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멸의 밤 보낸 양키스, 홈런쇼·광속구도 무쓸모 ‘문제는 기본기야’ [월드시리즈]

[데일리안 = 김태훈 기자] 아메리칸리그 최강팀 뉴욕 양키스가 월드시리즈 무대에서 자멸했다.

양키스는 지난달 31일(한국시각) 미국 뉴욕 양키스타디움서 펼쳐진 ‘2024 메이저리그(MLB) 포스트시즌’ 월드시리즈 5차전에서 6-7 역전패, 시리즈 전적 1승4패로 주저앉았다.

시리즈 3연패 후 전날 1승을 따내고 반격의 신호탄을 쏜 양키스는 5차전에서 그동안 침묵했던 ‘홈런왕’ 애런 저지의 호쾌한 투런포로 1회부터 2-0 리드를 잡았다. 2회말 알렉스 버두고 적시타에 이어 3회말 지안카를로 스탠튼의 대형 솔로홈런으로 5-0으로 달아났다.

다저스 선발 잭 플래허티는 2회도 버티지 못하고 내려갔고, 양키스 마운드에는 지난 시즌 사이영상 수상자 ‘에이스’ 게릿 콜이 있었다. 95마일 이상의 ‘광속구’와 현란한 변화구로 다저스 타선을 농락하던 콜이 버티고 있는 양키스의 승리가 유력했다. 막강 파워를 과시한 양키스 타선에 불이 붙은 상태라 다저스의 뒤집기가 어렵게 느껴졌던 것이 사실이다.

5회초 예상 밖 흐름이 나왔다. 노히트 행진을 이어오던 콜이 5회에만 5실점 했는데 모두 비자책점이다. 어이없는 실책과 본헤드 플레이가 속출한 탓이다.

5회초 무사 1루에서 에드먼은 중견수 저지 쪽으로 평범한 뜬공을 날렸다. 움직임이 거의 없이 포구할 수 있는 타구였는데 1루 주자를 의식한 중견수 저지가 공을 놓치고 말았다. 좀처럼 보기 어려운 실책이다. 어이없는 실책으로 인해 1사 1루가 되어야 할 상황이 무사 1,2루가 됐다.

설상가상 전날 만루홈런 터뜨렸던 유격수 앤서니 볼피까지 악송구 실책을 범했고, 양키스는 무사 만루 위기에 놓였다. 어이없는 실책이 연속으로 나왔지만, 콜은 럭스-오타니를 잇따라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보냈다. 다음 타자 베츠도 1루 땅볼을 유도했다. 

그러나 콜은 공을 잡은 1루수 리조를 바라보기만 하고 베이스 커버를 들어가지 않았다. 콜은 리조가 타구를 잡고 직접 1루 베이스를 밟을 것으로 생각했다. 판단 미스다.

어이없게 1점을 헌납한 콜은 프리먼에게 2타점 적시타를 얻어맞으며 세 번째 실점을 했다. 후속 타자 테오스가 에르난데스에게도 중견수 쪽 펜스를 맞는 2타점 2루타를 내주면서 5-5 동점을 허용했다. 애런 분 감독도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양키스는 6회말 1점을 뽑아 6-5로 앞섰지만, 8회초 베츠에게 희생플라이를 내주고 7번째 실점을 하고 패배했다. 결국 5-0 앞선 상태에서 맞이한 5회에서 쏟아진 실책과 본헤드 플레이로 자멸한 셈이다.

양키스는 시즌 내내 크고 작은 실수가 많았다. 결과는 좋았지만 과정이 좋지 않았던 부분이 많았다. 그런 실수들이 월드시리즈 우승팀이 결정될 수도 있는 5차전에서 쏟아졌다. 저지도 부끄러운 듯 현지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날의 패배는 영원히 잊지 못할 것 같다”며 고개를 숙였다.

막강한 화력쇼와 탄성을 내지르게 하는 광속구도 패배를 막지 못했다. 수비 기본기가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일깨워 준 월드시리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