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키스 무슨 설득을 어떻게 했길래, 게릿 콜 전무후무한 옵트아웃 철회 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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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뉴욕 양키스 게릿 콜이 결국 옵트아웃 결정을 철회했다.
기존 계약에 따라 일단 2028년까지는 핀스트라이프를 입고 던지기로 했다. 아울러 향후 연장계약 논의도 이어가기로 했다.
현지 매체들 보도를 종합하면 양키스는 5일(이하 한국시각) 콜과 합의를 통해 이틀 전 선언했던 옵트아웃을 전면 백지화하고 다시 테이블에 앉아 연장계약 논의를 지속하기로 했다.
브라이언 캐시먼 단장은 이날 텍사스주 샌안토니오에서 시작된 메이저리그 단장미팅에 참석해 현지 매체들과 가진 인터뷰에서 "우리는 우리 선수이자 에이스가 남아주기를 바랐다. 그 역시 떠나고 싶어하진 않았다"며 "우리는 바늘에 실을 꿰어 계속 사용하려는 노력에 대한 건강한 대화를 많이 나눴다. 미래로 나아가고자 한다면 언제든 더 깊은 대화를 나누자고 했다"고 밝혔다.
콜은 지난 2019년 12월 양키스와 9년 3억2400만달러에 FA 계약을 했다. 역대 투수 최고 몸값을 가져다 준 계약이다. 한데 당시 그는 5년 뒤 옵트아웃 권리를 부여받았다. 대신 양키스가 1년 3600만달러를 더 주면 잔류한다는 조건을 넣었다.
계약 내용대로라면 콜이 옵트아웃을 실행한 뒤 이틀 만에 잔류하기로 한 것은 양키스가 1년 3600만달러를 붙여 기존 계약을 연장했기 때문이라는 것인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 남은 계약이 5년 1억8000만달러로 커진 게 아니라 4년 1억4400만달러를 유지하기로 합의했다는 얘기다. 결과적으로 콜이 옵트아웃을 거둬들였다고 보면 된다.
MLB.com은 이에 대해 'MLB와 선수노조는 양측이 5년째 옵션을 포기하기로 합의하면서 본질적으로 콜이 한 번도 옵트아웃을 한 적이 없는 것처럼 번복했다'고 전했다.
이런 결과가 나오게 된 것은 콜과 양키스가 이적하지 않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접점을 찾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콜은 당초 양키스가 잡지 않더라도 시장에 나가면 더 두둑한 조건의 FA 계약을 다시 맺을 수 있다고 봤지만, 양키스의 설득에 그 의지를 접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양키스의 '설득'이란 일단 기존 계약대로 가고 언제가 됐든 향후 연장계약을 새롭게 체결하자고 제안했을 수 있다.
양키스 구단 입장에서는 기존 계약에 1년 3600만달러를 더 붙이는 게 '과잉 투자'로 판단했다는 뜻이 된다. 30대 중반의 나이에 접어든 콜이 하락세가 본격화한 상황에서 계약기간을 같은 가격으로 더 늘리는 건 사실 무리다. 그렇다고 여전히 에이스인 콜을 그냥 내보낼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결국 시간을 갖고, 즉 콜이 특급 에이스라는 사실을 다시 확인시켜 줄 때까지 연장계약을 미뤘다고 보는 게 상식적이다.
콜에게도 양키스는 매력적인 구단이다. 작년 생애 첫 사이영상을 받았고, 올해는 월드시리즈 우승을 경험했다. 언제든 우승할 수 있는 전력, 실력만 보인다면 원하는 돈을 얼마든지 줄 수 있는 재정 능력을 갖춘 팀이 양키스라는 사실을 외면하기는 어려웠을 터.
콜이 만약 올시즌 풀타임 로테이션을 소화했다면, '옵트아웃→1년 3600만달러 추가'의 수순으로 이날 딜이 완성됐을 것이다. 양키스 구단의 설득 작업에 이 일은 없던 일이 돼 버렸다.
콜이 팔꿈치 부상을 입어 지난 6월이 돼서야 시즌을 시작했다는 점을 들여다봐야 한다. 콜은 복귀 후 첫 4경기에서 평균자책점 6.75로 부진을 면치 못했다. 그러나 이후 13차례 등판서는 평균자책점 2.67로 안정을 찾았고, 포스트시즌 5경기에서도 평균자책점 2.17로 에이스 위용을 자랑했다. LA 다저스와의 월드시리즈 5차전서 1루 베이스커버를 들어가지 않아 5실점한 건 이번 연장계약 이슈와는 별 상관이 없다.
그러나 콜의 구위가 하락하고 있다는 건 스탯캐스트 수치로 그대로 드러난다. 상대한 타자수 대비 탈삼진 비율을 의미하는 'SO%'는 2021년 33.5%에서 2022년 32.4%, 2023년 27%, 올해 25.4%로 감소했다. 포스트시즌서 이 수치는 17.7%로 곤두박질했다.
직구 스피드 하락이 직접적인 원인으로 꼽힌다. 콜의 포심 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2022년 97.8마일, 지난해 96.7마일에서 올시즌 95.9마일로 해마다 1마일 정도씩 감소했다. 높은 탈삼진율과 빠른 공은 콜의 트레이드 마크인데, 두 부문서 모두 제동이 걸린 것이다.
일단은 34세를 넘긴 나이 탓이라고 본다.
일단 양키스는 콜을 잡아둠으로써 로테이션 약화를 피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FA 시장에서 수준급 선발을 영입할 공산이 커 보인다. 지난 겨울 접촉했던 블레이크 스넬과 지난 여름 트레이드 대상이었던 잭 플레허티가 양키스와 관련해 이름이 오르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