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걸려 죄송하다" FA 첫 날 계약했는데…사과부터 한 최정, 302억 존재감 이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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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이상학 기자] 프로야구 FA 역사를 새로 쓴 날, 최정(37·SSG 랜더스)은 팬들을 향해 사과부터 했다. FA 개장 첫 날에 도장을 찍었지만 “계약이 늦어져 죄송하다”고 말했다. KBO 역대 최초로 FA 누적 금액 300억원(302억원)을 돌파한 최정의 존재감은 이렇게 크다.
최정은 지난 6일 SSG와 4년 총액 110억원에 FA 계약을 맺고 잔류했다. 계약금 30억원, 연봉 총액 80억원으로 110억원 전액 보장, 무옵션으로 계약했다. 선수 생활의 황혼기에 접어들 37세에 그야말로 초대박을 쳤다.
2014년 11월 첫 FA 때 4년 86억원으로 당시 기준 최고액에 SK와 재계약한 최정은 2018년 12월 두 번째 FA 때도 6년 106억원에 잔류하며 ‘FA 100억’ 클럽에 가입했다. 이어 3번째 FA로 가장 많은 110억원을 받으면서 FA 계약 누적 금액이 무려 302억원이 됐다. 두산 양의지(277억원)를 넘어 1위에 등극했다.
계약 과정부터 심상치 않았다. 올 시즌 최정은 129경기 타율 2할9푼1리(468타수 136안타) 37홈런 107타점 출루율 .384 장타율 .594 OPS .978로 홈런 3위, 장타율 4위, OPS 5위에 오르며 맹활약했다. KBO리그 통산 최다 495홈런을 기록 중인 최정은 30대 중반을 넘어서도 타격 생산력이 떨어지지 않았다.
시즌 후반부터 최정을 노리는 팀들이 있다는 소문이 흘러나왔다. 진위 여부는 불분명하지만 3번째 FA가 된 최정이 C등급이라 SSG로선 예사로 흘려들을 소문이 아니었다. C등급 FA 선수를 영입하는 팀은 전년도 연봉의 150%만 원소속팀에 보상하면 된다. 올해 최정의 연봉이 10억원이라 그를 데려갈 팀은 15억원만 SSG에 주면 보상선수 출혈 없이 영입이 가능했다.
37세로 리스크가 있지만 최정의 꾸준함이 워낙 대단했고, 확실한 전력 상승을 가져올 수 있는 FA라 시장 수요는 충분히 있을 만했다. 이에 SSG 팬심도 불안불안했다. 지난겨울 ‘23년 원클럽맨’ 외야수 김강민이 2차 드래프트로 떠나면서 큰 상처를 받은 SSG 팬들로선 혹시 모를 상황이 걱정되지 않을 수 없었다. 팀 내 상징성은 물론 리그 전체를 뒤흔들 파급력 있는 전력이라 더욱 그랬다.
SSG도 이런 팬심을 모를 리 없었다. 최정을 붙잡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고, 가급적 FA 시장이 열리기 전에 다년 계약으로 매듭짓고 싶어 했다. 일찌감치 100억원 이상 계약 규모에 양측이 공감대를 형성했지만 최정 측에서 계약금을 받을 수 있는 FA 계약 방식으로 진행되길 원했고, 이를 위해선 FA 신청 및 공시 과정을 거쳐야 했다.
그러자 SSG는 지난 4일 FA 신청 마감일에 이례적으로 ‘계약 예고’를 했다. ‘최정 선수 측과 만나 긍정적으로 이야기를 나눴고, FA 시장이 열리는 6일 계약 후 최종 발표할 예정이다’고 알렸다. 이런 예고 없이 최정의 FA 신청 소식이 전해졌다면 SSG 팬들이 동요할 수도 있었다. 이런 점을 감안한 SSG는 초유의 계약 예고로 팬들의 불안감을 잠재웠다.
최정도 계약을 마친 뒤 팬들에게 먼저 사과했다. FA 개장 첫 날에 도장을 찍었지만 “협상 기간이 오래 걸려 많이 기다리셨을 팬들에게 죄송하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FA 개장 전부터 최정 소식만 목 빠져라 기다렸을 팬들에겐 긴 시간이었다. 협상 기간 여러 경로로 SSG 팬들의 반응을 체크한 최정은 감사하면서도 빨리 계약을 마무리하지 못한 것에 죄송한 마음을 내비쳤다.
이번 계약으로 최정은 41세가 되는 2028년까지 SK, SSG로 이어지는 ‘인천팀’에서 전체 커리어를 보내게 됐다. 2028년 이후에도 커리어가 또 이어질지는 알 수 없지만 최소 24년 원클럽맨을 예약한 최정은 “신인 때부터 계속 커왔던 팀이고, 제일 정이 많이 가는 팀이다. 계약이 좋게 잘 마무리돼 다행이다. 기분 좋다. 앞으로 계약 기간 동안 팀을 위해 열심히 뛰겠다”고 말했다.
이어 팬들에게 전할 말로 최정은 “비시즌에 머리 아플 일은 끝난 것 같다. 다시 한 번 오랜 협상 기간 동안 많이 기다리셨을 팬들께 죄송하다는 말씀 전하고 싶다. 기다려주신 만큼 팀을 위해 열심히 노력해 더 좋은 성적으로 보답할 수 있도록 하겠다. 청라돔에 가기 전에 문학에서 한 번 더 우승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인천 팬들에게 약속했다. 2028년 개장 예정인 청라돔으로 이전하기 전까지 SSG는 앞으로 3년 더 문학을 홈으로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