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 대이동' 우리은행, 챔피언 저력 보일까
작성자 정보
- 새우깡 작성
- 작성일
컨텐츠 정보
- 52 조회
- 목록
본문
[하나은행 2024-2025 여자프로농구 미리보기 ⑥] 아산 우리은행 우리WON우리은행 우리WON의 위성우 감독은 여자 농구 팬들 사이에서 '위대인'으로 불린다. 사실 여자 농구에 큰 관심이 없는 사람의 시선으로 보면 나라를 위해 큰 업적을 이룬 것도 아닌 일개 여자프로농구 감독 중 한 명에 불과한 위성우 감독이 대인으로 불리는 것은 '오버'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위성우 감독은 WKBL 내에서 '대인'으로 불리기에 부족함이 없는 기록과 업적을 만들었다.
지난 2012년 우리은행에 부임한 위성우 감독은 12번의 시즌 동안 306승86패 승률 .781라는 압도적인 성적을 올렸다. 우리은행은 위성우 감독 부임 후 무려 9번의 우승을 기록했고 최근 11번의 시즌 동안 승률 7할 아래로 내려간 시즌이 한 번도 없었다. 또한 WKBL 역대 최고승률(.943)을 기록했던 시즌도 위성우 감독이 우리은행을 이끌었던 2016-2017 시즌이었다. 통산 306승 역시 WKBL 역대 최다승 기록이다.
주요 선수들의 은퇴와 이적에도 우리은행을 꾸준히 강팀으로 이끌었던 위성우 감독은 이번 시즌 부임 후 최대 위기를 맞았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박지현(토코마나와 퀸즈)과 박혜진(BNK 썸), 최이샘(신한은행 에스버드), 나윤정(KB 스타즈)이 나란히 새 팀으로 이적했기 때문이다. 선수들이 대거 교체되며 하위권 후보로 분류되는 우리은행은 이번 시즌 WKBL 역대 최다 우승팀의 자존심을 지킬 수 있을까.
김단비 영입 후 두 시즌 연속 우승
우리은행은 팀이 '위기'라는 평가를 받을 때마다 적절한 선수 영입을 통해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다. 2017년 4월에는 잦은 부상으로 '전성기가 끝났다'고 평가받던 김정은(하나은행)을 3년 계약으로 영입했다. 위험한 영입이라는 우려가 많았지만 김정은은 이적 첫 시즌 우리은행의 통합 6연패를 견인하면서 챔프전 MVP에 선정됐다. 만년 하위팀의 '외로운 에이스'였던 김정은의 커리어 첫 우승이었다.
2021-2022 시즌 박지수(갈라타사라이SK)가 이끄는 KB에게 챔프전에서 무기력하게 패한 우리은행은 2022년5월 FA 최대어로 꼽히던 김단비를 계약기간 4년 연봉 총액 4억5000만 원의 거액을 주고 데려왔다. 김단비가 가세하면서 2021-2022 시즌 우리은행에서 가장 많은 득점을 올렸던 김소니아(BNK)가 보상 선수로 팀을 떠났지만 만능 포워드 김단비의 가세는 우리은행에게 엄청난 전력상승 요인이었다.
마침 2022-2023 시즌엔 박지수가 공황장애 후유증과 손가락 부상이 겹치면서 9경기 출전에 그쳤고 우리은행의 독주로 시즌이 진행됐다. 25승5패 승률 .833로 여유 있게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한 우리은행은 플레이오프에서 신한은행을, 챔프전에서 BNK를 꺾고 12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김단비는 생애 첫 정규리그 MVP와 챔프전 MVP까지 휩쓸면서 프로 데뷔 후 최고의 순간을 맞았다.
우리은행은 2022-2023 시즌이 끝난 후 김정은이 하나은행으로 떠났고 KB는 박지수가 건강하게 코트에 복귀했다. 여기에 우리은행은 트레이드로 영입한 유승희가 시즌 개막전에서 십자인대가 파열되는 부상으로 시즌 아웃되는 악재도 있었다. 우리은행은 23승7패 승률 .767로 상당히 좋은 성적을 올렸지만 27승3패 승률 .900을 기록한 KB를 넘지 못하고 정규리그 2위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비록 정규리그 우승은 KB에게 내줬지만 '봄 농구의 주인공'은 우리은행이었다. 플레이오프에서 삼성생명 블루밍스를 만나 1패 뒤 3연승을 거두며 챔프전에 진출한 우리은행은 챔프전에서 정규리그 2승4패로 열세에 있던 KB에게 3승1패를 기록하면서 두 시즌 연속 챔프전 우승을 차지했다. 김단비는 하은주와 임영희(우리은행 코치), 박혜진에 이어 역대 4번째로 2연속 챔프전 MVP의 주인공이 됐다.
주전 4명 떠났어도 성적 유지할 수 있을까
하지만 우리은행은 우승의 기쁨을 누릴 새도 없이 시즌이 끝나자마자 엄청난 전력누수를 경험했다. 박지현이 해외진출을 선언하며 호주리그로 떠났고 박혜진과 최이샘, 나윤정도 나란히 FA자격을 얻어 각각 BNK와 신한은행, KB로 팀을 옮긴 것이다. 사실상 지난 시즌 우리은행에서 주전급으로 활약했던 선수 중에서 팀에 잔류한 선수는 김단비와 이명관 정도 밖에 남지 않았다.
많은 농구팬들이 엄청난 전력 손실이 있었던 우리은행이 그래도 최소한의 성적을 유지할 거라 기대하는 이유는 리그 최고의 선수 중 한 명인 김단비가 건재하기 때문이다. 1990년 2월생 김단비는 어느덧 30대 중반의 노장이 됐지만 지난 시즌에도 18.38득점(2위),9.03리바운드(5위),5.03어시스트(4위),1.72스틸, 1.21 블록슛(이상 3위)을 기록하며 공·수 전반에 걸쳐 여전히 리그 최정상급 선수로 맹활약했다.
지난 시즌에도 확실한 정통 빅맨이 없는 것이 최대 약점이었던 우리은행은 180cm가 넘는 박지현과 최이샘이 팀을 떠나면서 높이가 더욱 낮아졌다. 그럼에도 위성우 감독은 지난 6월 아시아쿼터 드래프트에서 161.4cm의 스나가와 나츠키와 162.5cm의 미야사카 모모나 등 단신가드 2명을 지명했다. 이번 시즌 위성우 감독이 한층 빠른 농구를 추구할 것이라고 예측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렇다고 우리은행이 높이 보강에 소홀히 했던 것은 아니다. 우리은행은 BNK로 이적한 박혜진의 보상선수로 180cm의 좋은 신장을 가진 포워드 한엄지를 지명했다. 한엄지는 BNK에서 활약했던 지난 시즌 5.23리바운드를 기록했지만 우리은행 이적 후 출전했던 박신자컵에서는 4경기에서 평균 9.5리바운드로 인상적인 활약을 선보였다. 한엄지는 이번 시즌 우리은행의 골밑을 사수해야 할 키플레이어다.
우리은행은 주전 선수 4명이 이탈하면서 전력이 크게 약해졌다고 평가 받지만 지난 박신자컵에서 3승1패를 기록하며 만만치 않은 실력을 보여줬다. 아무리 멤버가 많이 달라졌다 해도 '위대인이 이끄는 우리은행의 저력'은 크게 달라지지 않은 셈이다.
이제 남은 것은 우리은행이 시즌 개막 후 좋은 성적을 통해 '우리은행은 여전히 우리은행'이라는 사실을 농구팬들에게 확실히 증명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