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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맘의 거울 - 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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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우깡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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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사람은 천성으로 살아간다지만 어떤 경우에든 천성 조차도 바뀔 기회를 맞게 마련이다.

 

특히 감성에만 의존하며 살았던 사람이라면 작은 사건 하나에도 이성이 눈부시게 발달하여 전혀 다른 삶을 살아갈 기회가 주어질 수 있다. 

 

그래서 지금은 천방지축 있을 수 없는 일들에만 메달려 사는 망나니라 하더라도 포기하지 말고 작은 감동을 스스로 느낄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주라고 말하고 싶다.

 

적어도 지금 처한 상황만으로 그 사람을 평가하지 말기를 바란다.

 

그래야 내 가슴속에 앙금처럼 남아 있는 갚지 못할 빚 때문에 시달리지 않을 수 있을테니.

 

 

 

"이차 가자."

 

술이 거나하게 취한 일행들을 떠밀며 이차를 강행했다.

 

주머니속에서 돈을 듬뿍 꺼내들며 아가씨들에게 팁을 주며 지금 파트너 그대로 이차를 가기로 했었다.

 

"전 이차 안가요."

 

"뭐? 넌 뭔대 안간다는거야?"

 

하필이면 오늘의 물주인 내 파트너가 파토를 낸단 말인가 싶어 언성을 높였다.

 

"좋아, 그럼 니 팁은 없어. 받고 싶으면 따라 오던지."

 

"안돼요. 팁 주세요. 이차는 싫어요."

 

일행들을 먼저 나가도록 한 후 주인을 불렀다.

 

"손님, 쟨 이차 안가는 조건으로 일하니까 봐주세요."

 

"뭐야? 그런게 어딨어. 손님이 원하면 당연히 가는거 아냐?"

 

"딴 애를 데려가세요. 암튼 쟨 안되요."

 

"맘대로 하슈, 난 팁 못주니까."

 

다른 애들 팁과 술값만 계산하고 술집 문 밖으로 나와 버렸다.

 

매서운 추위 때문에 이빨이 달달 떨려왔다.

 

두터운 외투를 귀끝까지 치껴 올리며 하얗게 변해버린 세상을 걷고 있다.

 

뽀도독 거리는 소리가 옷깃을 통해서도 크게 들린다.

 

"이봐요!"

 

누군가 부르는 소리에 뒤를 돌아보니 이차 안나가겠다고 버티던 아가씨가 뛰어 오고 있다.

 

"팁 주고 가야죠."

 

"난, 이차 가는 조건으로 팁 계산한거야. 싫으면 냅두고..."

 

"이차 안가요. 일차 팁만 주시면 되잖아요."

 

"아가씨, 좋아. 그럼 동네 한바퀴만 돌고 줄게."

 

"싫어요. 빨리 팁만 주세요."

 

"세상이 하얗게 변했잖아. 아무도 밟지 않은 눈을 밟고 싶지 않아?"

 

"새벽에 오는 눈 많이 봤어요. 그냥 눈일 뿐인데요 뭐."

 

"그랬군. 난 새벽 눈을 보니 반가워. 

 

십여분만 함께 걸어줘. 그럼 이차는 강요하지 않을테니까."

 

"알았어요."

 

두 사람은 아무도 밟지 않은 눈만 택해 걸었다.

 

다정한 연인처럼 팔짱을 끼고 걸었다.

 

십분간의 휴전.

 

펑펑 쏟아지는 솜사탕 같은 눈을 행복한 마음으로 맞이 하며 걷고 있다.

 

"추워요, 아저씨."

 

외투를 벗어 그녀의 어깨 위에 걸쳐줬다.

 

"이런데 일할 사람이 아닌 것 같은데..."

 

"형편이 나쁘면 어딘들 못 있겠어요?

 

전 가난해요. 돌봐야할 식구들도 많고..."

 

"이차는 안가봤어?"

 

"만지고 빨고 그런 수모는 참을 수 있어요.

 

하지만 잠까지 자야할 정도는 아니에요."

 

"손님들이 나처럼 짓궂을 텐데..."

 

"심한 사람들 많아요. 그래서 힘들어요."

 

"오늘도 나 때문에 상심했겠군?"

 

"힘들었어요. 전 돈이 필요했으니까요."

 

"퇴근한거야?"

 

"먼저 퇴근했어요. 팁 못받으면 안될 사정이라서."

 

"미안, 술 집 여자는 모두 이차 나가야 된다고 생각했거든."

 

"안그런 사람들도 많아요."

 

"술 취하면 그런 생각은 못하게 되지."

 

"아저씬 근처 회사 다녀요?"

 

"응, 저기 큰 건물 있지? 거기 다녀."

 

"돈 많아요?"

 

"많지는 않지만 없어서 궁상 떨지도 않아."

 

"그럼 십만원 줄 수 있어요?"

 

"필요해?"

 

"꼭 필요해요."

 

 

 

눈을 밟고 걷는 다는 것은 마음도 순화되는 모양이다.

 

그토록 얄미웠던 아가씨지만 팔짱을 끼고 동네 한바퀴를 돌았을 뿐인데도 순순히 거금 십만원을 주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양복 주머니 속에서 십만원을 꺼내서 아가씨에게 건넸다.

 

환한 미소가 차가운 날씨를 따뜻하게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고마워요."

 

"짓궃은 내가 미웠지?"

 

"술 취하면 다 그렇죠 뭐. 아저씨는 따뜻할꺼라 첨부터 생각했어요."

 

"그럼 모른척 하고 이차 따라오지 그랬어?"

 

"전 술집여자가 싫어요. 더구나 이차는 죽기보다 싫고요."

 

동네를 얼추 한바퀴 돌았는지 좀전의 술집 문 앞에 도착해 있었다.

 

"다시 들어갈꺼야?"

 

"아뇨, 집에 갈꺼에요."

 

"그럼 괜히 추운데 한바퀴 돌았나보네. 어서 집에가봐."

 

"아저씨, 큰 길까지 같이 걸어요."

 

걸었던 그 길에는 두 사람의 발자국이 나란히 나 있었다.

 

또 다시 그 길을 걸으며 지나간 발자국에 맞춰 또 발을 넣어 본다.

 

"재미있어요."

 

"허, 어릴 때 많이 해본 놀이였지."

 

아가씨는 다시 팔짱을 끼며 어깨에 기대어 왔다.

 

"추워서 얼어 줄을 것만 같아요."

 

"어쿠야, 난 외투를 벗어 덮어주기까지 했는데 동태되야겠네."

 

"아저씨, 외투 돌려줄까요?"

 

"아냐, 행복한 동태가 될래."

 

언제 다툼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다정해진 두사람은 쏟아지는 눈을 맞으며 깡충깡충 뛰기도 하며 짧은 순간의 만남 조차도 즐거워했다.

 

"저희 집에까지 데려다 줘요."

 

"어딘데?"

 

"저 언덕 위에 있어요. 비탈길이라서 어떻게 가야할지 걱정되네요."

 

"한밤에 온 눈이라 연탄재 구하기도 어려워서 미끄럽겠구나?"

 

"이런 밤이면 집에 오르기가 너무 힘들어요."

 

"좋아, 그럼 집까지만 데려다 줄게."

 

언덕을 오르는 길은 그다지 미끄럽지도 않았다.

 

오히려 내려오는 길이 아득할 수 있겠다 싶다.

 

"여기가 내 방이에요."

 

허름한 양철집에 약간은 찌그러진 문틀짝이 맞춰진 방을 가리켰다.

 

"잠시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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