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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 넘는 막장극, 스스로 가치 떨어뜨린 지상파 [기자수첩-연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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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 넘는 막장극, 스스로 가치 떨어뜨린 지상파 [기자수첩-연예]


방심위 민원 8건 접수
"내용을 검토해 심의 안건으로 상정할지를 결정"
[데일리안 = 류지윤 기자] '순옥적 허용'. 막장계 대모로 불리는 김순옥 작가의 세계관 안에서 캐릭터, 이야기 등의 개연성을 따지는 건 무의미하다는 걸 가리키는 말이다.

막장으로 치달아도 도파민을 자극하는 설정과 전개가 시청률을 보장해왔기에 김순옥 작가의 작품들을 가리켜 '순옥적 허용'이라는 말이 만들어졌다. 대표적으로 '아내의 유혹', '인어 아가씨', '왔다 장보리', '내 딸 금사월', '황후의 품격', '펜트하우스'가 높은 시청률을 자랑하며 '순옥적 허용' 아래 김순옥 작가의 히트작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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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옥 작가가 그 동안 출생의 비밀, 불륜, 폭력, 살인 등이 난무하는 이야기를 써왔고, 신작 '7인의 탈출'은 '악인들의 복수극'을 표방하며 피카레스크(Picaresque) 복수극이 될 것이라 예고해 감안하고 봤음에도, 도 넘은 설정에 시청자들의 불만이 속출하고 있다.

'7인의 탈출'은 수많은 사람들의 거짓말과 욕망이 뒤엉켜 사라진 한 소녀, 소녀의 실종에 연루된 7명의 악인들의 생존 투쟁과, 그들을 향한 피의 응징을 담은 드라마로, 3회까지 방송된 현재 악인들의 범죄가 줄을 이었다.

드라마 제작사 대표 금라희(황정음 분)은 친딸을 이용해 시아버지 방철성(이덕화 분)의 투자 받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과거 친딸을 버렸지만 다시 찾아 눈물로 가짜 모성애를 호소했지만, 수가 틀리면 딸 다미(정라엘 분)를 벼랑 끝으로 몰고 가기 일쑤였다. 결국 다시 다미와의 관계가 틀어지자, 자신의 과거가 드러날까 물불 가리지 않고 다미를 막기 이르렀다.

다미에게 접근한 친구 한모네(이유비 분)은 자신이 원조교제를 하고 학교 미술실에서 출산한 사실을 다미에게 뒤집어 씌웠다. 급기야 다미가 양부 이휘소(민영기 분)를 사랑했다는 거짓말을 했다.

다미의 선생님인 고명지(조윤희 분)는 욕망을 위해 진실을 알고 있음에도 다미가 출산했다고 증언했고, 산부인과 의사 차주란(신은경 분)은 다미가 결과를 조작해 다미가 출산한 것처럼 꾸몄다. 경찰 남철우(조재윤 분)도 사건을 조작해 다미를 죽인 양부 이휘소가 마약혐의까지 있다고 덮어씌웠다.

그야말로 고등학생의 원조교제, 교내 출산, 학교 폭력, 아동 학대, 마약, 살인 교사 등 불쾌감을 일으키는 설정들로 가득했다. 극단적인 전개가 향후 더 큰 쾌감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빌드업이라 해도, 무분별한 폭력과 선정성은 불필요한 피로감만 유도했다. 이미 김순옥 작가의 막장 설정에 면역력이 생긴 시청자들을 자극하기 위한 나열로만 비쳤다. 놀랍게도 이 많은 설정들이 극 초반에 쏟아지며, 향후 더 강도 높은 이야기가 펼쳐질 것으로 전망된다.

결국 방송 통신심의위원회에 '7인의 탈출' 내용과 관련해 8건의 항의 민원이 접수됐다. 김순옥 작가의 전작인 '펜트하우스' 역시 아파트 추락사, 불륜, 폭력 등의 장면으로 방심위에 민원이 접수돼 법정제재 처분을 받은 바 있다.

당시 방심위는 "청소년들의 과도한 폭력 장면을 빈번하게 연출해 청소년 시청자들을 모방 범죄의 위험에 노출시켰다. 이러한 방송을 청소년시청보호시간대에 그대로 재방송하고, 방송사 내부의 자체 심의 시스템을 무력화하는 등, 심의 규정 위반의 정도가 커서 법정제재가 불가피하다"라고 밝힌 바 있다.

지상파가 선정적인 설정을 수용하는 데는 지상파의 약해진 입지 때문으로 풀이된다. 팬데믹 이후 콘텐츠 소비 방식이 변하면서 OTT가 급성장하며 지상파는 종편, 케이블에 이어 OTT에도 밀리며 고전하고 있다.

현재 방송 중인 KBS2 '순정복서'는 1.5%, SBS '국민사형투표'는 3.1%의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7인의 탈출'도 6.7%에 그쳤다. 전작 30%에 육박했던 '펜트 하우스'와 비교해 시청률과 처참한 결과다.

OTT에 주도권을 빼앗긴 지상파는 '펜트 하우스'가 대박을 터뜨리면서 존재의 이유를 증명했지만 '7인의 탈출'은 더 강도 높은 막장극을 펼쳐냈음에도 불구 화력이 약하다. 흥행 작가로 분위기를 반전시키려는 시도를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 그러나 갈수록 화제성에 급급해 자극으로 점철된 드라마는 지상파의 가치와 품위를 스스로 떨어뜨리는 행위로 읽힐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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