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툭하면 욕하고 때리는 농구판 악습 끊을 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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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대구 북구 대구체육관에서 열린 2024-2025 KCC 프로농구 정규리그 대구 한국가스공사와 고양 소노 스카이거너스의 경기, 소노 김승기 감독이 작전을 지시하고 있다. /뉴시스
한국 프로농구가 지난달 19일 개막한 2024-2025시즌 1라운드부터 거듭된 논란에 앓았다. 고양 소노 김승기 감독은 경기 도중 라커룸에서 선수를 폭행하고 욕설을 퍼부었다는 논란으로 자진 사퇴했다. 원주 DB 김주성 감독과 부산 KCC 전창진 감독은 경기 도중 선수에게 거친 욕설을 하는 장면이 TV 중계 화면에 여과 없이 잡혔다. 이에 KBL은 ‘비속어 사용 주의’ 공문까지 발송했지만, 실질적 처벌 없이 경고에 그친 점은 팬들의 비판을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일 서울 SK와의 경기에서 김승기 감독은 전반전이 끝난 뒤 라커룸에서 격분한 상태로 A선수에게 욕설을 퍼부으며 보드마카 지우개를 던지고 물에 젖은 수건으로 그의 얼굴을 가격했다. 이후에도 A를 계속 압박하며 “병원엔 왜 갔느냐” “나한테 맞아서 간 거냐”는 등 2차 가해를 이어갔다. 소노 구단은 사건 초기 감봉 등 내부 징계를 검토했으나, 팬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논란이 급속히 확산되면서 KBL 재정위원회 소집을 요청했다. 구단은 김 감독이 자진 사퇴 의사를 밝힘에 따라 이를 수용했다. 그러나 이는 비단 개인과 한 구단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 문제다. 한국 농구계의 뿌리 깊은 악습, 지도자와 선수 간의 위계질서 속에서 정당화된 폭언과 폭행 문화의 연장선에 있다.
원주 DB 김주성 감독과 부산 KCC 전창진 감독이 경기 중 공개된 작전타임에서 선수들에게 거친 욕설을 퍼붓는 장면이 TV 중계를 통해 여과 없이 노출됐다. 김주성 감독은 지난달 24일 대구 한국가스공사와의 경기에서 팀이 큰 점수 차로 뒤지고 있던 상황 작전타임 도중 외국인 선수 이선 알바노의 태도에 화가 나 보드마카를 집어던지며 “이 새X 말 존X 많네”라며 욕설을 퍼부었다. 이날 DB는 가스공사에 30점 차로 완패했다. 전창진 감독은 지난달 21일 창원 LG와의 경기 작전타임 중 선수 이승현을 불러들이며 비하적 비속어를 내뱉는 음성이 중계 마이크에 잡혔다. 당시 구체적인 욕설의 대상이 누구인지는 명확하지 않았지만, 팬들은 심판 판정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며 상대를 비하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과거에도 다혈질적인 성격으로 심판과 선수들을 향한 막말 논란이 많았던 전 감독은 이번 사건으로 또다시 팬들의 비판을 받았다. KBL은 이러한 상황에 대해 지난 30일 각 구단에 비속어 사용을 주의하라는 공문까지 발송했다.
한국 농구는 과거부터 지도자들의 폭언과 폭행 문제가 반복돼 왔다. 2014년 유재학 감독이 경기 도중 작전타임에 선수에게 테이프를 입에 붙이게 한 ‘테이프 사건’은 당시 방송 카메라에 포착되며 큰 파장을 일으켰다. 그러나 해당 사건은 유 감독의 사과와 구단의 경고 조치, 해당 선수의 “원래 그렇다”라는 발언으로 마무리되며, 근본적인 해결책은 나오지 않았다. 선수 출신 지도자들이 자신이 겪었던 폭력적인 환경을 대물림하면서 이러한 문화가 끊이지 않고 있다. 선수들이 지도자의 비속어와 폭력을 문제로 인식하지 못하게 되는 것은 더욱 심각한 문제다. 올해 논란이 된 김승기 전 감독은 전창진 감독의 지도 아래 선수로 뛰다 TG삼보(현 DB)와 KT에서 코치로 한솥밥을 먹었다. 두 사람이 감독과 코치로 호흡을 맞춘 세월만도 10년이 넘는다. 그 아래 김주성 감독은 TG에서 전 감독과도 사제지간이다. 한 프로농구 관계자는 “과거에는 맞거나 욕을 먹는 것이 당연한 환경이었다. 이를 견뎌낸 이들이 지도자가 되어 똑같은 방식을 반복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김승기 감독의 사퇴 이후, 소노는 김태술 신임 감독을 선임하며 분위기 쇄신을 시도하고 있다. 젊고 유망한 지도자를 통해 팀 문화를 바꾸고 팬들에게 새로운 이미지를 보여주겠다는 의도다. 김태술 감독은 취임 후 “어려운 시기에 팀을 맡아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선수들과 소통하며 재밌는 농구를 만들어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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