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당오빠’ 변우석 “19세의 나? ‘원초적 본능’은 못 봤다. 선재보다 좋아할 때 표현은 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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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오빠’ 변우석 “19세의 나? ‘원초적 본능’은 못 봤다. 선재보다 좋아할 때 표현은 잘해”
배우 변우석. 사진 | 바로엔터테인먼트 |
[스포츠서울 | 박효실 기자] 문짝도 울고 갈 189㎝의 큰 키, 달리는 버스도 따라잡는 긴 다리, 수영 금메달에 빛나는 어깨, 얼굴을 다 가리는 20㎝ 길이 손까지. 모델 출신다운 우월한 피지컬에 귀엽고 허술한 멍뭉미까지 다 갖춘 남자, 변우석(33)이 뒤늦게 발견된 지는 고작 2개월밖에 되지 않았다.
2024년 상반기를 뜨겁게 달군 tvN 월화극 ‘선재 업고 튀어’(이하 ‘선업튀’)에서 주인공 류선재 역을 찰떡같이 소화한 변우석은 선재를 업고 국내는 물론이고 글로벌까지 제대로 튀어 올랐다. 신드롬급 인기로 모든 화제성을 독식했고, ‘월요병 치료제’를 넘어 현생이 무너져내린 ‘선친자’를 양산했다.
신드롬의 정점에 선 변우석에게 ‘선업튀’와 류선재는 이제 잊을 수 없는 이름이 됐다. 30일 서울 강남에서 진행된 종영 인터뷰에서 변우석은 류선재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전했다.
“10개월여 드라마를 촬영하고 2개월여 방송이 나가는 동안 너무 선재를 좋아하고 사랑했어요. 이제 보내줘야 하지만 저는 못 보내고 항상 보고 싶을 때마다 다시 돌려볼 것 같아요. 시간 나면 1회부터 다시 정주행 하려고요.”
드라마에서 1990년생으로 그려진 류선재는 1991년생인 변우석과 같은 시대를 살아간 싱크로율 높은 캐릭터였다. 실제 열아홉살, 스무살의 변우석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선재처럼 ‘원초적인 본능’도 봤었냐고 묻자 “그건 못 봤다. 엄청 히트였던 기억은 있다”라며 웃었다.
“열아홉 살 땐 대입을 준비하느라 바쁘게 생활했고, 대학 가서는 친구들 선배들이랑 술도 많이 먹었던 것 같아요. 공부는 안 하고. (웃음) 1학년 1학기 마치고 군대에 갔고, 제대하고는 23세부터 모델 일을 시작했어요.”
지금은 모두 배우, 방송인으로 왕성하게 활동하는 장기용, 주우재, 남주혁 등이 그의 모델 시절 절친들이다. “내가 재미있게 할 수 있는 일이 뭘까 하고 처음 시작한 게 모델이었어요. 그땐 정말 너무 행복하고 재밌게 했던 것 같아요. 지금도 모델 일은 너무 사랑해요.”
배우 변우석. 사진 | 바로엔터테인먼트 |
배우 변우석. 사진 | 바로엔터테인먼트 |
잘생긴 모델로 유명했던 그는 2016년 노희경 작가의 tvN ‘디어 마이 프렌즈’로 처음 연기를 시작했다. 한국 최초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에 빛나는 윤여정의 조카 역이었다. 신인으로서는 엄청난 대작으로 데뷔하는 행운을 잡았지만, 그 후에도 수백번의 오디션에 떨어지며 ‘연기의 벽’에 부딪히고 깨졌다. 자존감이 바닥을 쳐 카메라 울렁증을 겪기도 했다.
“나 자신한테 채찍질을 하는 편이에요. 첫 번째 (연기) 결과물에 대해서 그 다음에는 더 노력하고 조금씩 좋아진 것 같아요. 예전엔 ‘나 왜 잘 못하지, 왜 안 되지’ 하는 생각도 많이 했는데 이제는 ‘그때는 처음이었으니까’ 이렇게 생각해요. 그때는 너무 몰랐고 너무 연기를 잘하는 사람과 비교해서 더 그랬던 것 같아요. 저는 고작 이제 시작인데, 목표로 삼는 건 좋지만 그렇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한 건 내 욕심이죠. 잘하고픈 욕심 때문에 아프고 힘들었던 때였어요.”
배우로 데뷔 후 장장 9년간 시간을 견디며 쌓인 나름의 내공도 그를 단단하게 만들었다. “공통으로 주변에서 얘기해 주는 게 ‘대충 열심히 살자’라는 거예요. 열심히 해야 하는 건 열심히 하고, 대충 할 거는 대충 하는 거죠. ‘이건 꼭 이렇게 해야 해’ 하지 않고 ‘그럴 수 있지’ 해버려요. 일 적인 부분은 최대한 열심히 해요. 그런데 하기 싫으면 설거지도 사흘씩 안 할 때도 있고, 뭐 청소 안 한다고 세상 망하는 거 아니니까 내려놓기도 해요.”
‘우석적 사고’도 도움이 됐다. “어떤 일이 그 상황에는 엄청 큰일인데 지나고 보면 별일 아닌 경우가 많더라고요. 그래서 힘든 일이 와도 그냥 ‘이것도 지나가겠지’ 생각하는 편이에요. 물론 그 당시에 바로 생각하면 힘들죠. 그래도 결국은 지나가고, 그러면 별일이 아니라는 거.”
변우석 신드롬을 타고 최근 유튜브와 SNS 등에는 변우석의 과거 사진, 영상 등이 알고리즘을 타고 계속 발굴되고 있다. 인상적인 건 아주 어릴 때부터 33세가 된 현재까지 온통 ‘개죽이’처럼 해맑게 웃는 변우석의 모습이 가득하다는 것. 체력적으로 지치고 힘든 촬영장에서 늘 웃는 비결이 뭐냐고 물었다.
“사실 저도 그걸 이제야 알았어요. 내가 이렇게 항상 웃었구나 하고. 뭐든 깊게 생각을 안 하는 편이에요. 좋으면 좋은 거고 힘들어도 깊게 들어가는 편이 아니에요. 어떻게 보면 좀 생각이 없다고 해야 하나. 하하.”
또래 스타들에 비하면 한참 늦은 33세에 신드롬의 주인공이 될 줄은 그 자신도 알지 못했다. 그저 어제보다 조금 더 나은 연기를 하고 싶다는 갈망과 열정을 놓지 않았던 어느 날, 남자 주인공을 못 구해 제작이 3년간 표류된 ‘선업튀’를 운명적으로 만났다.
“대본을 처음 받았을 때 너무 아름다워서 잘 소화해서 표현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내가 선재를 연기하면서 느꼈던 감정을 많이 공감해주셨으면 좋겠다, 첫 드라마 주인공이니까 그만큼 잘 됐으면 좋겠다는 마음도 있었어요. 그래도 이렇게 많은 사랑을 받을 줄은 몰랐어요.”
변우석. 사진 | tvN ‘선재 업고 튀어’ |
변우석. 사진 | tvN ‘선재 업고 튀어’ |
드라마에서 류선재의 열혈팬 임솔(김혜윤 분)은 돌연 사망한 최애를 구하기 위해 15년 전으로 타임슬립해 열아홉의 류선재를 만나고, 다시 스무살, 서른넷으로 재회하며 쌍방구원 로맨스를 펼쳤다.
나이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는 외모와 성격을 표현하려고 디테일하게 캐릭터를 연구했다. 팬들에게 천재 작가로 추앙받은 이시은 작가의 맛깔난 대본에 ‘최고의 파트너’ 김혜윤의 몸을 던지는 열연, 윤종호, 김태엽 감독의 섬세한 디렉션, 스태프들의 물밑 노력 등이 어우러져 ‘선업튀’는 극강의 완성도로 드라마 팬들을 홀렸다.
변우석은 인생작이 된 ‘선업튀’를 만들어준 촬영 스태프들이 정말 고마워서 지난 28일 ‘선업튀’ 종영기념 단체관람 이벤트 무대인사 도중 펑펑 눈물을 쏟기도 했다. 말도 못 잇고 우는 변우석을 보며 극중 임솔의 엄마 역 정영주는 “우리 사위가 눈물이 많아요. 양해 부탁 드려요”라며 농담했다.
“스태프들이 아름다운 장면을 찍으려고 너무 애를 많이 쓰셨어요. 조명팀은 1~2시간 전에 미리 가서 설치하고, 촬영 감독님도 새벽부터 예쁜 장면 담으려고 고민하시고 했거든요. 그 덕분에 많은 분들이 선재를 사랑해주셨던 것 같아요. 단관 때 함께 촬영한 스태프들 사진이 올라오니까 감사함을 표현하고 싶었는데 감정이 격해져서 그랬던 것 같아요.”
그저 흔한 로맨틱 코미디인줄 알았던 ‘선업튀’는 16부 내내 거침없이 휘몰아치는 스토리 전개를 선보였고, 서로를 구하기 위해 기꺼이 목숨까지 던지는 두 청춘의 애절한 순애보는 매주 월요일만 기다린다는 드라마 팬들을 만들었다.
“가장 기분이 좋았던 건 ‘월요병 치료제’라는 수식어였어요. 저도 월, 화가 싫은 날이 너무 많았는데, 그 순간이 기다려지는 감정이 공감돼서 너무 기쁘더라고요. 일주일에 수, 목, 금 3일만 열심히 하면 또 월, 화 잖아요. 예전에 작품 같이 했던 동료들이 연락해 코미디 연기 너무 웃기다고 많이들 얘기해주셔서 정말 기분 좋기도 했어요.”
tvN ‘선재 업고 튀어’ |
tvN ‘선재 업고 튀어’ |
‘선업튀’는 숱한 류선재 굴욕짤을 만들어낸 코미디에 진심인 드라마기도 했다. ‘뽀뽀 날리기씬’ ‘게임캐릭터 씬’ ‘비디오방 상탈씬’ ‘솔방울 주사씬’ ‘미끄럼틀씬’ 등 선재가 망신을 당할수록 시청자들은 열광했다.
“김태엽 감독님이랑 코미디 장면을 많이 찍었는데, 그럴 때마다 제 코미디 연기를 엄청 응원해주셔서 자신감 있게 찍을 수 있었어요. 사실 과한 표현을 할 때는 창피했는데 편안하게 해주셔서요. 우리 드라마가 대본에 적힌 상황 자체가 너무 재밌어서 표현의 농도는 제가 했지만, 그 안에 빠져서 하면 충분히 재밌는 장면이 나오겠구나 생각했어요.”
김혜윤은 밝고, 귀엽고, 엉뚱하고, 때로는 용맹무쌍한 임솔을 완벽하게 그려내며 변우석과 최고의 합을 보여줬다. 캐릭터에 푹 빠져 서로를 의지하며 열연을 펼친 덕에 ‘실제 사귀는 거 아니냐’라는 얘기도 들었다. 앞서 인터뷰에 나선 김혜윤은 변우석에 대해 “잘 돼서 떠나는 옆집 오빠 같다” “‘유퀴즈’ 나오는 걸 보면서 멀어져가는 오빠의 뒷모습을 바라봤다”라며 열애설을 에둘러 부인했다.
“혜윤이랑 함께 연기할 때 물론 너무 설렜죠. 선재가 솔이를 먼저 좋아했었기 때문에 처음 솔이가 수영장에서 달려와 안겼을 때도 설렘이 너무 많았어요. 혜윤이가 솔을 연기하면서 (나에게) 감정을 주는 씬 마다 너무 존경하고 설렜던 것 같아요. 너무 진솔하게 와닿아서. 정말 감사하고, 고맙고, 촬영 내내 되게 행복했어요. 그런데 내가 멀어져간다니 나는 다가가는 변우석이라고 해야 하나.(웃음) 혜윤이는 내게 항상 응원하는, 진짜 좋은 동료예요.”
수많은 레전드 키스씬을 남긴 드라마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키스씬을 묻자 타임슬립 후 한강다리에서 재회한 34세 솔선재가 서로의 오랜 마음을 확인하고 솔이네 현관에서 뜨겁게 나눈 키스씬을 꼽았다.
“솔이를 다시 만나서 ‘나도 사실 너 좋아했었어’라는 고백을 듣고, 계단을 뛰어 올라가서 키스하는 장면은 선재의 감정이 폭발했던 씬이었어요. 내가 15년이라는 오랜 세월 좋아했던 사람이 나를 좋아했다고 얘기해준 순간이 너무 커서 기억에 남아요.”
tvN ‘선재 업고 튀어’ |
첫사랑 임솔 외에 그 누구도 마음에 들어올 틈이 없는 류선재는 많은 여성들의 마음을 훔쳤다. 실제 변우석도 연애할 때 ‘솔친자’ ‘솔치광이’ 면모가 있을까.
“선재의 가장 큰 매력은 굳건함 같아요.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희생할 수 있고, 먼저 다가갈 수도 있고, 기다릴 줄도 아는 그 모든 면들이 선재의 매력이죠. 나로 생각해보면 누군가를 좋아할 때 선재처럼 푹 빠져서 좋아하는 것 같아요. 저도 누군가를 좋아하거나 뭔가를 시작하면 계속하는 편이에요. 선재는 되게 표현이 서툰데 전 그 정도는 아닌 것 같아요. 선재는 성인이 돼서도 되게 엉뚱하고 자기 마음을 잘 표현 못 하잖아요. 전 표현을 더 하는 편이고 확실하게 얘기하니까 선재와 싱크로율은 50대 50 정도 될 것 같아요.”
드라마가 방영되는 두 달 동안 대체 불가 톱스타로 성장한 변우석은 이제 ‘선업튀’와 함께 울고 웃은 팬들을 직접 만나는 시간을 갖는다. 변우석 신드롬에 힘입어 영화 ‘소울메이트’가 31일부터 일주일여간 전국 35개 CGV에서 특별상영에 들어가고, 6월부터는 대만, 태국, 홍콩 등 아시아 팬미팅 투어를 이어간다. 7월6~7일 마지막으로 서울에서 열리는 팬미팅은 사전예매에서 70만명이 몰리며 팬덤의 폭발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변우석은 “‘소울메이트’가 재개봉 해서 너무 좋다. 내가 좋아했던 영화고, 좋아하는 감독님(민용근) 작품이고, 연기하면서도 많이 배웠다. 요즘 알고리즘에 뜨는 10년 전 미흡하고 바보 같은 제 모습도 많이들 봐주시더라. 아쉬운 건 많지만, 그 순간에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한 거라 영화도 재밌게 봐주셨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tvN ‘선재 업고 튀어’ |
지난해 3월 데뷔 첫 일본 팬미팅에 이어 올해 두 번째 아시아 팬미팅에 임하는 포부도 전했다. “제가 준비할 수 있는 건 최선을 다해 준비 중이에요. 지난해 일본 팬미팅 때는 어떻게 보여드려야 하나 고민하느라 정작 즐기지를 못했어요. 팬들이 큰돈과 시간을 들여서 나를 보러 와준 건데, 내가 불편하고 부담되는 모습을 보면 행복할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번 투어 동안에는 진짜 제대로 놀고, 그 순간만큼은 (팬들의) 기억을 행복하게, 아름답게 해줘야겠다고 생각하고 준비 중이에요. 재밌게 즐길 생각입니다.”
‘선업튀’에서 톱밴드 이클립스의 보컬로 출연한 변우석은 ‘소나기’ ‘런런’ 등 수록곡 5곡을 직접 불러 가수 못지않은 노래 실력으로 화제를 모은 바 있다. “가수 데뷔하라”는 말도 많이 들었을 텐데 정작 변우석은 “노래 부르는 걸 좋아하지만, 잘 하는 것 같진 않다. 우리 드라마는 음악감독님이 하나하나 코칭하는 대로 녹음해서 만들어진 거라 솔직히 노래는 자신이 하나도 안 생겼다. 걱정이다”라며 웃었다.
인생을 되돌아 배우가 된 운명의 순간을 묻자 그는 어린 시절 성당에서 했던 연극을 꼽았다. 모태신앙인 변우석은 세례명이 프란치스코로 늘 묵주반지를 갖고 다닌다.
“아주 어릴 때 성당에서 행사할 때 할아버지를 연기한 적이 있어요. 초등학교 때는 발표할 때 말을 더듬는 학생을 연기하기도 했는데, 아마도 그런 기억들이 저를 여기로 데려오지 않았을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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