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나잇의 기억 - 학교 선배 - 단편
작성자 정보
- 새우깡 작성
- 작성일
컨텐츠 정보
- 30 조회
- 목록
본문
몇년전 여름,
한국을 잠시 방문했을때였다.
2주 정도?
길지 않은 휴가 였지만,
때마침 그때 대학교 후배의 결혼식에 참석하게 되었고,
그날 나는,
한동안 잊고 지냈던 추억속의 인물들과 재회를 했었다.
정윤 선배.
학교 다녔을때 선배는,
만나던 남자 친구가 당시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남자들에게 인기가 꽤 많았던 것 같다.
솔직히,
학교에 딱히 인물이(?) 많지 않았던 까닭도 있겠지만,
선배는 지적인 이미지에 170에 가까운 키, 그리고 날씬한 몸매까지..
고루고루 좋은 요소(?)들을 많이 가지고 있었던지라,
뭇 남학생들의 설레임을 주기에는 충분한 존재였다.
학교 졸업하고 처음 만나는거니..
정윤선배를 근 5-6년만에 보는것 같았다.
식장 앞에서 다른 선후배들과 내가 인사를 나누고 있는 사이,
정윤 선배가 다가와서는 아는척을 하며 악수를 건내왔다.
“와..김민혁..진짜 오랫만이네”
모처럼만에 봐서 그런가?
괜히 선배의 웃는 모습에 마음이 심쿵해지는것 같았다.
그녀와 손을 잡고 있으면서도,
괜히 나혼자 뻘쭘한것 같기도 하고..
예전에도 그런 이미지가 있긴 했지만,
그때보다 훨씬 성숙해지고 세련되어진 선배의 모습이
새삼 매력있게 보이기도 했다.
학교 다닐때 정윤 선배와 나는 썩 가깝게 지내진 않았었다.
딱히 같이 어울릴만한 건수도 없었던 것 같고,
공통된 무언가도 많지 않아서,
마주칠 일도 그리 많지 않았던 것 같다.
여튼,
과거의 기억은 뒤로하고,
선배와 나는 그렇게 인사를 나눈후로는,
줄곧 식장에서 붙어다니게 되었다.
나란히 같이 옆 자리에 앉아서는,
마치 예전에 엄청 가까웠던 선후배처럼,
이런 저런 얘기를 귓속말로 주고 받았다.
내 착각인진 모르겠지만,
선배가 나를 부쩍 챙겨주는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이젠 30대 초반이 된 정윤 선배,
나름 사회적으로 자리도 잡고, 딱히 아쉬울것도 없어 보였지만,
이런 저런 사는 얘기들을 주고 받는중,
줄곳 선배는 자기 신세 타령을 늘어놓았다.
속사정은 모르겠고,
괜히 엄살을 (?) 피우는 것 같기도 했지만,
여튼 그 모습이 딱히 가식적이거나 얄미워 보이지는 않았다.
한참후,
식이 거의 마무리가 되어갈쯤
정윤 선배가 내게 귓속말로 제안을 해왔다.
-민혁아, 이따가 괜찮으면..저녁에 같이 술 한잔 할래?-
선배의 제안이 반가웠다.
짧은 찰나였지만,
주저없이 나는 응답을 했다.
-좋죠 저야 뭐..-
저녁 시간은 친구들과 주로 약속을 잡아서 시간을 보내던 터라,
사실 급할것도 없었던 것 같고,
무엇보다도 몇년만에 만난 정윤 선배와 금방 헤어지는게,
나 역시도 조금 아쉬웠다.
****
식이 마친후,
내 차를 끌고서 선배와 함께 결혼식장을 빠져나왔다.
식장이 강남에 있던 호텔인지라,
선배의 차는 그냥 그곳 주차장에 계속 두기로 하고선
근처에 있던 커피숍을 찾아갔다.
주차를 하고 커피숍 안으로 들어갈때쯤,
정윤 선배가 살며시 팔짱을 껴왔다.
-영광이네 오늘..잘난 연하 남자랑 데이트도 해보구..히히-
선배는,
학교 다닐때에도,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친절하고 상냥한 편이였던걸로 기억을 한다.
아마 그날 내게 보인 처음의 태도도,
그런 맥락에서 예전 선배의 모습과 비슷했다.
일종의 습관적인 행동 같은것 같았기에,
딱히 다른 의미를 두진 않았다.
커피숍에 앉아서 한 두시간 정도 수다를 떨었던 것 같다.
서로 안보고 지낸 시간만큼 할 얘기도 많았던 것 같다.
선배는 특유의 그 상냥함과 함께
주저리 주저리 많은 얘기들을 쏟아냈다.
-아 맞다..나 전에 너희 어머니 뵌적이 있었어..그때 네 소식 잠시 들었었는데..-
엄마 병원을 찾아갔었던 모양이다.
처음엔 소개받아서 모르고 간건데,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보니
나와 학교 선후배 사이임을 알았던 모양인지,
아주 친절하게 서비스(?)를 받았다고 했다.
물론,
3-4년전 일이라 엄마는 기억도 못하겠지만,
비교적 선배는 엄마에 대해서 자세히 기억을 하고 있는 듯했다.
문득,
배가 고프기 시작했다.
식장에서 먹은 식사가 충분치 않았었다.
잠시후,
선배와 나는 커피숍에서 빠져나와,
근처 멀지 않은 곳에 있던 회집으로 이동을 했다.
그때도 선배는,
줄곧 내 팔짱을 끼고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