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잔디 탓만 하기엔 뻔뻔한 사과'..광주FC, 책임도 재발 방지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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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잔디 탓만 하기엔 뻔뻔한 사과'..광주FC, 책임도 재발 방지도 없었다
▲KBC 김재현 기자
지난해 K리그1 3위에 이어 올 시즌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무대에서도 돌풍을 이어가고 있는 광주FC.
지난 시즌 이후 핵심 선수들이 이적과 부상으로 빠지면서 다소 헐거워진 스쿼드에 ACLE 일정까지 추가돼 선수단의 부담과 피로도는 높아졌지만 초반 2경기에서 일본 J리그의 강호 요코하마 마리노스와 가와사키 프론탈레를 모두 잡아내며 쾌조의 2연승을 달리고 있습니다.
구단 역사상 첫 국제대회 진출에 이어 연승 질주라는 호성적이 이어지면서 하위 스플릿을 확정한 리그 순위에도 불구하고 광주 축구팬들의 열기와 기대는 더욱 커져가고 있습니다.
▲광주월드컵경기장에서 몸푸는 선수들 자료이미지
ACLE 리그 스테이지 3차전 홈경기를 홈구장인 광주월드컵경기장에서 치르지 못하고 무려 280km나 떨어진 경기도 용인 미르스타디움에서 치르게 된 겁니다.
▲득점에 기뻐하는 선수들 [광주FC]
광주FC는 당초 오는 22일 말레이시아의 조호르 다룰 탁짐FC를 광주 홈으로 불러들여 경기를 치를 예정이었습니다.
ACLE EAST조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광주와 2위를 달리고 있는 조호르의 선두권 맞대결인 만큼 선수단의 승리 의지도 강하고, 어느 때보다 팬들의 관심도 많은 상황이었습니다.
팬들 사이에서는 지난 1차전 요코하마 마리노스와의 홈 경기보다 더 많은 관중들이 경기장을 찾을 것이라는 기대도 컸습니다.
하지만 요코하마전 이후 잔디 상태에 대한 불만과 우려가 계속 제기됐고, 급기야 다음 홈 경기를 다른 경기장에서 치를지도 모른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왔습니다.
그리고 FC서울과의 리그 33라운드 경기가 열린 6일, 구단은 공식 사과문과 함께 조호르 전 홈경기가 광주월드컵경기장이 아닌 경기도 용인 미르스타디움에서 개최된다고 밝혔습니다.
▲3차전을 용인에서 치르게 되자 광주FC가 올린 사과문 [광주FC 홈페이지]
광주에서 280km나 떨어진, 아무 연고도 없는 낯선 경기장에서 홈팀을 응원해야하는 말도 안되는 초유의 상황이 발생했지만 왜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 어떤 조치를 취했는지, 막을 수는 없었는지 의문만 쌓여가고 있습니다.
광주 구단이 공개한 사과문에는 사과는 있지만 무슨 이유 때문이라는 설명도, 책임도 없습니다.
사과는 있지만 향후 대책도, 재발방지에 대한 약속도 없습니다.
광주가 ACLE 진출을 확정한 것은 지난해 시즌이 끝난 뒤였고, 첫 경기인 요코하마와의 홈 경기까지는 최소 8개월 이상의 시간이 있었습니다.
먼 해외를 굳이 나가지 않아도 국내에서 이미 ACL을 치러본 수많은 구단들로부터 정보를 얻고, 예산을 세우고, 경기장과 시설을 관리할 시간으로는 넉넉하고도 남을 기간이었습니다.
사과를 하려거든 먼저 어떤 부분에서 문제가 있었는지를 밝혀야 하고, 예상과 다른 상황이 생겼다면 오차가 왜 발생했는지 대안은 마련해두었는지 설명이 있어야 합니다.
팬들은 구단이든, 광주시든, 광주시체육회든 책임 소재를 분명히 가려내야 하고 필요하다면 관련 책임자를 징계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재발 방지에 대한 약속이나 향후 운영에 대한 일말의 계획도 내놓지 못하는 모습은 팬들을 더욱 불안하고 분노케하고 있습니다.
가령, 이번 조호르전 홈 경기장 변경은 확정이 됐다 하더라도 다음달 27일로 예정된 상하이 선화와의 홈 경기부터는 반드시 광주에서 홈 경기를 치를 수 있게 하겠다거나 다시는 홈 경기장 변경이 없도록 관리를 잘하겠다는 식의 약속조차 없습니다.
구단 스스로 또다시 이런 일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그게 아니라면 홈 경기를 다른 경기장에서 개최하는 것이 큰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인지 의심이 들 수 밖에 없는 태도입니다.
▲ACLE 첫 경기에서 요코하마에 7대3 대승을 거둔 광주FC [광주FC]
특히 구단 운영 예산에 가장 큰 영향력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시는 예산의 효율성과 효과 등을 면밀히 분석하고 집행해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40억 명의 인구가 넘는 아시아 무대에서 '광주'라는 이름을 내걸고 뛰는 선수들과 팬들, 그리고 경기장과 도시의 모습은 중계를 통해 전 세계로 퍼져 나갑니다.
축구 경기를 보기 위해 해외 원정 팬들이 아마도 생전 처음일 대한민국의 지방 도시 광주를 찾아 머물기도 합니다.
이것만으로도 광주는 이미 축구를 통해 도시의 브랜드와 가치를 높이는데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아시아 각국의 많은 축구팬들과 시민들은 축구를 통해 광주라는 도시를 알게 됐고, 기억하게 될 것입니다.
비용으로 다 따져 환산하기는 힘들지만 광주FC가 ACLE에 진출해 경기를 치르고 또, 그 소식이 영상이나 기사의 형태로 전 세계에 전해지는 것 만으로도 이미 시가 부담하는 구단 운영비 중 적지 않은 몫이 도시 홍보 효과로 환원됐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반대로 이번과 같은 낯 부끄러운 경기장 변경 문제는 도시에 대한 홍보의 기회를 잃어버릴 뿐 아니라 오히려 도시의 이미지를 갉아먹는 최악의 사례로 남을 것입니다.
"이럴 거면 차라리 ACLE 나가지를 말지"라는 팬들의 자조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팬들의 분노는 당분간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구단은, 그리고 광주시는 다시 한 번 이번 사태에 대한 원인을 정확히 진단하고 향후 대책까지 세심하게 마련해 팬들과 시민들에게 '지금 당장 욕은 먹더라도 수긍할 수 있는' 사과를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
◇ 지난해 리그 3위..올해는 ACLE 초반 돌풍
지난해 K리그1 3위에 이어 올 시즌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무대에서도 돌풍을 이어가고 있는 광주FC.
지난 시즌 이후 핵심 선수들이 이적과 부상으로 빠지면서 다소 헐거워진 스쿼드에 ACLE 일정까지 추가돼 선수단의 부담과 피로도는 높아졌지만 초반 2경기에서 일본 J리그의 강호 요코하마 마리노스와 가와사키 프론탈레를 모두 잡아내며 쾌조의 2연승을 달리고 있습니다.
구단 역사상 첫 국제대회 진출에 이어 연승 질주라는 호성적이 이어지면서 하위 스플릿을 확정한 리그 순위에도 불구하고 광주 축구팬들의 열기와 기대는 더욱 커져가고 있습니다.
▲광주월드컵경기장에서 몸푸는 선수들 자료이미지
◇ 잔디 문제로 조호르전 홈경기 변경..용인서 개최하지만 최근, 선수단의 고군분투와 팬들의 응원 열기에 찬물을 끼얹은 구단의 행보가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ACLE 리그 스테이지 3차전 홈경기를 홈구장인 광주월드컵경기장에서 치르지 못하고 무려 280km나 떨어진 경기도 용인 미르스타디움에서 치르게 된 겁니다.
▲득점에 기뻐하는 선수들 [광주FC]
광주FC는 당초 오는 22일 말레이시아의 조호르 다룰 탁짐FC를 광주 홈으로 불러들여 경기를 치를 예정이었습니다.
ACLE EAST조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광주와 2위를 달리고 있는 조호르의 선두권 맞대결인 만큼 선수단의 승리 의지도 강하고, 어느 때보다 팬들의 관심도 많은 상황이었습니다.
팬들 사이에서는 지난 1차전 요코하마 마리노스와의 홈 경기보다 더 많은 관중들이 경기장을 찾을 것이라는 기대도 컸습니다.
하지만 요코하마전 이후 잔디 상태에 대한 불만과 우려가 계속 제기됐고, 급기야 다음 홈 경기를 다른 경기장에서 치를지도 모른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왔습니다.
그리고 FC서울과의 리그 33라운드 경기가 열린 6일, 구단은 공식 사과문과 함께 조호르 전 홈경기가 광주월드컵경기장이 아닌 경기도 용인 미르스타디움에서 개최된다고 밝혔습니다.
▲3차전을 용인에서 치르게 되자 광주FC가 올린 사과문 [광주FC 홈페이지]
◇ 책임 소재도, 재발 방지도 없는 뻔뻔한 사과문이미 언론 등을 통해서 타 구장 개최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설마설마하면서도 마지막까지 희망을 버리지 않았던 팬들은 허탈감과 함께 분노를 느끼지 않을 수 없게 됐습니다.
광주에서 280km나 떨어진, 아무 연고도 없는 낯선 경기장에서 홈팀을 응원해야하는 말도 안되는 초유의 상황이 발생했지만 왜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 어떤 조치를 취했는지, 막을 수는 없었는지 의문만 쌓여가고 있습니다.
광주 구단이 공개한 사과문에는 사과는 있지만 무슨 이유 때문이라는 설명도, 책임도 없습니다.
사과는 있지만 향후 대책도, 재발방지에 대한 약속도 없습니다.
광주가 ACLE 진출을 확정한 것은 지난해 시즌이 끝난 뒤였고, 첫 경기인 요코하마와의 홈 경기까지는 최소 8개월 이상의 시간이 있었습니다.
먼 해외를 굳이 나가지 않아도 국내에서 이미 ACL을 치러본 수많은 구단들로부터 정보를 얻고, 예산을 세우고, 경기장과 시설을 관리할 시간으로는 넉넉하고도 남을 기간이었습니다.
사과를 하려거든 먼저 어떤 부분에서 문제가 있었는지를 밝혀야 하고, 예상과 다른 상황이 생겼다면 오차가 왜 발생했는지 대안은 마련해두었는지 설명이 있어야 합니다.
팬들은 구단이든, 광주시든, 광주시체육회든 책임 소재를 분명히 가려내야 하고 필요하다면 관련 책임자를 징계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재발 방지에 대한 약속이나 향후 운영에 대한 일말의 계획도 내놓지 못하는 모습은 팬들을 더욱 불안하고 분노케하고 있습니다.
가령, 이번 조호르전 홈 경기장 변경은 확정이 됐다 하더라도 다음달 27일로 예정된 상하이 선화와의 홈 경기부터는 반드시 광주에서 홈 경기를 치를 수 있게 하겠다거나 다시는 홈 경기장 변경이 없도록 관리를 잘하겠다는 식의 약속조차 없습니다.
구단 스스로 또다시 이런 일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그게 아니라면 홈 경기를 다른 경기장에서 개최하는 것이 큰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인지 의심이 들 수 밖에 없는 태도입니다.
▲ACLE 첫 경기에서 요코하마에 7대3 대승을 거둔 광주FC [광주FC]
◇ '광주' 이름 달고 아시아 누비는 선수·팬..광주시 관심 가져야구단주인 강기정 시장과 광주시도 이 문제를 나몰라라 해서는 안됩니다.
특히 구단 운영 예산에 가장 큰 영향력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시는 예산의 효율성과 효과 등을 면밀히 분석하고 집행해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40억 명의 인구가 넘는 아시아 무대에서 '광주'라는 이름을 내걸고 뛰는 선수들과 팬들, 그리고 경기장과 도시의 모습은 중계를 통해 전 세계로 퍼져 나갑니다.
축구 경기를 보기 위해 해외 원정 팬들이 아마도 생전 처음일 대한민국의 지방 도시 광주를 찾아 머물기도 합니다.
이것만으로도 광주는 이미 축구를 통해 도시의 브랜드와 가치를 높이는데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아시아 각국의 많은 축구팬들과 시민들은 축구를 통해 광주라는 도시를 알게 됐고, 기억하게 될 것입니다.
비용으로 다 따져 환산하기는 힘들지만 광주FC가 ACLE에 진출해 경기를 치르고 또, 그 소식이 영상이나 기사의 형태로 전 세계에 전해지는 것 만으로도 이미 시가 부담하는 구단 운영비 중 적지 않은 몫이 도시 홍보 효과로 환원됐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반대로 이번과 같은 낯 부끄러운 경기장 변경 문제는 도시에 대한 홍보의 기회를 잃어버릴 뿐 아니라 오히려 도시의 이미지를 갉아먹는 최악의 사례로 남을 것입니다.
"이럴 거면 차라리 ACLE 나가지를 말지"라는 팬들의 자조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팬들의 분노는 당분간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구단은, 그리고 광주시는 다시 한 번 이번 사태에 대한 원인을 정확히 진단하고 향후 대책까지 세심하게 마련해 팬들과 시민들에게 '지금 당장 욕은 먹더라도 수긍할 수 있는' 사과를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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