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 헌신한 41세 최고참과 허무한 작별…349억으로도 살 수 없는 가치, SSG는 김강민 아닌 역사를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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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년 헌신한 41세 최고참과 허무한 작별…349억으로도 살 수 없는 가치, SSG는 김강민 아닌 역사를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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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이글스 제공
[OSEN=조형래 기자] SSG는 지난 2021년 SK 와이번스 구단을 인수하고 구단명을 랜더스로 바꿨다. SSG만의 새로운 문화를 창출하면서 그동안 SK 시절 쌓아온 역사는 계승하는 전략을 취했다. SSG는 SK의 뒤를 이어서 인천 야구의 역사를 이어가는 듯 했다.
그 역사를 보존하기 위해 SSG로 팀명을 바꾼 뒤 주요 선수들과 거액의 계약을 연달아 맺었다. 2022시즌을 앞두고 메이저리그 잔류를 고민하던 김광현과 4년 151억 원에 계약하면서 에이스를 다시 데려왔다. 이후 토종 선발진 한 축을 맡고 있었던 박종훈과 5년 65억 원, 문승원과 5년 55억 원의 비FA 다년계약을 맺었다. KBO리그 최초의 다년계약 사례의 처음을 SSG가 장식했다. 이후 한유섬과 5년 60억 원의 비FA 다년 계약을 이어갔다. 그리고 유틸리티 플레이어로 쏠쏠하게 활약한 오태곤과는 올 시즌을 앞두고 4년 18억 원의 FA 계약을 맺었다. 5명의 선수와 함께한 구단의 역사를 이어가기 위해 총 349억 원의 거액을 투자했다.
그런데 349억을 쏟아붓는 동안 오랫동안 헌신했던 선수와의 가치를 안일하게 생각했다. 어쩌면 349억의 금액으로도 살 수 없는 구단의 산증인이자 역사를 허무하게 잃었다. 결국 SSG는 2차 드래프트에서 보호선수 명단에서 제외한 뒤 안일한 대처로 한화의 지명을 받은 김강민(41)을 떠나 보내야 했다.
한화 구단은 24일 보도자료를 통해 ‘2차 드래프트를 통해 한화 소속이 된 외야수 김강민이 선수 생활을 지속하기로 결정했다’라고 발표했다. 김강민은 24일 구단 사무실을 방문해 손혁 단장과 면담을 가졌고 이 자리에서 선수 생활 연장의 뜻을 밝혔다. 한화는 25일 KBO에 제출할 보류선수 명단에 김강민을 포함시킬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김강민은 2001년 SK에 2차 2라운드 전체 18순위로 지명을 받아 입단한 뒤 23년 동안 인천 야구의 산증인이었다. 2000년대 초반 구단이 부침을 겪었던 시기를 거쳐서 2000년대 중후반, 김성근 감독과 함께 일군 SK 왕조의 산증인으로 함께했다. 23년이라는 세월을 함께했다. 어떤 팀에는 공포의 대상이었지만 아군에게는 든든한 방패막이자 버팀목이었다. 김강민과 SK와 SSG에서 일군 역사는 대하드라마급이다. 통산 1919경기 타율 2할7푼4리 1470안타 138홈런 674타점 805득점 209도루 OPS .750의 성적이 대단하지는 않지만 함께했던 역사를 돌아 봤을 때 영구결번도 가능한 선수였다.
2022년 정규시즌 최초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 그리고 한국시리즈 우승에 김강민은 최고의 히어로였다. 특히 지난해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때려낸 끝내기 스리런 홈런은 구단 역사는 물론 KBO리그 역사에서도 손꼽힐 만한 짜릿한 순간이었다. SSG로 간판을 바꾸고 이룬 첫 우승의 중심에도 김강민이 있었다.
하지만 이런 김강민을 SSG는 허무하게 떠나 보내야 한다. 2차 드래프트를 앞두고 SSG는 샐러리캡 압박을 벗어나기 위해 35인 보호선수 명단에 주요 고액 연봉 선수들을 넣지 않았다. SSG의 선택으로 20홈런 2루수 최주환은 키움으로 떠났다. 또 다른 베테랑 투수도 35인 명단에서 빠졌다. 그리고 김강민 역시 35인 보호선수 명단에서 제외됐다. 다만 김강민은 구단과 현역 연장 여부를 놓고 논의 중이었다. 내년 은퇴 경기 여부까지도 고려할 정도였다.
SSG는 김강민을 그저 보호선수 명단에서 제외시켜놓았을 뿐, 은퇴를 고려한다는 참고사항을 알리지 않았다. SSG 내부에서 긴밀하게 오갔던 정보를 타구단이 알 리는 없었다. '내가 알면 남들도 알 것이다'라는 안일한 마인드로 어설픈 일처리를 했다. 한화는 김강민의 풍부한 경험과 여전한 역량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4라운드에서 이름을 불렀다. SSG는 화들짝 놀랐고 그제서야 상황의 심각성을 깨달았다. 이후 대처도 최악이었다.
김강민이 SSG 소속으로 은퇴하려면 오는 25일에 제출할 보류선수 명단에 포함시키지 않고 은퇴를 선언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SSG 입장에서 김강민에게 은퇴를 종용하는 꼴이었다. 23년 헌신한 베테랑을 프로답지 못한 방법으로 대우했다. 헌신의 대가가를 제대로 인정 받지 못했다. SSG는 이렇게 23년을 헌신한 ‘원클럽맨’을 떠나 보내야 했다. 어쩌면 SK와 SSG의 세월을 관통하는 23년의 역사를 잃은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SSG를 떠나는 김강민은 팬들에게 한없이 감사했던 감정을 표현하며 작별 인사를 건넸다. 김강민은 한화 구단을 통해서 “사랑하는 팬 여러분, 23년 동안 원클럽맨으로 야구를 하며 많이 행복했습니다. 신세만 지고 떠나는 것 같아 죄송한 마음입니다”라면서 “보내주신 조건없는 사랑과 소중한 추억들을 잘 간직하며 새로운 팀에서 다시 힘을 내보려 합니다. 그동안 정말 감사했습니다”라고 인사를 하고 새로운 도전, 그리고 24번째 시즌을 맞이할 대전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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