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롯데? 소문 무성한 ‘투수 FA 최대어’…원소속팀 단장의 선언 “잔류시킬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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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이후광 기자] 투수 FA 최대어답게 소문이 무성하다. 선발진 보강이 필요한 복수 구단이 내년 행선지로 언급되고 있는 상황에서 원소속팀 단장이 집토끼 단속을 선언했다.
KBO(한국야구위원회)는 지난 2일 2025년 FA(자유계약선수) 자격 선수 명단을 공시했다.
2025년 FA 자격 선수는 총 30명이다. FA 등급별로는 A등급 3명, B등급 15명, C등급 12명이다. 이 중 처음 FA 자격을 얻은 선수가 13명, 재자격 선수는 9명, 이미 FA 자격을 취득했지만 FA 승인 신청을 하지 않고 자격을 유지한 선수는 8명이다.
30명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선수는 투수 최대어로 불리는 KT 위즈 소속 엄상백이다. 2015년 프로 입단 후 처음 FA 자격을 얻었고, B등급을 부여받았다. B등급 선수를 영입할 경우 보상선수 1명(보호선수 25명 외)과 전년도 연봉 100% 또는 전년도 연봉 200%를 원소속구단에 보내야 한다. 엄상백의 올해 연봉은 2억5000만 원이다.
엄상백은 덕수고를 나와 2015년 신인드래프트에서 KT 1차 지명을 받으며 화려하게 프로에 입성했다. 하지만 입단 초기 그를 향한 기대감은 금세 애증으로 바뀌었다. 좋은 재능과 구위를 갖고도 늘 제구 난조에 시달리며 자리를 잡지 못했다.
엄상백은 2019시즌을 마치고 국군체육부대(상무)에 입대해 2년 동안 퓨처스리그를 폭격, 군 입대를 커리어 전환점으로 삼았다. 첫해 남부리그서 10승 4패 평균자책점 1.68로 2관왕(다승, 평균자책점)을 차지한 뒤 2021년 기세를 이어 11경기 6승 무패 1홀드 평균자책점 1.46으로 호투했다. 피안타율이 .218에 불과했고, 사사구가 9개인 반면 탈삼진은 75개에 달하는 압도적 투구에 힘입어 ‘상무 언터처블’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2021년 군에서 돌아온 엄상백은 10경기 4승 1패 평균자책점 4.10으로 1군 분위기를 익힌 뒤 이듬해 풀타임 시즌을 맞아 KT에 없어서는 안 될 핵심 투수로 성장했다. 시즌 초반 부상 이탈한 에이스 윌리엄 쿠에바스의 공백을 훌륭히 메우더니 아예 선발로 정착해 10승 투수로 거듭나며 고영표, 소형준과 함께 막강 토종 트리오를 구축했다.
엄상백은 그해 선발과 불펜을 오가는 전천후 투수로 뛰다가 배제성을 제치고 선발로 정착해 33경기 11승 2패 평균자책점 2.95 커리어하이를 썼다. 9월 25일 NC 다이노스전에서 데뷔 첫 10승, 10월 8일 KIA 타이거즈전에서 첫 선발 10승을 차례로 달성했고, 승률 .846를 기록하며 KBO리그 대표 에이스 김광현(.813·SSG 랜더스)을 제치고 승률왕을 거머쥐었다.
지난해에는 막바지 갈비뼈 미세골절을 당하며 20경기 111⅔이닝을 소화하는 데 그쳤다. 기록은 7승 6패 평균자책점 3.63. 그럼에도 2015년 데뷔 때부터 꾸준히 기회를 얻고 마운드에 오른 결과 올해 예비 FA 시즌을 맞이했다.
엄상백의 2024시즌 기록은 29경기 13승 10패 평균자책점 4.88. 전반기 17경기 7승 7패 평균자책점 5.18로 고전하다가 후반기 12경기 6승 3패 평균자책점 4.50으로 반등했다. 그 결과 다승 공동 3위, 탈삼진 6위(159개)에 올랐지만, 선발투수의 기본 자질인 평균자책점(19위), 이닝(156⅔이닝, 14위), 퀄리티스타트(9회, 공동 27위)에서는 아쉬움을 남겼다. 피홈런도 26개. 리그에서 두 번째로 많았다.
엄상백은 또 하나의 FA 쇼케이스로 여겨진 큰 경기 또한 지배하지 못했다. 10월의 첫날 5위 결정전 선발로 나서 4⅔이닝 2실점 73구로 5회를 채우지 못했고, 6일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서도 4이닝 4실점 81구 조기 강판됐다. 그리고 마지막 5차전 2이닝 3실점(2자책)으로 명예회복에 실패했다. 엄상백의 3경기 평균자책점은 6.75(10⅔이닝 9자책)에 달했다.
그럼에도 FA 엄상백은 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엄상백은 병역 의무를 마친 28살의 젊은 정상급 선발 자원이며, 2022시즌부터 3시즌 연속 풀타임 선발을 소화했다. 시속 150km가 넘는 포심패스트볼, 체인지업, 커터 등을 적재적소에 곁들여 삼진을 잡는 능력도 뛰어나다. 이닝 소화력, 피홈런에서 물음표가 붙지만, 그가 3, 4선발임을 감안했을 때 충분히 투자할 가치가 있다는 평가다. 엄상백은 현재 선발 보강이 필요한 몇몇 구단들에 끊임없이 추천되고 있다.
KT는 내부 FA 엄상백이 잔류할 경우 내년 시즌 외국인투수 2명에 고영표, 엄상백, 소형준으로 이어지는 막강 5선발 구축이 가능하다. 그런 상황에서 지난달 31일 김민을 내주고 좌완 선발 오원석을 트레이드 영입하며 엄상백이 팀을 떠나는 상황을 대비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엄상백이 남으면 KT 선발은 6명이 된다.
이에 KT 나도현 단장은 OSEN에 “오원석 영입은 FA 엄상백과는 별개의 건이다. 우리는 엄상백을 잔류시키려고 준비 중이다”라고 선언하며 “선발 자원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감독님이 결정하시겠지만, 6선발을 운영해도 되는 게 아닌가. 또 소형준의 경우 (팔꿈치 수술 여파로) 내년 시즌 이닝에 대한 제한이 있을 것이다”라고 밝혔다.
한편 2025년 FA 자격 선수는 공시 후 2일 이내인 11월 4일까지 KBO에 FA 권리 행사의 승인을 신청해야 하며, KBO는 신청 마감 다음 날인 11월 5일 FA 권리를 행사한 선수들을 FA 승인 선수로 공시할 예정이다. FA 승인 선수는 공시 다음날인 11월 6일부터 모든 구단(해외 구단 포함)과 선수 계약을 위한 교섭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