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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에게 남겨진 흔적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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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우깡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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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입문을 열고 들어와 내 앞에 앉은 사람, 신준식이라고 자신을 밝힌 남자는 175쯤 되는 키에 넉넉한 살집으로 둥글다는 인상을 주는 말쑥한 남자였다.



거부감이 드는 타입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마음에 쏙 드는 타입도 아니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그가 나름대로 예의를 차리는 남자라는 것, 무지막지한 남자가 아닌 것 정도는 봐줄 만하다는 정도였다.



“안녕하세요, 신준식입니다.”



“예. 김경은이에요.”



“반갑습니다.”



“예..”



낯선 중년 남녀의 첫 만남. 일상적인 인사치레가 오가고, 주문한 차를 기다리는 동안 대화가 이어졌다.

자기는 결혼한 지 10년 차라는 것과 9살짜리 아들과 6살 된 딸이 있다는 것, 아내에게 별로 감정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 그렇다고 무분별한 외도는 하지 않는다는 것 등등의 이야기가 남자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그가 나이를 물어 서른둘이라고 답하자 내 남편에 관하여 물어왔다.

자기 남편을 두고 다른 남자를 만나러 나온 여자에게 남편에 관해서 묻는 걸 보니, 그도 이런 일이 그렇게 자주인 것 같지는 않아 보여 오히려 마음이 놓였다.



무스탕 코트 깃 사이로 보이는 하얀 목이 깨끗해 보여 혹시라도 염려되는 감염에 대한 걱정이 조금은 적어지긴 했지만.

그런 생각을 하는 나 자신을 의식하고는 갑자기 등 뒤가 썰렁해지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남자가 자기는 이번 만남이 두 번째라고 말하더니, 내게 정말 처음이냐고 물어왔다.

조그만 소리로 그렇다고 대답했지만 다른 말을 덧붙일 수가 없었다.



나도 무슨 말이든 해야 할 것 같은데, 도무지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남자는 이런저런 우스갯소리를 해주면서 말 중간중간에 내 외모에 대한 칭찬도 잊지 않았다.

나의 긴장과 어색함을 풀어주기 위해 애쓰는 기색이 역력했다.



처음과 달리 차분한 마음이 되어 대화 도중 간간이 웃음을 보이기도 했지만, 가슴속에 자리 잡은 갈등의 똬리는 어쩔 수 없었다.

대략 30분쯤 흘렀을 무렵 그가 배려하듯 말했다.



“가정주부이시니 시간이 많지는 않겠군요?”



“예.”



“자, 그만 일어나실까요?”



그가 말했을 때 무엇에 홀린 듯 그를 따라나서는 내 모습을 깨닫고는 스스로 소스라치게 놀랐다.



남자의 차 안은 적당한 온도로 히터가 켜져 있고, 옆자리의 나를 의식해선지 잔잔한 음악까지 흘러나왔다.

예전에 자주 들었던 팝송이었는데, 아무리 기억을 되살려봐도 곡명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가 차를 운전하는 동안 내게 뭐라고 말했지만, 나는 한마디도 제대로 알아들을 수 없을 정도로 긴장해 있었다.

차창 밖으로 흘러가는 차들과 퇴근길 사람들을 바라보며 갈등하기도 했지만, 그렇다고 집에 가겠다며 차에서 내려달라는 말을 할 수는 없었다.



잠실사거리쯤에서 우회전한 그가 차를 주차한 곳은 말로만 듣던 러브호텔들이 밀집된 골목이었다.

차를 타고 오는 동안 내내 갈등하고 망설였지만 결국에는 그가 열어주는 차 문에서 나와 요란한 전구가 둘려 있는 모텔 안으로 따라 들어섰다.

가슴이 쿵쾅거리고 긴장이 최고조에 오른 상태라 걷는 것조차 힘들었지만, 남자에게 쉬운 여자로 보여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정신을 가다듬으며 애써 태연한 척 따라 들어갔다.

카운터로 들어서니 중년 부인이 이미 둘 사이를 알고 있다는 듯 태연스레 말했다.



“쉬었다 가실 거죠?”



요금을 낸 그가 열쇠를 받아서 들고는 내가 앞장서도록 뒤로 물러섰다.

이제는 돌아갈 기회가 없어진 것이다.

두 사람이 타면 딱 맞을 듯한 엘리베이터에 오르자 더 이상 내 모습이 다른 사람에게 노출되지 않을 거라는 생각에 안도감이 들었다.

그가 오른팔을 들어, 내 어깨에 손을 올리며 가볍게 자기 쪽으로 안아왔다. 순간 나는 흠칫 놀랐다.



‘이 사람이 이제 내가 자기 여자라는 듯이 구는구나.’



그렇다고 뿌리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벨 소리와 함께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고, 긴 복도가 나타났다.

어두컴컴한 복도의 중간쯤까지 가는 길이 멀고도 길게만 느껴졌다. 뒷자리가

‘7’이라고 쓰여 있는 방 앞에 이르러 문을 열면서 그가 내 뒤로 서서 들어가라고 했다.



안으로 들어서니 출입구 오른쪽으로 깨끗하게 청소된 욕실이 보였고, 방안에는 둥그런 침대가 놓여 있었다.

뒤따라 들어온 남자가 냉장고를 열며 마실 것을 주었지만 나는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았다.



그가 의자에 앉으며 엉거주춤 핸드백을 메고 서 있는 나더러 자기 앞에 앉으라고 했다.

어느덧 그의 말에 고분고분 따르고 있는 날 느끼며 놀라기도 했지만, 잠시 후면 그와 함께 할 그것을 생각하며 어쩔 줄 몰라 했다.



‘내가. 지금. 무슨 일을 하는 거지?’



“어차피 이렇게 만났는데, 너무 예민하게 신경 쓰지 마세요.”



“..”



그가 라이터를 켜 담배를 피워 물며 말했다.



“먼저 샤워하실래요?”



“아뇨. 먼저.”



그렇게 말하고 나는 고개를 숙였다. 이어 옷 벗는 소리가 들려 곁눈질로 그를 보았다.



어느새 어두운 색조의 트렁크형 팬티만 걸친 그가 벗은 옷가지들을 옷걸이에 걸고 있었다.

굵직한 다리의 많다 싶어 보이는 털과 힘 있어 보이는 근육들이 남편과는 대조적이었다.

남자도 나이가 들면 배가 나오는 법이지만, 배 나온 다른 남자의 모습을 나는 처음 보았다.



기분이 묘하고 못 볼 것을 본 것 같기도 해 고개를 돌려 눈을 감았다.

화장대 위에 놓여 있던 칫솔과 면도기를 들고 욕실로 들어가면서 그가 날 돌아보며 다짐하듯 말했다.



“옷 벗으시죠.”



“예.”



불에 덴 듯 놀라 대답하며 나도 자리에서 일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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