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풀리는 프랑스…지루는 앙리, 음바페는 펠레 넘었다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선 ‘챔피언의 저주’가 큰 관심을 모았다.

월드컵 우승국이 다음 대회에선 부진에 빠지는 역사가 오랜 세월 반복됐는데, 마침 디펜딩 챔피언 프랑스가 시작 전부터 악재에 빠졌다. 올해 발롱도르 수상자인 카림 벤제마(레알 마드리드)를 비롯해 폴 포그바(유벤투스), 은골로 캉테(첼시) 등 주축 선수들이 잇달아 부상으로 빠진 것이다.

그런데 뚜껑을 열어보니 프랑스는 저주를 가볍게 끊어내며 순항하고 있다.

프랑스는 조별리그 D조를 가볍게 1위(2승1패)로 넘기더니 5일 폴란드와 16강전에서도 3-1로 가볍게 승리했다.

프랑스의 승승장구는 벤제마의 빈 자리가 느껴지지 않는 올리비에 지루(36·AC밀란)와 킬리안 음바페(24·파리 생제르맹)의 골 폭죽 덕분이다. 프랑스는 이번 대회에서 9골을 터뜨렸는데, 두 선수가 무려 8골을 합작했다.

‘0골 공격수’라는 오명에 휩싸였던 지루의 반전이 놀랍다. 지루는 4년 전 러시아 대회에선 7경기를 몯 뛰고도 한 골도 넣지 못했는데, 이번엔 공이 어디 떨어질지 미리 아는 것처럼 몸을 던지며 골 사냥을 벌인다. 폴란드전에서도 전반 44분 수비 사이를 파고든 뒤 음바페가 찔러준 패스를 골문에 밀어 넣었다. 이번 대회 3호골이자 조국을 대표해 참가한 117번째 A매치에서 터뜨린 52번째 골이었다. 지루는 후반 12분 놀라운 오버헤드킥으로 추가골까지 넣을 뻔 했지만, 직전 상황에서 파울이 선언돼 아쉬움을 삼켰다.

그러나 지루는 한 골로도 프랑스 전설인 티에리 앙리가 갖고 있던 A매치 최다골 기록을 새롭게 갈아치웠다. 앞서 프랑스 A매치 최고령 득점자에도 이름을 올렸던 그는 벤제마의 빈 자리가 느껴지지 않는 라스트 댄스를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음바페는 지루를 능가하는 존재감을 대회 내내 보여주고 있다. 그는 폴란드전에서 후반 29분과 45분 멀티골을 쏟아내 5골로 득점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4년 전 러시아 대회에서 4골을 터뜨렸던 그는 만 24세(23세 349일)가 되기 전 월드컵에서 가장 많은 골을 넣은 선수가 됐다. 브라질의 축구 황제인 펠레가 갖고 있던 기록(7골)이었다. 지금 같은 분위기라면 6골이 곧 득점왕이라는 월드컵의 또 다른 징크스도 끊어낼 것으로 보인다.

적장인 체스와프 미흐니에비치 폴란드 감독이 “음바페는 환상적인 선수”라며 “그를 응원한다. 리오넬 메시(파리 생제르맹)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무적),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바르셀로나)의 뒤를 이을 선수”라고 칭찬했을 정도다.

그러나 음바페가 진짜 노리는 것은 득점왕이 아닌 우승이다. 4년 전 10대의 어린 나이에 프랑스를 정상으로 이끌었던 그가 이번에도 프랑스의 저주를 깨고 2연패를 달성한다면 펠레(1958년·1962년)와 함께 어깨를 나라히 하게 된다.

프랑스 우승에는 이제 3경기가 남았다. 당장 11일 라이벌인 잉글랜드와 8강전이 기다리고 있다. 잉글랜드는 이번 대회에서 경기당 3골에 가까운 12골을 터뜨리면서 유력한 우승 후보로 평가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