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니와 어깨 나란히’ 일본 열도를 강타한 '172cm의 거인' NBA 가와무라 유키 신드롬 [일본통신]
작성자 정보
- 새우깡 작성
- 작성일
컨텐츠 정보
- 57 조회
- 목록
본문
[OSEN=센다이(일본), 서정환 기자] 가와무라 유키(23, 멤피스 그리즐리스) 신드롬이 일본 열도를 강타하고 있다.
멤피스 그리즐리스는 지난 20일 ‘Exhibition 10’ 신분이었던 가와무라와 ‘투웨이 계약’을 맺었다. 프리시즌에 인상적인 활약을 펼친 그를 정규시즌 개막 로스터 13인에 포함하기로 결정했다. 일본농구 전설의 가드 타부세 유타(44, 우츠노미야)도 이루지 못했던 꿈을 달성한 것이다.
172cm의 가와무라는 현재 NBA에서 최단신 선수로 등록됐다. NBA에서 183cm 이하의 선수는 현재 그가 유일하다. 운동괴물들이 득실한 NBA에서 순수 동양인 단신가드가 실력으로 개막전 로스터에 포함되는 기적을 연출했다. 슈퍼스타 자 모란트가 주축인 멤피스 가드진에서 가와무라는 개막전 출전까지는 하지 못했다.
일본대표팀 경기를 봤던 팬들이라면 가와무라의 NBA 진출을 응원했을 것이다. 단신의 단점을 상쇄하고도 남는 폭발적인 스피드와 드리블 능력, 자신 외 나머지 9명의 선수위치를 단번에 파악하는 넓은 코트비전, 220cm 센터 잭 이디에게 줬던 기막힌 노룩패스, NBA에서 통하는 롱레인지 3점슛, 골밑에서 올려놓는 플로터 등. 가와무라는 더 많은 장점으로 NBA 입성에 성공했다.
현재 일본은 가와무라의 NBA 진출성공으로 난리가 났다. NBA재팬에 접속해보면 ‘가와무라 경기를 보려면 NBA리그패스에 가입하세요’라는 광고문구가 가장 맨앞에 보인다. 말그대로 물 들어온 김에 제대로 노를 젓고 있다.
일본에는 이미 NBA리거 하치무라 루이와 와타나베 유타가 있다. 지금은 최고인기선수 간판이 가와무라로 바뀐 분위기다. 하치무라는 지난 2024 파리올림픽에서 일본대표팀 에이스로 뛰었다. 하지만 대표팀 내에서 지나치게 거만한 태도를 보여 동료들과 관계자들, 팬들까지 등을 돌렸다.
하치무라는 NBA소속이라는 이유로 일본대표팀 공식 사인회와 기자회견 등에 모두 불참했다. 올림픽 본선을 코앞에 둔 상황에서 한국과 친선전 2경기에도 모두 결장했다. 몸이 좋지 않다는 핑계를 댔지만 몸에 큰 문제가 없었다고 한다. 하치무라는 여전히 인기팀 레이커스에서 르브론 제임스와 함께 주전급으로 뛰고 있다. 하지만 과거만큼 일본팬들에게 많은 응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와타나베는 올 시즌을 앞두고 치바 제츠와 초대형 계약을 맺으며 일본으로 유턴했다. 순수동양인 선수로서 많은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와타나베는 “일본이 올림픽 본선에 진출하지 못하면 일본대표팀에서 은퇴하겠다”는 발언으로 빈축을 샀다. 결국 화가 난 일본농구협회가 “앞으로 정당한 사유없이 대표팀 소집에 응하지 않을 경우 벌금징계를 부과하겠다”며 제도까지 바꾸게 된 계기가 됐다.
가와무라는 슈퍼스타임에도 깨끗한 매너와 친절한 태도로 구설수가 전혀 없다. 모두가 사랑하는 일본의 대표선수다. 가와무라는 23세에 불과하지만 이미 일본프로농구에서 5년을 뛰었다. 그는 22-23시즌 MVP를 수상하며 일찌감치 일본무대를 평정했지만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려는 열정이 그를 NBA로 이끌었다.
기자는 지난 시즌 요코하마 홈경기를 취재하며 가와무라를 만나 인터뷰했다. 스타선수임에도 인터뷰 내내 겸손한 자세가 매우 인상적이었다. 청소년대표팀 시절에 맞붙었던 박무빈(23, 현대모비스)과는 친구이자 라이벌이었다.
가와무라는 “한국은 피지컬이 좋아서 항상 상대하기 힘든 팀이었다. 한국에 놀러간 적도 있다. 홍대에 가서 떡볶이를 먹었는데 너무 매웠다”며 한국에 호감을 보였다. 박무빈은 “친구가 너무 스타가 돼서 이제 어디가서 친구라고 말도 못하겠다”며 웃었다.
안준호 감독이 이끄는 남자농구대표팀은 지난 7월 도쿄 아리아케 아레나에서 개최된 ‘2024 소프트뱅크컵 친선전’에서 일본대표팀과 1승 1패를 거두고 귀국했다. 1차전에서 한국은 하윤기의 결승 자유투로 85-84로 일본을 잡았다. 2차전서 한국은 원정의 어려움을 극복하지 못하고 80-88로 무릎을 꿇었다.
2차전서 18점 대활약을 펼친 이원석은 가와무라 유키를 블록슛하려고 떴다가 더블클러치를 맞고 추가자유투까지 내줬다. 207cm 선수가 떴는데 피하지 않고 뜬 가와무라의 강심장과 신체적으로 밀리지 않는 파워&밸런스가 돋보였다.
가와무라에 대해 이원석은 “직접 상대해보니까 정말 달랐다. 일본선수들이 마치 바닥에 붙어서 뛰어다니는 것 같다. 너무 빨라서 잘 보이지도 않았다. 직접 상대해보니 이 선수를 왜 못막는지 알겠다”며 혀를 내둘렀다. 35cm가 작은 선수를 막는 게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는 것이다.
B리그에서 많이 상대해본 양재민도 생각이 비슷했다. 양재민은 “가와무라는 데뷔와 동시에 일본프로농구 5관왕을 달성한 선수다. 내가 평가하는게 사실 맞지 않을 정도로 잘한다. 특히 센터를 살리는 농구를 정말 잘한다. NBA 개막전 로스터까지 들어갔다니 정말 대단하다. B리그 동료들도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하치무라와 와타나베는 미국대학을 거쳐 NBA에 입성했다. B리그를 통해 곧바로 NBA에 간 선수는 가와무라가 처음이다. B리그 선수들이 자부심을 느낄만한 부분이다.
일본에서도 가와무라를 활용한 마케팅이 대박을 치고 있다. 가와무라가 모델로 활약하는 아식스는 농구화부분에서도 매출이 증가하며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일본에서 가와무라를 따라서 아식스를 신는 유소년 선수들이 많아지고 있다.
서점에서도 가와무라가 표지모델로 등장하는 잡지를 쉽게 볼 수 있다. 이미 일본농구를 대표하는 선수가 최고무대 NBA에 진출했으니 기대감이 폭발했다. NBA 프리뷰에도 르브론 제임스와 가와무라가 나란히 등장했다. 월드시리즈에 진출한 야구천재 오타니 쇼헤이와 나란히 배치된 가와무라의 책도 볼 수 있었다. 하승진 이후 NBA선수가 없는 한국팬들에게는 매우 부러운 현상이다.
물론 가와무라가 NBA에 진출했지만 이제 시작이다. 아직 그의 NBA 성공은 장담할 수 없다. 투웨이 계약이기에 G리그가 개막하면 언제든지 하부리그로 내려갈 수 있다. NBA에 있어서 많은 출전시간은 장담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와무라가 세계최고 무대에서 당당히 경쟁한다는 것만 해도 분명히 대단한 일이다. 한국팬들도 가와무라의 도전정신에 아낌없이 박수를 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