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역대급 위기' 한국 영화, '관람료 인하'가 유일한 해결책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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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역대급 위기' 한국 영화, '관람료 인하'가 유일한 해결책일까
홀드백 규제·모태펀드 등, 근본적 해결 방안이 필요한 때"
"한국 영화가 어렵다. 역대급 침체기다." (한국 영화 업계 관계자들)
'극장가의 위기'가 한국 영화 침체기'로 구체화됐다. 물론 극장가가 코로나19 이전만큼 활력을 되찾은 건 아니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 3월 총관객 수는 747만 6215명으로,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19년 3월 1467만 1693명의 50%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흥행 작품은 있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를 시작으로 '스즈메의 문단속'까지 일본 애니메이션이 박스오피스 정상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반면 올해 한국 영화의 성적표는 처참하다. 현빈과 황정민이 첫 의기투합한 '교섭'(172만 명)을 제외하면 100만 명을 넘긴 작품이 없다. '스위치'(42만 명) '유령'(66만 명) '카운트'(39만 명) '다음 소희'(10만 명) '대외비'(75만 명) '멍뭉이'(18만 명) '소울메이트'(22만 명) '웅남이'(28만 명). 지난 3월까지 개봉한 한국 영화의 성적(10일 기준)이다.
극장가로 향하는 발걸음이 줄기도 했지만, 한국 영화가 유독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이에 <더팩트>는 영화를 제작하고, 상영하고, 보는 이들의 의견을 들어보며 한국 영화의 현주소를 짚어봤다.
◆ '관람료 인상'을 두고 좁혀지지 않는 관객·영화관의 의견 대립
관객들이 극장을 찾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관람료 인상'이다. 국내 주요 멀티플렉스 3사(CGV·롯데시네마·메가박스)는 코로나19 이후 관람료를 세 차례나 인상했다. 현재 평일 관람료는 일반관 기준 1만 4000원이고 주말 1만 5000원이다. 스크린이 크거나 특수 효과가 들어간 특별관은 2만 원이 넘는다.
2019년 당시 1만 1000원이었던 평일 관람료가 3년 사이에 4000원이나 올랐다. 당시 롯데시네마는 "영화 산업 정상화를 위한 선택"이라고 전했지만 가파른 상승세는 관객들에게 부담으로 다가왔다.
최근 극장을 찾은 20대 여성 A 씨는 "티켓이 비싸니까 영화가 재미없으면 'OTT에 올라오면 볼걸'이라고 후회하게 된다. 이제는 영화 개봉이 아닌, 후기를 더 기다리는 것 같다. 다 찾아보고 극장에서 볼지 말지를 정한다"고 말했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를 보러 온 20대 여성 B 씨는 "코로나19가 완화되면서 모든 규제가 풀렸는데 거리두기 당시 높아진 관람료만 그대로 유지되는 건 문제가 있다"며 "좋아하는 배우가 나오거나 스크린으로 봐야 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게 아니면 극장에서 영화를 굳이 봐야 하나 싶다"고 전했다.
30대 남성 C 씨는 "보통 영화를 보면서 스낵도 먹는다. 그러면 2명이서 적어도 5만 원 이상을 쓰게 된다. 영화 러닝타임이 2시간 정도인데, 이 가격이 부담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또한 최동훈 감독은 지난달 제21회 디렉터스컷어워즈에서 "중국은 코로나19 이후 500원 정도 가격을 내렸다. 이는 중요한 신호다. '지금까지 힘들었지만 이제 가격을 내렸으니 영화를 봐주세요'라는 신호가 우리도 필요하지 않나"라고 직접 목소리를 높였다.
영화관은 이러한 관객들의 시선을 모르지 않았다. 영화관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당시 인건비와 영화 제작에 들어가는 비용 등 모든 게 다 올랐고, 이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모든 수익을 영화관이 가져가는 게 아니라 투자·제작사에 일부 돌아간다. 이 금액이 다른 영화의 투자나 제작으로 들어가는 선순환 구조로 이루어진 것"이라고 관람료 인하 계획에 관해서는 말을 아꼈다.
오히려 관계자는 '관람료 인하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을까'라고 질문했다. 관람료를 인하하면 당장은 관객들이 극장을 찾을 수 있지만, 일시적인 효과라는 것. 이에 "현재 영화관이 힘쓰는 게 특수관이다. 오직 극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대형 스크린과 사운드로 다른 플랫폼과 차별화를 두며 관객에게 가격에 걸맞은 만족감을 선사하는 게 우선적인 과제"라고 설명했다.
해당 의견을 뒷받침하는 작품으로 지난해 12월 개봉한 '아바타: 물의 길'을 언급했다. 작품의 주요 배경인 수중 세계를 황홀한 이미지로 스크린에 구현하며 '꼭 극장에서 봐야된다'는 후기가 이어졌고, 이에 힘입어 누적 관객 수 1080만 명을 돌파했다.
이렇게 잘 되는 작품이 있으니 '관람료 인상'이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바라보는 시각도 적지 않았다. 최근 만난 대부분의 관객들은 '더 퍼스트 슬램덩크'나 '스즈메의 문단속'을 보러 극장을 찾았다. 이는 개봉 주차 별로 제공하는 특전과 애니메이션이라는 특수성을 띠고 있다. 그렇기에 관객들이 비싼 금액을 지불하고 '모든 영화'를 볼 의향이 있다고 착각해서는 안 되는 부분이다.
◆ 결국 OTT와의 싸움?...홀드백 규제·모태펀드 향한 목소리 높여
두 번째로 많은 의견은 'OTT에 뜨길 기다린다'였다. 코로나19 이후 많은 작품은 극장이 아닌 OTT 공개를 택했고, 스크린에 걸리더라도 일정 기간이 지나면 OTT로 볼 수 있는 과정이 형성됐다.
홀드백(극장 상영이 끝난 후, 다른 플랫폼 출시까지 걸리는 기간)도 단축됐다. 코로나19 이전 홀드백 기간은 평균 6개월 이상 소요됐지만, 지난해 개봉한 '비상선언' '한산: 용의 출현'은 극장 상영 종료 후 4주 뒤에 OTT에 공개됐고, 1월 4일 개봉한 '스위치'는 2월 8일 여러 플랫폼에서 만나볼 수 있다. 개봉으로부터 약 한 달에서 두 달정도 기다리면 OTT로 볼 수 있기 때문에 관객들은 더욱 극장에 가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영화 배급사 관계자는 "작품마다 다르지만 개봉 전에 부가 판권 계약이 많아진 건 사실"이라고 코로나19 이전과 달라진 점을 꼽으면서 "대게 3주에서 한 달 정도 스크린에 걸린다. 성수기인지, 비성수기인지부터 작품 규모에 따라 기간이 달라진다"고 했다.
이어 홀드백에 대한 논의가 다시 이뤄져야 할 필요성을 언급했다. 극장 개봉 후 OTT를 통해 작품을 공개하면 손익분기점(BEP)을 낮출 수 있다. 그러나 OTT 측에서는 대중들이 극장이 아닌 해당 플랫폼으로 작품을 봐야 더 이득을 취할 수 있기 때문에 홀드백 기간을 축소할 수밖에 없고 따라서 영화는 '극장 상영'이 주는 긍정적 효과를 누릴 수 없게 됐다.
물론 영화 유통 환경이 바뀌면서 맞이한 자연스러운 변화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계자는 "극장에서 영화를 한 번 틀 때마다 영화에게 비용이 일부 돌아간다. 이 비용이 선순환 구조로 돌아가야 하는데, OTT 플랫폼을 통해 공개되면 한 번 팔리고 끝나는 거다"라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그런가 하면 영화관 업계 관계자는 '정부 지원'을 또 다른 해결책으로 제시하면서 모태펀드를 언급했다. 이는 문화체육관광부·영화진흥위원회 예산을 출자해 만든 공적자금으로, 정부가 중소·벤처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벤처캐피탈에 출자하는 방식이다.
관계자는 "예전에는 모태펀드가 어느 정도 있었는데 지금은 대기업 계열의 투자·배급사가 참여한 영화 제작에 모태펀드의 투자를 금지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수익률이 발생하지 않는 영화의 투자 비율은 줄어들 수밖에 없는 것"이라며 "정책적으로 펀드를 쓸 수 있도록 상환해주거나 활성화해줬으면 좋겠다"고 촉구했다.
또 "한국 영화를 세법상 예술로 인정해 부가가치세 면세혜택을 받도록 해달라"고 덧붙였다.
공식적인 자리에서 "한국 영화의 역대급 위기"라는 말이 계속 거론되고 있다. 최근 개봉한 한국 영화의 부진은 결국 불투명한 미래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인해 개봉하지 못했던 작품들이 뒤늦게 극장을 채우고 있지만, 신규 투자가 들어가는 작품을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해 11월 개봉한 '올빼미' 이후 손익분기점을 넘긴 한국 영화는 단 한 편도 없다. 하지만 영화 업계는 '관람료 인하'로 당장의 위기를 넘기는 게 아닌, 양질의 콘텐츠로 관객들에게 만족감을 선사하며 영화 산업 전체의 근본적 회복 의지를 내비쳤다.
지난 5일 '리바운드'를 시작으로 이하늬와 이선균의 '킬링 로맨스'가 14일, 박서준과 아이유의 '드림'이 24일 출격한다. 올 초부터 계속된 한국 영화의 부진을 끊고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릴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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