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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이 필요할 때, 최정은 그 자리에 있다… KBO 역사 쓰고, 팀 자존심 살리고, 승리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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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이 필요할 때, 최정은 그 자리에 있다… KBO 역사 쓰고, 팀 자존심 살리고, 승리도 만들었다


▲ 개인 통산 450호 홈런을 결정적인 순간 터뜨린 최정 ⓒSSG랜더스
▲ 최정은 우타자 역대 최초 450홈런을 기록했다 ⓒSSG랜더스


[스포티비뉴스=인천, 김태우 기자] SSG는 8월 들어 극심한 공격력 저하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선두 LG와 경기차는 점점 벌어지고, 대신 NC‧kt‧두산이라는 3위권 팀들과 격차는 점점 줄어들었다. 설상가상으로 외국인 타자 기예르모 에레디아까지 부상으로 이탈했다.

SSG는 8월 들어 치른 7경기 중 4경기에서나 무득점 패배를 기록했다. 물론 좋은 선발 투수들을 상대한 건 분명했다. 그러나 그럼에도 이렇게 많은 무득점 패배를 했다는 건 팀 타선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뜻이었다. SSG 타선은 8월 들어 팀 타율 0.229, 팀 OPS(출루율+장타율) 0.566을 기록 중이었다. 팀 OPS는 이 기간 리그 꼴찌였다.

추신수를 제외한 대다수 주축 선수들이 부진에 빠진 가운데, 팀 간판타자라고 할 수 있는 최정도 고개를 들기는 어려웠다. 한창 좋았던 타격감이 어느새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최정은 8월 1일부터 8일까지 7경기에서 타율 0.200, OPS 0.486에 머물고 있었다. 8월 25타수에서 장타가 하나도 없었다. 에레디아가 빠진 상황에서 최정이 뭔가 활로를 뚫어줘야 하는데, 팀 타선과 함께 같이 추락하고 있었던 셈이다.

결국 9일 인천 NC전을 앞두고는 김원형 SSG 감독이 강수를 꺼내들었다. 주축 좌타자들을 거의 대부분 제외하고, 우타자 라인업으로 경기에 임하면서 라인업이 제법 파격적인 모양새를 갖췄다. 그러나 중심에 있는 한 선수는 다르지 않았으니 바로 최정이었다. 그리고 그 최정이 해냈다. 팀이 필요할 때 항상 그 자리에 있었던 최정은 팀을 구하는 한 방으로 승리의 주역이 됐다.

사실 이날도 SSG 공격력은 쉬이 터지지 않았다. 무기력하다는 표현이 적당했다. 하지만 0-1로 뒤진 3회 2사 후 김강민과 김성현이라는 베테랑이 1점을 합작하며 동점을 만들고 분위기를 바꿨다. 그리고 그 바뀐 분위기에 탄력을 붙인 건 역시 최정의 한 방이었다.

최정은 1-1로 맞선 4회 선두타자로 나와 NC 선발 최성영을 상대로 좌중월 솔로홈런(시즌 21호)을 때리며 이날 결승타의 주인공이 됐다. 2B-1S의 배팅 카운트에서 최성영의 체인지업이 덜 떨어졌는데 최정이 이를 받아치며 비거리 135m짜리 큼지막한 타구를 만들어냈다. 맞는 순간 최성영이 마운드에 주저 앉았다. 실투이자, 홈런을 직감했다는 의미였다.

▲ 4회 결승 솔로포를 터뜨린 최정 ⓒSSG랜더스
▲ 역대 최연소 450홈런 고지를 밟은 최정 ⓒSSG랜더스


최정의 홈런은 두 가지 의미가 있었다. 우선 개인 통산 450번째 홈런이었다. 최정은 KBO리그 역사에서 400홈런을 기록한 두 명(이승엽 최정) 중 하나다. 467개의 홈런을 친 이승엽 현 두산 감독이 좌타자였기 때문에 자연히 우타자 최초 기록을 상당수 가지고 있다. 450번째 홈런은 역시 우타자 최초였다.

일본에서 오래 뛴 이 감독보다 훨씬 더 어린 나이에 기록한 450호 홈런이기도 했다. 이 감독은 40세 9개월 3일에 450번째 홈런을 쳤는데, 최정은 36세 5개월 12일에 이 대열에 합류했다. 최정은 이 감독의 역대 기록에도 이제 27개 차이로 다가섰다.

한편 SSG의 8월 첫 홈런이기도 했다. SSG는 이날 경기 전 8월 248타석에서 단 하나의 홈런도 없었다. 8월 일정에서 홈런이 없는 유일한 팀이었다. '홈런 공장'의 타이틀에 올해도 홈런 부문 1위를 달리고 있는 팀임을 고려하면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었다. 그 늪에서 팀을 구한 건 역시 홈런 공장장 최정이었다. 결과적으로 결승포가 돼 의미는 두 배, 세 배 더했다.

최정은 경기 후 홈런 상황에 대해 "홈런을 노리고 타석에 들어서진 않았다. 최근 타격감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오랜만에 배트 중심에 맞는 타격이 나와 기쁘고 450호 홈런으로 이어져 더욱 만족스럽다"면서 "주자가 없는 상황에 선두타자로 나서서 꼭 출루하고 싶었다. 상대 투수가 체인지업 비중을 많이 가져가고 있어서 이 부분을 노리고 있었다. 배트 중심에 맞힌다는 생각으로 스윙했던 것이 배트에 제대로 맞아서 넘어갔다"고 설명했다.

450호 홈런의 의미에 대해서는 "450홈런에 여러 기록이 뒤따르는 것으로 들었는데 우타자 최초라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낀다. 짧지 않은 한국야구 역사에 역대 우타자 중 첫 번째로 이름을 올린다는 것이 영광스럽고 뜻 깊다"면서 "항상 이런 기록이 나올 때마다 영광스럽고 만족감을 느낀다. 은퇴까지 꾸준하게 좋은 성적을 내고 싶기에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고 각오를 밝혔다.

최근 부진에 빠진 팀 타격에 대해서는 "올해 여름이 유독 더운 가운데 타자들이 체력 관리에 좀 더 힘을 쓴다면 다시 올라갈 수 있는 찬스가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개막부터 지금까지 잘 달려왔는데 조금만 더 힘내줬으면 좋겠고 나 역시도 잘 이겨내서 높은 곳에서 웃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최정의 홈런 하나가 팀 분위기를 바꾸는 결정적 장면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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