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과 이강인 그렇게 쓰는 거 아닌데… '한국선수 파악 잘해서' 선임했다기엔 아쉬운 첫경기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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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과 이강인 그렇게 쓰는 거 아닌데… '한국선수 파악 잘해서' 선임했다기엔 아쉬운 첫경기 내용
손흥민(오른쪽). 서형권 기자
대한축구협회가 국내감독을 선임한 명분 중 하나는 '당장 월드컵 3차 예선이 시작되는 시점에 외국인 감독은 한국 선수를 파악할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한국인 감독도 손흥민과 이강인 같은 간판스타들의 활용법을 파악하지 못한 채 첫 경기를 치렀다. 5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팔레스타인과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B조 1차전을 치른 한국이 팔레스타인과 0-0으로 비겼다. 홍명보 감독의 국가대표 '재데뷔' 경기는 내용과 결과 모두 실망스러웠다.
올해 치른 A매치 11경기에서 이강인은 6골 2도움, 손흥민은 7골로 쌍포 역할을 하고 있었다. 흠을 잡고 싶다면 손흥민이 페널티킥와 프리킥 등 정지된 상황에서의 득점이 많고, 두 선수 모두 4차 예선 등 약팀 상대로 득점했다고 말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번 상대 팔레스타인도 4차 예선에서 만난 팀들과 전력차가 크지 않았다. 대단한 전술이 아니라 개인기량만으로도 한두 골은 터질 만한 경기였다. 그런데 한국의 경기방식은 개인기량의 발휘조차 하기 힘들어 보였다.
서울 월드컵경기장의 잔디 상태를 원인으로 지적할 수 있지만 변명은 되지 않는다. 이강인의 롱 패스가 다른 경기에 비해 부정확했고, 손흥민의 결정적인 드리블이 길게 튀어 골키퍼에게 잡히는 등 평소보다 정확성이 떨어졌던 건 그라운드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 문제 역시 코칭스태프에게 아쉬움이 남는다. 현재 서울 월드컵경기장의 잔디 상태를 잘 아는 건 유럽파 선수들보다 최근까지 K리그에서 활약했고 K리그 경기를 참관해 온 대표팀 코칭스태프다. 심지어 FC서울 출신의 코치도 있다. 잔디 문제에 있어서도 팔레스타인보다는 더 좋은 대책이 있고, 더 적응이 잘 됐어야 한다. 결국 선수 활용법과 전술의 문제가 컸다.
▲ 손흥민은 득점 불가, 이강인은 패스 불가 위치에 딱 붙어 있다
이강인(오른쪽, 대한민국 남자 축구대표팀). 서형권 기자
손흥민과 이강인은 좌우 윙어로 뛰었다. 여기까지는 소속팀에서도 자주 소화하는 평소 포지션이지만, 문제는 두 선수 모두 전형적인 윙어가 아니라는 점이다. 손흥민이 중앙으로 파고들면서 45도 각도에서의 슛이나 아예 문전침투를 통한 슛과 컷백 상황을 즐긴다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이강인 역시 플레이메이커에 가까운 선수로서 안쪽으로 파고들다 슛이나 도움을 기록할 수 있다. 즉 측면이 아닌 하프스페이스(측면과 중앙 사이 지역)에 진입할 수 있어야 위력이 살아난다.
그런데 한국의 초반 경기에서 손흥민과 이강인은 측면으로 넓게 벌려선 채 경기를 시작했다. 이강인은 안쪽으로 좁혀서 배치될 때도 있었지만, 그때는 상대진영(파이널 서드)이 아니라 경기장 중앙 지역이었기 때문에 상대수비를 공략할 순 없었고 빌드업에 도움을 주는 게 고작이었다.
풀백이나 미드필더들이 전진해 손흥민이나 이강인에게 중앙으로 진입할 자유를 제공하는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여러 의미로 화제를 모았던 라볼비아나(수비형 미드필더의 후퇴를 통한 변형 스리백 형성)는 후방에서 전방으로 공을 잘 전달하기 위한 수단이기도 하지만, 후방을 스리백으로 늘리는 만큼 풀백을 적극적으로 올라갈 수 있게 하므로써 이들을 윙어처럼 활용하는 게 목적이다. 그런데 설영우와 황문기의 위치는 기본적으로 후방이었다.
풀백 활용을 통해 손흥민과 이강인을 안쪽으로 좁히기 힘들다면, 미드필더들을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의 경우 황인범을 지나치게 측면지원에 활용하다가 수비형 미드필더 박용우를 고립시키는 게 문제였다. 홍 감독은 좀 더 안정지향적인 전술로 황인범의 전진은 자제시켰다.
이때 손흥민과 이강인의 보좌로 잘 어울리는 이재성을 공격형 미드필더로 배치했는데도 실제로 잘 활용하지 않은 점은 의아하다. 이재성은 측면도 익숙한 선수인 만큼, 손흥민 또는 이강인이 이재성과 포지션 체인지를 하거나, 측면부터 공을 주고받으며 중앙으로 진입하는 패턴을 만들 수 있었다. 그런데 이재성은 기존 경기들에 비하면 경기에 관여하는 빈도 자체가 너무 낮았다.
후반전 한국의 득점이 더 급해지고, 상대 수비대형이 많이 붕괴된 뒤에는 손흥민과 이강인이 아예 중앙에 자리잡고 득점을 노리는 모습도 나왔다. 하지만 선발 대형으로도 상대 수비를 위협할 수 있어야 한다.
이강인(왼쪽), 손흥민(오른쪽). 서형권 기자
▲ 게임모델이 전달되지 않으면, 이강인은 예열에 오래 걸린다
아시안컵 당시 이강인이 맹활약했음에도 불구하고 매번 아쉬웠던 이유는 혼자만의 예열시간이 늘 필요했다는 점이다. 이강인은 전술지시가 잘 되지 않은 경기에서 프리롤을 맡기면 그날 경기장 상황을 파악하고 몰입하는데 시간이 걸린다. 아시안컵에서는 보통 30분 정도 느슨하고 비효율적인 플레이를 하다가 예열이 끝나면 경기를 지배하는 모습을 여러 번 보여줬다.
그런데 이번 팔레스타인전도 마찬가지였다. 경기 초반 이강인은 상대를 위협할 수 있는 지역으로 잘 진입하지 못하고 너무 측면이거나 너무 후방인 곳에서 공을 잡았다. 이강인의 특기인 좌우 전환 패스를 비롯해 패스도 부정확했다. 그러다가 전반전 막판부터 경기의 주인공이 되어갔다.
이강인이 원래 매 경기 발동이 늦게 걸린다면 어쩔 수 없지만, 소속팀 파리생제르맹(PSG)에서는 꼭 그렇지도 않다. 이번 시즌 프랑스 리그앙 전체 1호골을 단 3분 만에 넣은 선수가 이강인이었다. 이는 팀이 제공하는 게임 모델이 좀 더 분명하다면 이강인이 스스로 경기장 상황을 파악하느라 시간을 낭비하지 않아도 된다는 걸 보여준다.
과도한 프리롤은 이강인의 부정확한 플레이로 이어지기도 한다. 팔레스타인전에 몰입한 뒤에 위협적인 플레이가 여러 번 나오긴 했지만, 좋은 패스를 두 개 하면 나쁜 패스도 하나 하는 식이었다. 이강인에게 자유를 주는 것도 좋지만 팀의 방향성이 잘 설정돼 있다면 어떤 플레이를 할지 고민하며 공을 끌다가 흘리는 장면은 막아줄 수 있다.
대한축구협회가 국내감독을 선임한 명분 중 하나는 '당장 월드컵 3차 예선이 시작되는 시점에 외국인 감독은 한국 선수를 파악할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한국인 감독도 손흥민과 이강인 같은 간판스타들의 활용법을 파악하지 못한 채 첫 경기를 치렀다. 5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팔레스타인과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B조 1차전을 치른 한국이 팔레스타인과 0-0으로 비겼다. 홍명보 감독의 국가대표 '재데뷔' 경기는 내용과 결과 모두 실망스러웠다.
올해 치른 A매치 11경기에서 이강인은 6골 2도움, 손흥민은 7골로 쌍포 역할을 하고 있었다. 흠을 잡고 싶다면 손흥민이 페널티킥와 프리킥 등 정지된 상황에서의 득점이 많고, 두 선수 모두 4차 예선 등 약팀 상대로 득점했다고 말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번 상대 팔레스타인도 4차 예선에서 만난 팀들과 전력차가 크지 않았다. 대단한 전술이 아니라 개인기량만으로도 한두 골은 터질 만한 경기였다. 그런데 한국의 경기방식은 개인기량의 발휘조차 하기 힘들어 보였다.
서울 월드컵경기장의 잔디 상태를 원인으로 지적할 수 있지만 변명은 되지 않는다. 이강인의 롱 패스가 다른 경기에 비해 부정확했고, 손흥민의 결정적인 드리블이 길게 튀어 골키퍼에게 잡히는 등 평소보다 정확성이 떨어졌던 건 그라운드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 문제 역시 코칭스태프에게 아쉬움이 남는다. 현재 서울 월드컵경기장의 잔디 상태를 잘 아는 건 유럽파 선수들보다 최근까지 K리그에서 활약했고 K리그 경기를 참관해 온 대표팀 코칭스태프다. 심지어 FC서울 출신의 코치도 있다. 잔디 문제에 있어서도 팔레스타인보다는 더 좋은 대책이 있고, 더 적응이 잘 됐어야 한다. 결국 선수 활용법과 전술의 문제가 컸다.
▲ 손흥민은 득점 불가, 이강인은 패스 불가 위치에 딱 붙어 있다
이강인(오른쪽, 대한민국 남자 축구대표팀). 서형권 기자
손흥민과 이강인은 좌우 윙어로 뛰었다. 여기까지는 소속팀에서도 자주 소화하는 평소 포지션이지만, 문제는 두 선수 모두 전형적인 윙어가 아니라는 점이다. 손흥민이 중앙으로 파고들면서 45도 각도에서의 슛이나 아예 문전침투를 통한 슛과 컷백 상황을 즐긴다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이강인 역시 플레이메이커에 가까운 선수로서 안쪽으로 파고들다 슛이나 도움을 기록할 수 있다. 즉 측면이 아닌 하프스페이스(측면과 중앙 사이 지역)에 진입할 수 있어야 위력이 살아난다.
그런데 한국의 초반 경기에서 손흥민과 이강인은 측면으로 넓게 벌려선 채 경기를 시작했다. 이강인은 안쪽으로 좁혀서 배치될 때도 있었지만, 그때는 상대진영(파이널 서드)이 아니라 경기장 중앙 지역이었기 때문에 상대수비를 공략할 순 없었고 빌드업에 도움을 주는 게 고작이었다.
풀백이나 미드필더들이 전진해 손흥민이나 이강인에게 중앙으로 진입할 자유를 제공하는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여러 의미로 화제를 모았던 라볼비아나(수비형 미드필더의 후퇴를 통한 변형 스리백 형성)는 후방에서 전방으로 공을 잘 전달하기 위한 수단이기도 하지만, 후방을 스리백으로 늘리는 만큼 풀백을 적극적으로 올라갈 수 있게 하므로써 이들을 윙어처럼 활용하는 게 목적이다. 그런데 설영우와 황문기의 위치는 기본적으로 후방이었다.
풀백 활용을 통해 손흥민과 이강인을 안쪽으로 좁히기 힘들다면, 미드필더들을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의 경우 황인범을 지나치게 측면지원에 활용하다가 수비형 미드필더 박용우를 고립시키는 게 문제였다. 홍 감독은 좀 더 안정지향적인 전술로 황인범의 전진은 자제시켰다.
이때 손흥민과 이강인의 보좌로 잘 어울리는 이재성을 공격형 미드필더로 배치했는데도 실제로 잘 활용하지 않은 점은 의아하다. 이재성은 측면도 익숙한 선수인 만큼, 손흥민 또는 이강인이 이재성과 포지션 체인지를 하거나, 측면부터 공을 주고받으며 중앙으로 진입하는 패턴을 만들 수 있었다. 그런데 이재성은 기존 경기들에 비하면 경기에 관여하는 빈도 자체가 너무 낮았다.
후반전 한국의 득점이 더 급해지고, 상대 수비대형이 많이 붕괴된 뒤에는 손흥민과 이강인이 아예 중앙에 자리잡고 득점을 노리는 모습도 나왔다. 하지만 선발 대형으로도 상대 수비를 위협할 수 있어야 한다.
이강인(왼쪽), 손흥민(오른쪽). 서형권 기자
▲ 게임모델이 전달되지 않으면, 이강인은 예열에 오래 걸린다
아시안컵 당시 이강인이 맹활약했음에도 불구하고 매번 아쉬웠던 이유는 혼자만의 예열시간이 늘 필요했다는 점이다. 이강인은 전술지시가 잘 되지 않은 경기에서 프리롤을 맡기면 그날 경기장 상황을 파악하고 몰입하는데 시간이 걸린다. 아시안컵에서는 보통 30분 정도 느슨하고 비효율적인 플레이를 하다가 예열이 끝나면 경기를 지배하는 모습을 여러 번 보여줬다.
그런데 이번 팔레스타인전도 마찬가지였다. 경기 초반 이강인은 상대를 위협할 수 있는 지역으로 잘 진입하지 못하고 너무 측면이거나 너무 후방인 곳에서 공을 잡았다. 이강인의 특기인 좌우 전환 패스를 비롯해 패스도 부정확했다. 그러다가 전반전 막판부터 경기의 주인공이 되어갔다.
이강인이 원래 매 경기 발동이 늦게 걸린다면 어쩔 수 없지만, 소속팀 파리생제르맹(PSG)에서는 꼭 그렇지도 않다. 이번 시즌 프랑스 리그앙 전체 1호골을 단 3분 만에 넣은 선수가 이강인이었다. 이는 팀이 제공하는 게임 모델이 좀 더 분명하다면 이강인이 스스로 경기장 상황을 파악하느라 시간을 낭비하지 않아도 된다는 걸 보여준다.
과도한 프리롤은 이강인의 부정확한 플레이로 이어지기도 한다. 팔레스타인전에 몰입한 뒤에 위협적인 플레이가 여러 번 나오긴 했지만, 좋은 패스를 두 개 하면 나쁜 패스도 하나 하는 식이었다. 이강인에게 자유를 주는 것도 좋지만 팀의 방향성이 잘 설정돼 있다면 어떤 플레이를 할지 고민하며 공을 끌다가 흘리는 장면은 막아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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