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돌리고, 90도 인사에 안 하던 짓을"…국대 에이스 감격 첫승, 이렇게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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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돌리고, 90도 인사에 안 하던 짓을"…국대 에이스 감격 첫승, 이렇게 만들어졌다
▲ 두산 베어스 곽빈이 시즌 첫 승을 거둔 뒤 물세례를 받고 있다. ⓒ 연합뉴스
▲ 두산 베어스 최원준은 물에 커피와 단백질, 비타민 등을 타서 곽빈에게 뿌렸다. ⓒ 두산 베어스
▲ 두산 베어스 양석환과 최원준이 곽빈에게 뿌릴 물을 제조하고 있다. ⓒ 잠실, 김민경 기자
[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아니 안 하던 짓을 하더라고요. 커피도 돌리고, 갑자기 막 인사도 90도로 하고. 눈치를 왜 이렇게 많이 주나 했죠."
두산 베어스 주장 양석환(33)이 앞장서서 곽빈(25)의 시즌 첫승을 축하했다. 곽빈은 지난달 30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 경기에 선발 등판해 6⅓이닝 103구 7피안타 3사사구 3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4-0 완승을 이끌었다. 지난 6경기에서 4패만 떠안으면서 33⅔이닝, 평균자책점 5.35에 머물렀던 아쉬움을 털어낸 순간이었다.
곽빈은 직구(44개)에 커브(28개), 슬라이더(24개), 체인지업(7개) 등 변화구를 적극적으로 섞어 삼성 타선을 요리했다. 직구 최고 구속은 153㎞, 평균 구속은 147㎞로 형성됐다. 커브를 결정구로 자주 활용했는데, 직구와 커브, 슬라이더 등 3개 구종 모두 효과적으로 제구가 잘됐다.
타선은 시작부터 곽빈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줬다. 1회 정수빈과 허경민의 안타로 만든 무사 1, 3루 기회에서 양의지의 희생플라이로 1-0 선취점을 뽑았고, 2사 2루에서는 양석환이 좌중간 적시 2루타를 때려 2-0으로 거리를 벌렸다.
잠잠하던 두산 타선은 6회말 추가점을 생산했다. 선두타자 김재환이 볼넷으로 출루하자 삼성은 선발투수 이승현을 마운드에서 내리고, 최하늘로 교체했다. 양석환은 무사 1루에서 바뀐 투수 최하늘에게 좌전 안타를 뺏어 무사 1, 2루 기회로 연결했다. 이어 강승호가 좌전 적시타를 때려 3-0으로 도망갔다.
계속된 무사 1, 3루 기회에서는 양석환의 주루 센스가 돋보였다. 라모스가 우익수 쪽 뜬공으로 물러나나 싶었던 상황. 우익수와 좌익수, 2루수 사이로 향한 애매한 타구였고, 우익수 김성윤이 전력 질주해 타구를 낚아채긴 했다. 그러나 김성윤은 포구 뒤에 바로 송구를 하기는 어려운 상태였다. 양석환은 이 상황을 인지하자마자 태그업을 하고 홈으로 내달리기 시작했다. 우익수 희생플라이를 기록할 수 없는 짧은 타구였는데도, 양석환은 홈으로 슬라이딩해 들어가면서 4-0으로 거리를 벌렸다.
6회까지 86구를 던진 곽빈은 7회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선두타자 류지혁을 유격수 직선타로 잘 돌려세웠으나 이병헌에게 좌전 안타를 맞고, 김성윤을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내보내면서 1사 1, 2루 위기에 놓였다.
두산 벤치는 여기서 투수 교체를 결정했다. 믿을맨 최지강을 마운드에 올렸고, 최지강은 김지찬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운 뒤 이재현을 중견수 뜬공으로 잡으면서 흐름을 끊었다. 최지강(⅔이닝)-김강률(1이닝)-홍건희(1이닝)까지 불펜이 무실점으로 이어 던지며 승리를 지켰다.
양석환과 투수 조장 최원준은 경기 뒤 물통 여러개를 들고 곽빈이 방송 인터뷰를 마칠 때까지 기다렸다. 순수한 물은 단 한 병도 없었다. 단백질 파우더와 커피, 선수들이 배트를 잡을 때 미끄러지지 않도록 뿌리는 스프레이까지 물에 다양한 것들을 타서 준비했다. 곽빈은 심상치 않은 물통들의 색깔을 보고 도망갔으나 물세례를 피할 수는 없었다.
곽빈은 도망가면 물을 안 맞을 줄 알았느냐는 질문에 "맞을 줄 알았다"고 답하며 허탈하게 웃었다. 이어 "(최)원준이 형이 승리투수가 됐을 때 내가 물을 못 뿌려서 조금 아쉽다. 원준이 형이 다음에 좋은 기록이 나오면 깨끗한 물이 아닌 무엇이든 뿌리겠다"고 다짐했다.
▲ 두산 베어스 국내 에이스 곽빈이 6⅓이닝 무실점 호투로 시즌 첫 승을 신고했다. ⓒ 두산 베어스
▲ 두산 베어스 곽빈이 드디어 시즌 첫 승을 신고했다. ⓒ 두산 베어스
곽빈의 승리를 도운 일등공신인 양석환은 "(곽빈이) 안 하던 짓을 하더라. 커피도 돌리고, 갑자기 막 90도로 인사도 하고 눈치를 왜 이렇게 많이 주나 생각했다. 다행히 (승리가 없는 기간이) 더 길어지지 않아서 다행인 것 같다. 조금 늦었지만, 이제라도 첫 승을 해서 축하한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고 했다.
곽빈은 이에 "원래 투수들과 내기를 했는데 내가 져서 커피를 돌려야 했다. 야수 형들도 같이 마셨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같이 돌렸는데, 그렇게 부담을 주려고 한 것은 아니었다"고 해명하며 웃었다.
두산 야수들은 이날 공수에서 더 집중력을 발휘하며 곽빈의 승리를 지켜줬다. 양석환은 6회 우익수 쪽 짧은 뜬공에도 홈까지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을 하는 등 가장 적극적이었다.
양석환은 "(우익수가) 잡는 자세가 불안한 것 같아서 뛰었다.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은 이제 하면 안 될 것 같다. 교통사고 난 것 같은 느낌이다. 안 한 지 몇 년 됐었는데, 오래 뛰려면 안 해야 할 것 같다. 온 몸이 아프다"고 답하며 웃었다.
이어 "2~3점차는 불안하다고 생각해서 조금 확실하게 경기 분위기를 가져오려면 추가점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운 좋게 세이프가 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곽빈은 "야수 형들이랑 투수 코치님들, 또 다른 많은 코치님들께서 많은 위로와 할 수 있다는 응원 메시지를 계속 나한테 줬다. 그게 조금 힘이 된 것 같다. 2021년에도 첫 승이 진짜 늦게 나왔던 기억이 있다. 그때 생각을 하면서 어차피 이렇게 1군에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니 첫 승에 쫓기지 말자는 생각을 해서 오늘 좋은 결과가 있었던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승엽 두산 감독은 경기 뒤 "곽빈이 그동안 잘 던지고도 승리와 인연이 없었는데 오늘(지난달 30일)은 더 공격적인 투구와 함께 변화구를 효과적으로 구사하며 팀 승리에 큰 공을 세웠다. 곽빈이 19개의 아웃카운트를 책임져준 덕분에 마운드 운용도 수월하게 할 수 있었다"고 칭찬했다.
이어 "타석에선 1회부터 베테랑 타자들이 상대 실투를 놓치지 않고 찬스를 만들고 타점을 올리며 경기 분위기를 선점할 수 있었다. 6회 나온 캡틴 양석환의 과감한 주루 플레이도 박수를 쳐주고 싶다고 했다.
▲ 센스 있는 주루플레이로 곽빈의 승리에 힘을 보탠 양석환 ⓒ 두산 베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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