부산대회 이후 15년 만에 부울경 지역(통영)에서 개최됐던 2024 프로배구 컵대회 여자부가 지난 6일 현대건설 힐스테이트의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지난 시즌 V리그 통합챔피언 현대건설은 컵대회 조별리그에서 2승1패로 A조 2위를 기록한 후 4강에서 IBK기업은행 알토스를 세트스코어 3-0, 결승에서 정관장 레드스파크스를 세트스코어 3-1로 꺾고 통산 5번째 컵대회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조별리그에서 먼저 2승을 기록한 B조의 정관장은 초청팀 프레스티지 인터네셔널 아란마레와의 최종전에서 주전들에게 휴식을 주면서 1-3으로 패했다. 따라서 이번 대회에 출전한 8개 구단 중 승리를 맛보지 못한 팀은 단 한 팀이었다. 바로 A조에서 현대건설과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 GS칼텍스 KIXX에게 나란히 패하며 A조 최하위로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V리그의 막내구단 페퍼저축은행 AI페퍼스였다.
지난 2021년에 창단한 페퍼저축은행은 2022년부터 컵대회에 출전했지만 3년 동안 단 1승도 기록하지 못했다. 하지만 2022년엔 전 경기 0-3 패, 작년엔 3경기에서 두 세트를 따냈던 페퍼저축은행은 올해 컵대회에서 처음으로 풀세트 경기를 치르는 등 3경기에서 3번의 세트를 따내면서 선전했다. 올해 컵대회는 창단 후 세 시즌 연속 최하위에 머물렀던 페퍼저축은행의 긍정적인 변화를 확인할 수 있는 대회였다.
창단 3주년, 감독은 벌써 4명째
2021년 9월에 창단해 2021-2022 시즌부터 리그에 참가한 페퍼저축은행은 창단 후 세 시즌을 치르면서 통산 103경기에서 13승90패를 기록했다. 통산 승률은 .126에 불과했고 세 시즌 동안 따낸 승점은 단 42점이었다. 이는 지난 시즌 리그 5위로 봄 배구 진출에 실패했던 기업은행(51점)보다 9점이나 부족한 승점이다. 한마디로 페퍼저축은행은 V리그에서 상대에게 승점을 조공해주는 '독보적인 최약체'였다.
성적이 워낙 좋지 못하니 감독도 자주 교체될 수밖에 없었다. 페퍼저축은행은 2012년 런던 올림픽 4강 신화를 이끌었던 김형실 감독을 창단 감독으로 선임했다. 하지만 '노장 감독과 신예 선수들의 케미'를 기대했던 김형실 감독은 2022년 11월 성적부진으로 자진 사퇴했다. 작년 2월에 부임한 한국계 미국인 아헨 킴 감독은 공식 경기를 한 경기도 이끌지 못하고 가족 문제를 이유로 4개월 만에 물러났다.
페퍼저축은행은 팀의 3번째 감독으로 또 한 번 외국인 감독 조 트린지를 선임했다. 1987년생의 젊은 사령탑인 트린지 감독은 스마트한 배구를 추구하겠다는 포부를 밝히며 돌풍을 예고했지만 페퍼저축은행은 지난 시즌 여자부 단일시즌 최다연패기록(23연패)을 세우며 또 다시 독보적인 최하위로 밀려났다. 트린지 감독 역시 지난 2월에 경질되면서 한 시즌도 제대로 팀을 이끌지 못했다.
세 시즌 동안 3명의 감독이 팀을 거쳐간 페퍼저축은행은 지난 3월 장소연 SBS 스포츠 해설위원을 4대 감독으로 선임했다. 배구팬들은 2018-2019 시즌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의 우승을 이끌었던 박미희 전 감독(KBS N 스포츠 해설위원)을 언급하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하지만 감독은커녕 코치 경험조차 전무한 장소연 감독이 최하위 페퍼저축은행의 도약을 이끌 수 있을지 우려하는 시선도 적지 않았다.
페퍼저축은행은 FA시장에서 3년 총액 8억7000만 원을 투자해 국가대표 리베로 한다혜를 영입했다. 그리고 아시아쿼터와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에서는 나란히 전체 1순위 지명권을 얻어 196cm의 미들블로커 장위와 크로아티아 출신 아포짓 스파이커 바르바라 자비치를 지명했다. 6월에는 흥국생명과의 트레이드를 통해 이고은 세터를 내주고 이원정 세터를 데려오면서 세터진에 변화를 단행했다.
한층 발전한 경기 보여준 2024년 컵대회
선수단을 재정비한 페퍼저축은행은 일본에서 전지훈련을 하면서 컵대회를 준비했다. 이번 컵대회는 V리그 개막을 약 3주 앞두고 열리면서 외국인 선수와 아시아쿼터 선수들의 출전이 허용됐고 국가대표 차출도 없어 모든 구단이 '완전체 전력'으로 대회에 임할 수 있게 됐다. 따라서 페퍼저축은행 역시 새로 합류한 선수들의 기량을 점검하고 새로 구성한 팀의 전력을 확인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페퍼저축은행은 컵대회 첫 경기부터 V리그 우승팀 현대건설을 만났다. 페퍼저축은행은 현대건설과 풀세트까지 가는 접전을 벌인 끝에 세트스코어 2-3으로 아쉽게 패했다. 특히 2,3세트는 2점차로 승부가 났을 정도로 대등한 경기를 펼쳤다. 페퍼저축은행은 1일 도로공사를 상대로도 한 세트를 따내며 선전했고 0-3으로 패했던 GS칼텍스전에서도 매 세트 20득점 이상 기록하며 쉽게 물러나지 않았다.
이번 컵대회에서 페퍼저축은행의 가장 큰 수확은 '클러치박' 박정아의 부활을 확인한 것이다. 지난 시즌 32.68%의 성공률(12위)로 468득점(11위)을 기록했던 박정아는 이번 컵대회 3경기에서 35.04%의 성공률로 56득점을 기록하며 토종에이스로서 제 몫을 톡톡히 해냈다. 세트당 1.08개의 블로킹과 58.33%의 속공 성공률로 2개 부문 1위에 오른 아시아쿼터 1순위 장위가 보여준 높이의 위력도 대단했다.
물론 아쉬운 부분도 있었다. 무엇보다 페퍼저축은행의 주공격수 역할을 해줘야 할 외국인 선수 자비치가 컵대회 3경기에서 31.06%의 성공률로 47득점에 그친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특히 자비치는 GS칼텍스와의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21.43%의 성공률로 단 4득점에 그친 후 2세트 중반 박경현과 교체됐다. 페퍼저축은행이 V리그에서 좋은 성적을 올리려면 자비치의 기복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사실 페퍼저축은행은 이번 컵대회에서 이원정 세터와 아웃사이드히터 이한비가 부상으로 출전하지 못했다. 컵대회에 출전한 멤버들은 장소연 감독이 구상한 '완전체'가 아니었다는 뜻이다. 물론 이원정과 이한비가 가세한다고 페퍼저축은행의 전력이 비약적으로 좋아진다는 보장은 없다. 하지만 컵대회에서 보여준 가능성에 아직 더할 전력이 남았다는 것은 페퍼저축은행에겐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조별리그에서 먼저 2승을 기록한 B조의 정관장은 초청팀 프레스티지 인터네셔널 아란마레와의 최종전에서 주전들에게 휴식을 주면서 1-3으로 패했다. 따라서 이번 대회에 출전한 8개 구단 중 승리를 맛보지 못한 팀은 단 한 팀이었다. 바로 A조에서 현대건설과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 GS칼텍스 KIXX에게 나란히 패하며 A조 최하위로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V리그의 막내구단 페퍼저축은행 AI페퍼스였다.
지난 2021년에 창단한 페퍼저축은행은 2022년부터 컵대회에 출전했지만 3년 동안 단 1승도 기록하지 못했다. 하지만 2022년엔 전 경기 0-3 패, 작년엔 3경기에서 두 세트를 따냈던 페퍼저축은행은 올해 컵대회에서 처음으로 풀세트 경기를 치르는 등 3경기에서 3번의 세트를 따내면서 선전했다. 올해 컵대회는 창단 후 세 시즌 연속 최하위에 머물렀던 페퍼저축은행의 긍정적인 변화를 확인할 수 있는 대회였다.
창단 3주년, 감독은 벌써 4명째
▲ 아시아쿼터 1순위 장위(왼쪽)는 이번 시즌 장소연 감독이 가장 기대하는 선수다. |
ⓒ 페퍼저축은행AI페퍼스 |
2021년 9월에 창단해 2021-2022 시즌부터 리그에 참가한 페퍼저축은행은 창단 후 세 시즌을 치르면서 통산 103경기에서 13승90패를 기록했다. 통산 승률은 .126에 불과했고 세 시즌 동안 따낸 승점은 단 42점이었다. 이는 지난 시즌 리그 5위로 봄 배구 진출에 실패했던 기업은행(51점)보다 9점이나 부족한 승점이다. 한마디로 페퍼저축은행은 V리그에서 상대에게 승점을 조공해주는 '독보적인 최약체'였다.
성적이 워낙 좋지 못하니 감독도 자주 교체될 수밖에 없었다. 페퍼저축은행은 2012년 런던 올림픽 4강 신화를 이끌었던 김형실 감독을 창단 감독으로 선임했다. 하지만 '노장 감독과 신예 선수들의 케미'를 기대했던 김형실 감독은 2022년 11월 성적부진으로 자진 사퇴했다. 작년 2월에 부임한 한국계 미국인 아헨 킴 감독은 공식 경기를 한 경기도 이끌지 못하고 가족 문제를 이유로 4개월 만에 물러났다.
페퍼저축은행은 팀의 3번째 감독으로 또 한 번 외국인 감독 조 트린지를 선임했다. 1987년생의 젊은 사령탑인 트린지 감독은 스마트한 배구를 추구하겠다는 포부를 밝히며 돌풍을 예고했지만 페퍼저축은행은 지난 시즌 여자부 단일시즌 최다연패기록(23연패)을 세우며 또 다시 독보적인 최하위로 밀려났다. 트린지 감독 역시 지난 2월에 경질되면서 한 시즌도 제대로 팀을 이끌지 못했다.
세 시즌 동안 3명의 감독이 팀을 거쳐간 페퍼저축은행은 지난 3월 장소연 SBS 스포츠 해설위원을 4대 감독으로 선임했다. 배구팬들은 2018-2019 시즌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의 우승을 이끌었던 박미희 전 감독(KBS N 스포츠 해설위원)을 언급하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하지만 감독은커녕 코치 경험조차 전무한 장소연 감독이 최하위 페퍼저축은행의 도약을 이끌 수 있을지 우려하는 시선도 적지 않았다.
페퍼저축은행은 FA시장에서 3년 총액 8억7000만 원을 투자해 국가대표 리베로 한다혜를 영입했다. 그리고 아시아쿼터와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에서는 나란히 전체 1순위 지명권을 얻어 196cm의 미들블로커 장위와 크로아티아 출신 아포짓 스파이커 바르바라 자비치를 지명했다. 6월에는 흥국생명과의 트레이드를 통해 이고은 세터를 내주고 이원정 세터를 데려오면서 세터진에 변화를 단행했다.
한층 발전한 경기 보여준 2024년 컵대회
▲ 박정아는 이번 컵대회 조별리그에서 김연경에 이어 국내선수 득점 2위를 기록했다. |
ⓒ 한국배구연맹 |
선수단을 재정비한 페퍼저축은행은 일본에서 전지훈련을 하면서 컵대회를 준비했다. 이번 컵대회는 V리그 개막을 약 3주 앞두고 열리면서 외국인 선수와 아시아쿼터 선수들의 출전이 허용됐고 국가대표 차출도 없어 모든 구단이 '완전체 전력'으로 대회에 임할 수 있게 됐다. 따라서 페퍼저축은행 역시 새로 합류한 선수들의 기량을 점검하고 새로 구성한 팀의 전력을 확인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페퍼저축은행은 컵대회 첫 경기부터 V리그 우승팀 현대건설을 만났다. 페퍼저축은행은 현대건설과 풀세트까지 가는 접전을 벌인 끝에 세트스코어 2-3으로 아쉽게 패했다. 특히 2,3세트는 2점차로 승부가 났을 정도로 대등한 경기를 펼쳤다. 페퍼저축은행은 1일 도로공사를 상대로도 한 세트를 따내며 선전했고 0-3으로 패했던 GS칼텍스전에서도 매 세트 20득점 이상 기록하며 쉽게 물러나지 않았다.
이번 컵대회에서 페퍼저축은행의 가장 큰 수확은 '클러치박' 박정아의 부활을 확인한 것이다. 지난 시즌 32.68%의 성공률(12위)로 468득점(11위)을 기록했던 박정아는 이번 컵대회 3경기에서 35.04%의 성공률로 56득점을 기록하며 토종에이스로서 제 몫을 톡톡히 해냈다. 세트당 1.08개의 블로킹과 58.33%의 속공 성공률로 2개 부문 1위에 오른 아시아쿼터 1순위 장위가 보여준 높이의 위력도 대단했다.
물론 아쉬운 부분도 있었다. 무엇보다 페퍼저축은행의 주공격수 역할을 해줘야 할 외국인 선수 자비치가 컵대회 3경기에서 31.06%의 성공률로 47득점에 그친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특히 자비치는 GS칼텍스와의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21.43%의 성공률로 단 4득점에 그친 후 2세트 중반 박경현과 교체됐다. 페퍼저축은행이 V리그에서 좋은 성적을 올리려면 자비치의 기복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사실 페퍼저축은행은 이번 컵대회에서 이원정 세터와 아웃사이드히터 이한비가 부상으로 출전하지 못했다. 컵대회에 출전한 멤버들은 장소연 감독이 구상한 '완전체'가 아니었다는 뜻이다. 물론 이원정과 이한비가 가세한다고 페퍼저축은행의 전력이 비약적으로 좋아진다는 보장은 없다. 하지만 컵대회에서 보여준 가능성에 아직 더할 전력이 남았다는 것은 페퍼저축은행에겐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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