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저리같은 나의 첫사랑 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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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때 학교끝나고 친구들하고 겜방 출퇴근하면서
메이플이나 존나게 하던시절 덕분에 저는 내신 간당간당 유지로 실업계에 입학하게 되었습니다
자업자득한 덕분에 제 기억이 맞다면 엄마한테 등짝맞고
아빠한테 2일정도는 빠따로 맞고 컴퓨터를 옆집에게 준걸로 기억합니다
까이꺼 기술이나 배워서 먹고살면 되지 생각으로 입학첫날 마음가짐 단단히 했습니다
역시나 개소리이죠 10대때 방황하면 20대때에도 똑같이 방황합니다
제가 보기에는 공부라는건 집안에 따라 할 놈이 있고 안할 놈이 있는거라 생각했습니다
장사꾼 아들은 양손에 물건 쥐어주고 집내보내면 악착같이 팔아다가 먹고 살다가 집들어올 운명이듯
운명은 정해진거라 생각하고 전 앞으로 뭘 먹고 살지 제 특기에 대해 생각하며 학교를 다녔습니다
학교에 다닌지도 2주 의지할곳도 없고 삶에 낙도 없고 그렇다고 전 담배를 피지는 않았구요
수업시간에 다른과 친구한명한테 문자가 오고(그때 당시에는 2G 휴대폰 사용)
맨뒷자리에서 한칸앞 저로써는 선생님눈을 교묘히 피해서 문자를 확인 했습니다(솔직히 맨앞에서 보면 누가 뭐하는지 다 알 수 있음 선생님 짬 무시ㄴㄴ해)
' 나 다음달 자퇴 한다 못다니겠다 ' 어차피 얘도 공부에 별 관심 없는애인걸 알았기때문에 학교 그만두면 뭐할껀지 생각도 안했을꺼라 보고 말리진 않았습니다
친구인생 제가 대신 살아주는것도 아니고 학교생활에서 이 나이에 의리란걸 알기나 할까요 담배 나눠피고 여자 나눠 먹는게 의리라면 의리였겠죠
다음날 점심시간에 자퇴한다던 친구랑 밥먹으러 취사장 아니 급식실을 가는도중 친구에게 말을 걸어오는 여자애를 보게 됬습니다
키는 160정도에 하얀피부 단발머리에 눈은 동그랗고 웃을때 눈웃음이 보이는 소녀..교복에서는 비누향기가 제 코끝으로 날아오더라구요
맞습니다 제가 말한 그 첫사랑이였어요 저는 그 순간 친구랑 대화하는 그 여자애 모습에 반하게 되었습니다
옆에 있던 저한테 손흔들면서 안녕 이라고 하더군요 저는 여테까지 신을 믿지 않았는데 그 여자애를 보고 믿게 되었습니다 바로 '여신'
그렇게 저희는 점심시간마다 셋이서 같이 밥을 먹게 되었고 수업시간내내 그 여자애 생각을 했고 학교를 다녀야되는 이유도 깨닫게 되었습니다
친구에게 그 여자애가 이어폰을 자주 끼고 있던데 무슨 음악을 그렇게 좋아하냐 물어보니
오래된 노래지만 토이 - 여전히 아름다운지 노래를 그렇게 좋아한다길래
저 혼자 집에서 그 음악틀어서 따라 부르면서 연습도 많이 했습니다ㅡㅡㅋㅋㅋㅋㅋㅋㅋ지금 생각하면 무척 창피하네요
그러다 다음달 친구는 자퇴서를 제출하고 학교를 그만두게 되었고 저는 여자애와 단둘이 다니며 더 가깝게 지냈습니다
과는 달라도 서로 과에서 사귀냐고 소문이 돌 정도로 친했고 저는 좋아해도 좋아한다 티도 안내려고 노력했습니다
저희는 학년이 올라가고 고2가 되었습니다 한층 더 성숙해졌다고 생각했지만 지금 생각하면 1,2,3학년 내내 똑같았다고 느낍니다
고등학교2학년이 되고 1학년 신입생들이 새로 들어오고 그 중 눈에 띄던 덩치큰 남자가 한명 있었습니다
처음 봤을때 인상은 북에서 넘어온 무장공비가 우리나라 와서 정신차리고 기술 배워 먹고살려고 왔나? 이런생각도 들었습니다
들어보니까 2~3년전 자퇴했던 복학생이라고 했습니다, 저희는 한 학년이 높았지만 존댓말을 쓰거나 친한사이는 말을 놓아 형동생 하며 지내왔습니다
전 별로 친하게 지내고 싶은 사이는 아니였기때문에 같은과였지만 관심 끊고 살았구요 저한테 관심은 오로지 그 여자애 뿐..
하루하루 보람차게 시간을 소비하니 2학기가 되었고 저는 하늘이 무너지는 일을 겪게 되었습니다
제가 좋아하던 첫사랑 여자애가 학교에 좋아하는 오빠가 생겼다는 연락을 받게 되었는데 그 복학생이란 소리에 두번 충격 먹었습니다ㅡㅡ
아니 왜 하필 그런 무장공비를 좋아할까?취향 독특하나 생각도 하고 대체 뭐가 좋냐고 물어보니까
같은과 반 친구중 아는 오빠인데 방학때 셋이서 잠깐 만나서 놀게 됬다가 듬직한 모습이 너무 보기 좋았다고..
솔직히 뺏기기도 싫고 정말 아닌것 같다 하는 마음에 말려보고 싶었지만 이미 갈대로 가버린 마음이더군요
기억이 잘안나는데 아마 그 얘기듣고 집에서 그 여자애가 좋아하던 노래 토이 - 여전히 아름다운지를 틀어놓고
이불을 뒤집어쓴체로 펑펑 울었던것 같습니다 엄마가 무슨일 있냐고 물어봤을때 아무것도 아니라고 나가라고 방문을 닫았던것 같네요ㅋ
아직 둘이 사귀는것도 아니니까 한번 지켜보자 하는 마음에 세월아 네월아 시간만 흘려 보내고
또 한번 다를것 없는 고3이 되었습니다 그 여자애가 좋아하는 오빠가 생긴이후로 전보다 관심갖는게 떨어져도
그 애를 좋아하는 마음은 여전했습니다 저는 이 여자애덕분에 열심히 하자는 마음가짐도 생겨서
나름대로 공부도 틈틈히 했고 과에 전공수업도 열심히 듣게 되어 진로에 확실한 선택을 하고 두번다신 부모님을 실망시켜드리고 싶지 않아
대학보단 선취업 후 군제대 그리고 대학진학을 목표로 고3때 나름대로 열심히 해왔습니다
그러던 날 학교 끝나고 귀가 후 집에서 그 여자애 문자를 한통 받게 되었습니다' 나 내일 자퇴해.. ' 순간 손이 부르르 떨리고 저는 바로 그 여자애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하지만 받지 않았고 문자메세지로 ' 전화 받을 상황 아니야 나 내일 자퇴하러가ㅎㅎ..그동안 재밌었어 졸업하고 틈틈히 연락할꺼지? '무슨일인지도 알려주지 않고 자퇴한다는 말과 함께 그뒤로 연락이 끊겼습니다
학교에서도 더이상 그 여자애를 볼 수 없게 되었고 전 속으로 정말 많이 힘들어도 겉으로 내색하나 못하고 학교를 다녔습니다
여테껏 열심히 해왔던게 무의미하게 된것 같고 그래도 포기하기 싫어서 전 나름 공기업쪽에 제 진로를 통해 입사하게 되었습니다
면접합격문자 통보 받았을때는 하늘이 날아갈것 같았고 가족들 그리고 친구들하고 축하파티도 해봤습니다
여자애는 어느세 자연스럽게 제 머릿속에서 잊혀져 갔고 저는 1년반정도 일을 하다가 군입대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ㅇㄸㄱ부대로 들어가 포천이라는 하늘이버린 땅에서 군복무를 결판짓고 지금은 전역한지 한달정도 되었습니다저저번주 주말 오랜만에 그 자퇴서를 낸 남자애를 만나게 되어 같이 술을 마셨습니다
남자 둘이 있으니 서로 군생활 힘들었다 소리만 무진장 오고가고 과거얘기를 일삼으며 추억거리고 떠들어댔습니다
사실 입밖으로 꺼내기 힘들었지만 친구에게 그 여자애 근황을 물어보니까 아직도 연락하고 지낸다라고 하길래
나름 기대갖고 요즘 어떻게 지내냐 궁금하다 보고싶다 물어보니 결혼을 하고 애가 있다고 하더군요
터무니없어서 웃음도 안나왓습니다ㅋㅋ..사실상 페이스북 보면 제 친구들중에 2명정도는 벌써 결혼한 친구들도 있고
다리건너로 여자애들중에도 1명꼴로 애낳고 사는 애들이 있기에 별로 놀랄것도 아니였습니다
그런데 제가 뒷통수를 쌔게 맞은듯한 기분을 들었던 말이 남편이 그 복학생오빠라고 했습니다
혹시 예상하신분도 있으실지 모르겠지만 맞습니다 그 여자애가 자퇴한건 사고쳐서 임신사실을 저에게 알리고 싶지 않아서 말없이 자퇴한거였고
양측 부모님 동의하에 둘이 애낳아서 키우기로 한거였고 복학생은 책임질 가정이 생겨버리니
차마 자퇴는 못하고 학교는 끝까지 다녀 졸업 해서 일할생각에 그 여자애만 학교를 그만두게 된것이였습니다
참 씁쓸하기도 하고 뭔가 아이러니한것 같았습니다
애기는 유치원생이고 여자애도 적은돈이지만 가정에 보탬이 되고자해서 마트에서 오전만 일을 하고 있다더군요
전 친구한테 부탁해서 그 여자애가 일하는곳에 가봤습니다 차마 잘지내냐는 말은 못하겠고 묵묵히 제 살것만 사고 나가려고 쇼핑중이였습니다
근데 제가 흠칫하고 무언가 낌세를 알아챈게 마트 음악 바뀌고 토이의 곡 여전히 아름다운지가 흘러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아직도 이 노래를 좋아하고 있구나..
저는 뭔가 씁쓸한 마음에 빨리 계산하고 나가려 카운터로 갔습니다
" 잘지냈어? "
????
여자애가 저에게 먼저 말을 건내더군요
조심스레 고개를 들어보니 처음 봤을때의 그 하얀피부에 눈웃음 그대로더군요
저는 말보다는 웃음으로 대답하고 " 힘들지?얘기 들었어 잘지내ㅋㅋ " 한마디만 하고 조용히 가게밖으로 나왔습니다
이게 둘 사이에 제일 좋은 선택이였다고 생각했기때문이였는지..
오랜만에 본 첫사랑은 애엄마가 되었고 다시 보게 됬지만 여전히 아름다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