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이종범 아들의 위대한 도전을 실패라고 규정하나…ML 적응 예방주사, 1년 미리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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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이종범 아들의 위대한 도전을 실패라고 규정하나…ML 적응 예방주사, 1년 미리 맞았다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누가 이정후(25, 키움)의 도전을 실패라고 규정하나.
이정후는 올 시즌을 앞두고 김하성(샌디에이고 파드레스)과 개인훈련을 하면서 엄청난 도전에 나섰다. 타격 5관왕을 차지한 매커닉을 쓰레기통에 버리고 새로운 매커닉을 장착했다. 방망이를 든 팔을 가슴 부근으로 내렸고, 45도의 발을 크로스 스탠스로 바꿨다.
히팅포인트까지 가는 시간을 줄여서, 메이저리그의 더 빠른 공에 기민하게 대처하고자 하는 목적이 있었다. 더 강하게 타격, 강력한 타구를 만들고자 하는 기대도 있었다. 국내 대부분 관계자는 타자가 장타력을 강화하려면 벌크업이 아닌 히팅포인트를 더 앞으로 가져가는 게 답이라고 얘기한다.
이정후의 계획은 치밀했다. 메이저리그 도전을 1년 앞두고 미리 더 빠른 공에 대응할 준비를 해서, 2024년에 메이저리그로 가면 시행착오의 시간을 줄일 수 있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이정후의 계획을 접한 키움도 그의 변신을 지지했다.
단, 강병식 타격코치(현재 2군 지도)는 스코츠데일 스프링캠프에서 우려도 했다. 변화의 폭이 너무 크다는 얘기였다. “이정후니까 잘 적응하겠죠?”라는 기자의 질문에 끝내 “그렇다”라는 의례적인 코멘트조차 하지 않았다. 그저 WBC에 갈 이정후의 매커닉 변화를 잘 체크해서 팀에 돌아오면 계속 피드백을 주고받아야 한다는 얘기만 했다.
결과적으로 우려가 현실이 됐다. 이정후는 4월 22경기서 87타수 19안타 타율 0.218 3홈런 13타점 11득점에 그쳤다. 1할9푼대까지 추락하는 충격적인 상황까지 연출했다. 결국 4월 말부터 본래의 폼으로 회귀했다. 다리는 다시 45도로 열었고, 배트는 다시 얼굴 부근까지 올라갔다.
이정후는 이정후다. 5월 26경기서 105타수 32안타 타율 0.305 1홈런 12타점으로 반등했다. 그리고 6월에는 10경기서 38타수 19안타 타율 0.500 2홈런 9타점이다. 결국 11일 수원 KT전까지 230타수 70안타 타율 0.304 6홈런 34타점 35득점 OPS 0.863 득점권타율 0.288.
통산 3000타석 이상을 소화한 KBO리그 역대 모든 타자 중 통산타율 1위(0.339)를 자랑하는 타격기계답게, 가볍게 3할로 돌아왔다. 다만, 그의 애버리지가 3할3~4푼인 걸 감안하면, 3할에 만족할 리 없다. 더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 본인도 지난 2개월간의 시행착오를 만회하려면 더 잘해야 한다고 마음을 다잡는다.
다만, 이정후의 속마음이 어떤지 명확히 알긴 어렵다. 결국 원상복귀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올 시즌을 끝으로 잠정적으로 KBO리그에서의 커리어는 마친다. 메이저리그에서 더 오래 뛰며 키움으로 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다. 올해까지는 키움 소속이니 본래의 매커닉으로 최선을 다한다고 치면, 내년 이후에는 다시 선택의 기로에 선다는 얘기다. KBO리그에서 좋았던 이 타격폼으로 메이저리그에 도전하느냐, 올해 변신한 타격폼을 다시 꺼내드느냐는, 오로지 이정후의 선택에 달렸다.
현 시점에서 분명한 건 이정후의 지난 4~5개월의 도전이 결코 실패가 아니라는 점이다. 이정후 정도의 레벨의 타자이니 시도할 수 있는 변화였다. 국내 타격 대부분 타격 전문가가 이정후의 도전 자체에 박수를 보냈다.
이정후의 선수 인생을 긴 호흡으로 조명하면, 지금의 시행착오, 심리적 좌절감 등이 훗날 메이저리그 적응에 약이 되면 됐지 안 좋게 작용할 가능성은 제로다. 메이저리그에서 겪을 어려움을 1년 빨리 겪었다고 얘기하면 어불성설일까. 답은 오로지 이정후의 방망이가 말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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