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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펜하이머는 구원자인가 파괴자인가…심리로 역사를 꿰는 걸작의 탄생 [TEN스타필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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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펜하이머는 구원자인가 파괴자인가…심리로 역사를 꿰는 걸작의 탄생 [TEN스타필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신작 '오펜하이머' 리뷰
[텐아시아=최지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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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펜하이머' 보도 스틸/사진 = 유니버셜픽쳐스

≪최지예의 별몇개≫
최지예 텐아시아 기자가 개봉 전 먼저 본 영화의 별점을 매깁니다. 영화표 예매 전 꼭 확인하세요. 당신의 시간은 소중하니까!


'오펜하이머' 별몇개? = ★★★★☆

쪼개어진 핵은 원자폭탄이 되었고, 쪼개어진 이해는 자멸이 되었다. 분열된 것은 이전과는 전혀 다른 성질을 가진다. 분열의 연쇄반응은 도저히 예측할 수 없는 곳으로 흘러간다.

"나는 이제 죽음이요, 세상의 파괴자가 되었다."(Now I am become Death, the destroyer of worlds)

여기 구원자인 동시에 파괴자가 된 남자가 있다. 역사상 가장 강력한 파괴력을 지닌 원자폭탄을 발명한 천재 물리학자 J. 로버트 오펜하이머는 전 세계를 공포와 암흑에 빠트린 전쟁을 끝내고자 하였으나, 무려 20만명의 사람을 죽음으로 몰아넣는 결과를 낳았다.

한 인물의 연대기를 다루는 전기의 성격을 가진 '오펜하이머'(감독 크리스토퍼 놀란)는 전쟁과 이념, 정치 등 역사를 따라 흘러간다. 무엇보다 영화는 오펜하이머의 심리 변화로 이 모든 역사를 순간들을 한 바늘로 꿰어내는데, 이 지점에서 거장 크리스토퍼 놀란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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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펜하이머' 보도 스틸/사진 = 유니버셜픽쳐스이미지 원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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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펜하이머' 보도 스틸/사진 = 유니버셜픽쳐스
오펜하이머의 심리는 핵과 음악, 빛과 어둠의 분열하는 모습으로 시각화된다. 영화는 물리학도였던 오펜하이머가 이념과 정치를 접하고, 핵실험 성공으로 만들어진 원자폭탄이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상공에 뿌려지는 과정, 그리고 그 이후 오펜하이머를 찾아온 복잡다단한 감정에 집중한다. 역사가 스포인 오펜하이머를 자신만의 시각으로 그리는 놀란 감독의 깊은 통찰력이 돋보인다.

핵폭탄 실험이 성공하는 순간은 단연 영화의 백미다. '제로 CG'로 만들어진 영화의 이 시퀀스는 보는 내내 입을 다물 수 없게 만든다. 작위가 없는 에너지가 스크린을 삼켜버린다. 폭탄이 터지는 '무성'(無聲)의 순간은 그 어느 때보다 거대한 소음으로 가득 찬다. 이 장면에서 관객들은 '오펜하이머'를 반드시 영화관에서 봐야하는 이유를 찾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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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펜하이머' 보도 스틸/사진 = 유니버셜픽쳐스
영화의 시점은 3가지로 갈린다. 오펜하이머의 학창 시절부터 '맨해튼 프로젝트'는 풀컬러로, 1954년 오펜하이머의 밀실 청문회는 빛바랜 색감으로 연출된다. 1959년 루이스 스트로스의 청문회는 흑백으로 그려지며 화면이 교차된다. 시점이 일정하지 않아 혼란스럽단 인상을 받을 수 있으나, 그간 놀란 감독의 연출 방식을 고려할 때 '오펜하이머'는 꽤 친절한 축에 속한다는 평가다.

킬리언 머피는 오롯이 오펜하이머 그 자체다. 파랗고 투명한 그의 눈동자는 많은 것을 머금고 그보다 더 많은 것을 뿜어낸다. 혼돈과 사랑, 불안과 욕망, 고뇌와 환희의 감정이 큰 표정의 변화 없이도 관객에게 닿는다. 연기하지 않는 연기가 주는 몰입감의 기쁨이 어떤 것인지를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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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펜하이머' 보도 스틸/사진 = 유니버셜픽쳐스이미지 원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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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펜하이머' 보도 스틸/사진 = 유니버셜픽쳐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그의 스펙트럼이 아이언맨 수트에 갇혀 있기엔 얼마나 크고 깊었는지를 입증한다. 그의 얼굴 속 움푹 팬 주름이 시선을 머물게 하고, 낯설지만 명확한 인상을 새긴다.

한 프레임에서 호흡하는 킬리언 머피와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고수와 고수가 만났을 때 어떤 시너지가 나는지를 보여주며 감탄을 자아낸다.

다만, 여자 배우의 활용은 아쉽다. 진 태트록 역의 플로렌스 퓨와 키티 오펜하이머 역의 에밀리 블런트는 오펜하이머의 인간적 매력을 더하기 위해서만 존재하고 자신의 서사 없이 소비되어 버린 듯한 인상을 준다.

오는 15일 개봉. 15세 관람가. 러닝타임 18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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