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규 회장, 마감 나흘 앞두고 4선 도전 결정...축구인들과 자리 후 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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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 [연합뉴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이 28일 축구협회에 4선 연임 도전 의사를 알렸다. 회장 선거에 나가려는 현직 회장이 사퇴해야 하는 마감 시한인 내달 2일을 나흘 앞둔 시점에서 내린 결정정이다.
정 회장이 고심 끝에 4선 도전 결심을 굳힌 데에는 산하 단체장, 시도협회장들의 설득이 결정적이었다.
정부 감사 대상에 오른 데다 팬들은 물론 정치권으로부터도 사퇴하라는 압박을 받는 등 사면초가에 몰린 정 회장은 마지막까지 4선 도전 여부를 두고 고민했다.
이달 중순 들어 정 회장이 4선을 포기하는 것으로 마음을 굳혔다는 풍문이 축구계에 나돌기도 했다.
경기인들 사이에서 신망이 두터운 한 원로급 축구인은 정 회장이 불출마할 경우 자신이 회장직에 도전하겠다며 '캠프' 구성에 나서기도 했다.
정 회장은 26일 축구협회 임원 회의에 참석해 "아침에도, 저녁에도, 하루에도 몇 번씩 생각이 달라진다"고 털어놨다.
축구계에 따르면 갈팡질팡하던 정 회장의 마음은 축구인들과 가진 두 차례 식사 자리를 계기로 '출마' 쪽으로 굳어졌다.
정 회장은 월요일인 25일 한국여자축구연맹, 한국풋살연맹 등 산하 단체장들과 오찬을 했고, 26일 임원회의 뒤 시도협회장들과 만찬을 했다. 두 식사 자리 모두 정 회장에게 출마를 권유하는 분위기였다는 게 참석자들의 전언이다.
정 회장에 앞서 허정무 전 대표팀 감독이 출마 선언을 한 가운데, 산하 단체장과 시도협회장 다수가 기업인이 아닌 허 전 감독이 회장이 될 경우 한국 축구가 재정적인 어려움에 부닥칠 수 있다며 불안감을 호소했다.
가장 큰 불안 요소로 언급된 건 천안축구센터 문제였다. 건설 자잿값과 인건비가 크게 오르면서 천안센터 건립에 드는 비용이 당초 예상한 것보다 300억 원가량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 리그 운영비, 각종 행사 비용 등 축구협회로부터 적잖은 돈을 지원받는 시도협회장들의 불안감은 더 컸다.
프로리그인 K리그1, K리그2(2부)와 세미프로 K3·K4리그, 아마추어 K5·K6·K7리그 간 장벽을 뚫어 '완전한 승강제'를 만드는 디비전 시스템 구축 사업이 제대로 시행되려면 정 회장이 계속 축구협회를 이끌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각 리그 간 격차가 크고 운영 방식도 달라 현장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적잖게 흘러나오는 터다.
천안센터와 디비전 시스템, 둘 다 정 회장이 시작한 사업이다. 정 회장이 책임지고 결자해지 하라는 것이다.
이밖에 정 회장 불출마할 경우 그가 아시아축구연맹(AFC)에서 쌓아온 외교 자산을 잃는 것이 한국 축구에 큰 손실이 될 거라는 의견도 있었다고 전해진다.
허 전 감독이 출마한 것 자체도 정 회장이 4선 도전에 나서는 데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파악된다.
한 산하 단체장은 "허 전 감독이 출마하면서 '경선'을 치르게 됐다. 민주적인 선거를 통해 정 회장이 당선된다면 축구인들로부터 '재신임'을 받는 의미가 있다. 4선을 통해 '명예 회복'을 하겠다는 의지가 느껴졌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1994년 울산 현대(현 HD) 구단주를 시작으로 30년 동안 축구계와 인연을 맺어왔다. 2013년 처음 축구협회 회장 선거에 당선됐을 때는 그를 포함해 4명의 후보가 경쟁했다. 이후 2선, 3선 때는 경쟁자 없이 홀로 입후보했다.
정 회장은 내달 2일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에 연임 심사서를, 축구협회엔 회장직 사퇴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공정위 심사가 통과되면 회장 후보 등록 기간인 12월 25∼27일을 전후해 지난 임기 동안의 소회와 4선 도전의 포부를 밝힐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