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스 '라면 수비'인데 교체하는 게 맞을까… 6개월 활약, 130만 달러 베팅 실패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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렉스 '라면 수비'인데 교체하는 게 맞을까… 6개월 활약, 130만 달러 베팅 실패하나
▲ 올 시즌 공수 모두에서 고전하고 있는 잭 렉스 ⓒ곽혜미 기자
▲ 무릎 부상 여파를 강하게 받고 있는 잭 렉스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지난해 DJ 피터스의 떨어지는 콘택트에 고민하던 롯데는 결국 외국인 타자를 바꿨다. 같은 외야수지만 유형은 조금 다른 잭 렉스(30)를 영입했다. 더 이상 공격력의 저하를 두고 볼 수 없었던 롯데의 승부수였다.
궁극적으로 포스트시즌에 가지는 못했으나 롯데의 교체 자체는 성공을 거뒀다. 렉스는 시즌 56경기에서 타율 0.330, 8홈런, 34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906의 대활약을 펼치며 외국인 타자 고민을 해소했다. 득점 생산력은 리그 평균보다 50% 이상 좋았다. 교체 선수로는 대박이었다. 콘택트와 장타를 동시에 갖춘 보기 드문 유형이었다.
그런 롯데는 렉스와 재계약 협상을 벌였고, 총액 130만 달러(계약금 20만 달러, 연봉 100만 달러, 인센티브 10만 달러)에 계약했다. 보장 금액만 120만 달러였다. 당시 이 결정은 업계에서 큰 화제를 불러 모았다. 렉스가 좋은 활약을 한 것은 맞지만, 반 시즌 뛴 대체 외국인 선수에게는 예상을 벗어나는 많은 연봉이라는 것이다.
실제 현재 KBO리그에서 반 시즌을 뛰고 130만 달러 이상의 연봉을 받는 외국인 타자는 찾아보기 어렵다. 렉스보다 더 일찍 들어와 80경기에 나가 좋은 활약을 한 앤서니 알포드(kt)의 연봉도 100만 달러로 렉스보다 훨씬 적었다. 그만큼 롯데는 렉스가 필요했고, 기량에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는 의미가 된다. 그런데 정작 뚜껑을 열어보니 부상과 부진에 고전하고 있다.
렉스는 오른쪽 무릎이 좋지 않다. 무릎 문제 때문에 5월 17일부터 26일까지 부상자 명단에 가기도 했다. 복귀 후에도 지금까지도 관리를 받고 뛰고 있다. 무릎은 타자의 밸런스를 유지하는 데 아주 중요한 부위다. 오른 무릎은 좌타자 타격시 체중을 순간적으로 지탱해야 하기 때문에 더 큰 힘이 걸린다. 오른 무릎이 좋지 않으면 정상적인 타격이 될 수 없다.
렉스도 그 문제 탓인지 올 시즌 성적이 저조하다. 시즌 41경기에서 타율 0.243에 머물고 있다. 지난해보다 타율이 크게 떨어졌다. 여기에 홈런도 2개밖에 없다. OPS(출루율+장타율)는 0.675로 뚝 떨어졌다. 방망이가 밀리는 모습이 자주 나오고 있고, 삼진도 많아졌다. 타이밍이 다소 늦는 모습인데 오른 무릎 쪽의 문제를 추론해 볼 수 있다.
▲ 렉스는 타격은 물론 수비에서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곽혜미 기자
▲ 롯데의 현재 구상에서 렉스는 반드시 정상적인 외야 수비를 해야 한다 ⓒ곽혜미 기자
문제는 타격뿐만이 아니다. 렉스의 타격 지표는 사실 기대를 걸어볼 만한 대목들이 더러 있다. 평균 타구 속도는 지난해와 큰 차이가 없고, 평균 발사각도 마찬가지다. 시속 165㎞ 이상의 빠른 타구 비율도 지난해와 유의미한 차이를 찾아보기 어렵다. 오히려 더 공을 신중하게 고르면서 헛스윙은 줄고, 선구도 아직은 살아있다. 단지 정확한 타이밍에 맞히지 못하는 것이다. 이는 무릎 문제만 어느 정도 해결되면 조금씩 나아질 여지가 있다.
오히려 문제는 수비에서 더 불거진다. 과감하게 대시를 끊지 못하는 모습이 최근 자주 보인다. 18일 인천 SSG전에서도 3회 최지훈의 힘 없는 좌익수 뜬공 타구를 그냥 바라보다 떨어뜨렸다. 타구 판단이 제대로 되지 않은 것도 있겠지만, 시작부터 과감하게 대시를 하지 못했다. 결국 마지막 순간 공을 포기해버렸다. 이른바 '라면 수비'로 아웃이 될 것이 안타가 됐다. 이는 렉스의 현재 무릎 상태 및 전반적인 하체 상태, 그리고 심리적 상태 모두에 문제가 있음을 드러낸다.
타격은 살아날 여지가 충분하지만, 순간적으로 힘을 쓰고 달려야 하는 수비에서는 결정적인 실수 하나가 경기를 망치는 일이 생긴다. 가뜩이나 롯데는 지금 외야 한 자리의 운동 능력과 수비력이 고민이다. 전준우를 넣자니 수비력이 다소 아쉽다. 수비를 위해 다른 선수를 넣자니 공격력이 떨어진다. 여기에 안권수마저 부상으로 빠져 있다. 활용할 수 있는 카드의 범위도 넓다고 할 수 없다.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렉스가 건강하게 수비를 보면서 중심타자의 몫을 해주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의 무릎 상태는 이를 장담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롯데는 더 이상 리빌딩 팀이 아니다. 올해는 5강 이상의 성적을 위해 달려야 할 팀이다. 렉스의 무릎이 회복될 것이라는 확신이 있다면 가장 좋은 시나리오겠지만, 갈수록 그 확신이 줄어들면 결국은 결단의 시간이 찾아올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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